오늘 아침 눈이 많이 내렸다.  버스를 타고 출근하면서 지각을 예감했다.

 

그리고 잊고 있었던 어떤 기억 하나가 떠올랐다.

 

정확하게 기억이 나질 않지만 고등학교 1,  2학년 때였던 거 같다.

 

어느 날 아침 난 무진장 늦잠을 잤다. 눈을 떠보니 이미 아침자습시간이 지난 후였으니까.

 

일단 비명 한번 꺅 질러주고 허둥대며 준비를 했다.

 

세수만 대충하고 학교까지 조급한 마음을 부여잡고 학교에 도착했다.

 

반아이들은 조용히 자습을 하고 있었고 난 숨을 헐떡거리며 자리를 찾아 앉았다.

 

(이상하게 이 부분은 정확하게 기억이 나는데 1분단 두번째 줄 왼쪽 자리였다.)

 

그리고 가슴을 한번 쓸어내리고 책을 펼쳐들었는데

 

아니 이게 뭔가. 내 눈에서 눈물이 뚝뚝 떨어지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는 급기야 난 엉엉 소리내어 울고 말았다.

 

주위 아이들이 웅성웅성 대며 내 자리에 몰려들었다.

 

왜그래? 집에 무슨 일 있어?

 

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꺽꺽 울기만 했다.

 

내가 아무 대답도 안하자 아이들은 그들의 자리로 돌아갔고 다시 교실은 조용해졌다.

 

(자습시간에 떠들면 반장이 이름 적어 선생님께 제출했다.)

 

나도 곧 안정을 찾았고 크게 한번 숨을 몰아쉰 다음 문제집을 펼쳐들었다.

 

어렸었지만 난 그때가 내 인생 최대의 위기라고 생각했던거 같다.

 

1시간 30분 지각이라니!! 난 비행청소년도 아닌데!!

 

난 그전까지 학교-집만을 왔다갔다 했고 이런 일탈아닌 일탈(?)은 처음이었으니까.

 

학생이라면 그 시간에 당연히 학교에 있어야 하거늘.

 

난 처음으로 무엇인가를 벗어난다는 것에 꽤나 큰 충격을 받았던 거 같다.

 

그 때 그 아침 그 조용한 교실에서 내가 느꼈던 그 막막함. 그 어떤 두려움

 

아직도 그 날을 생각하면 가슴이 답답해지고 눈물이 주르륵 흐를 것만 같다.

 

이번 주말에 내 베프중 한 명이 결혼을 한다.

 

친하게 지내던 친구들 중에 이제는 나만 남았다.

 

그들은 결혼이라는 주류에 동참을 했고 난 그러지 못했다. 아니 안했다.

 

아니 사실 잘 모르겠다.

 

흔히 인생은 100m 달리기가 아니라 마라톤이라고 한다.

 

빨리 달려나가는 게 중요한게 아니라 나의 스타일대로 완주하면 그만인 것이다.

 

하지만 난 내 페이스대로 묵묵히 나가는데 남들이 속력을 내 앞으로 내달리면

 

꼼짝없이 나는 뒤로 쳐지게 되는 기분을 느낄수 밖에 없다.

 

나의 의지와는 상관없는 이런 기분은 최악이다.

 

하지만 곧 괜찮아질 것이다. 이 우울함은 곧 나를 떠나갈 것이다.

 

그 날 그 아침에 내가 숨을 고르고 다시 문제집을 펼쳐들었던 것처럼.

 

 

 

 

 

 

느리게 살고 싶다구? 눈치볼 것 없이 넉넉하게 살아 봐.
방황하고 싶다구? 질릴 때까지 거리를 헤매 봐.
마음에 걸리는 일이 있다구? 납득할 때까지 네 자신을 들여다 봐.
눈치만 보다간 초라해지기만 할 뿐.
'인생'이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의 모든 시간.

인생, 한 가지만 이루면 되잖아.
언젠가 죽음이 찾아 올 때까지
단 한번, 단 한 순간이라도
목숨걸고, 커다란 꽃, 피워 봐.

 

 

길가에 서서, 죽을힘을 다해 달리는 마라톤 선수를 바라보며
환호하는 짓 따윈 이제 집어치워.
출발 신호가 울리기도 전에 완주할수 있을까
걱정하는 것도 피곤할 뿐이야
 
자, 이제 슬슬 길 위를  달려보는게 어때?
느려도 좋아. 지쳐 걸어도 좋아. 꼴찌면 또 어때?
한 발 내딛을때 마다 다른 세상을 보게 될 꺼야.
 
제자리걸음도 구두 바닥이 닳긴 마찬가진 걸.
 

 

잔재주를 부리는 기교는 필요없다.

과장된 비평이나 해설도 필요없다.

사는 것이 예술이다.

죽을 때 라는 작품에 감동하고 싶을 뿐.

 

 

 - love & free, 다카하시 아유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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