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12.17 14:52
오늘 아침 눈이 많이 내렸다. 버스를 타고 출근하면서 지각을 예감했다.
그리고 잊고 있었던 어떤 기억 하나가 떠올랐다.
정확하게 기억이 나질 않지만 고등학교 1, 2학년 때였던 거 같다.
어느 날 아침 난 무진장 늦잠을 잤다. 눈을 떠보니 이미 아침자습시간이 지난 후였으니까.
일단 비명 한번 꺅 질러주고 허둥대며 준비를 했다.
세수만 대충하고 학교까지 조급한 마음을 부여잡고 학교에 도착했다.
반아이들은 조용히 자습을 하고 있었고 난 숨을 헐떡거리며 자리를 찾아 앉았다.
(이상하게 이 부분은 정확하게 기억이 나는데 1분단 두번째 줄 왼쪽 자리였다.)
그리고 가슴을 한번 쓸어내리고 책을 펼쳐들었는데
아니 이게 뭔가. 내 눈에서 눈물이 뚝뚝 떨어지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는 급기야 난 엉엉 소리내어 울고 말았다.
주위 아이들이 웅성웅성 대며 내 자리에 몰려들었다.
왜그래? 집에 무슨 일 있어?
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꺽꺽 울기만 했다.
내가 아무 대답도 안하자 아이들은 그들의 자리로 돌아갔고 다시 교실은 조용해졌다.
(자습시간에 떠들면 반장이 이름 적어 선생님께 제출했다.)
나도 곧 안정을 찾았고 크게 한번 숨을 몰아쉰 다음 문제집을 펼쳐들었다.
어렸었지만 난 그때가 내 인생 최대의 위기라고 생각했던거 같다.
1시간 30분 지각이라니!! 난 비행청소년도 아닌데!!
난 그전까지 학교-집만을 왔다갔다 했고 이런 일탈아닌 일탈(?)은 처음이었으니까.
학생이라면 그 시간에 당연히 학교에 있어야 하거늘.
난 처음으로 무엇인가를 벗어난다는 것에 꽤나 큰 충격을 받았던 거 같다.
그 때 그 아침 그 조용한 교실에서 내가 느꼈던 그 막막함. 그 어떤 두려움
아직도 그 날을 생각하면 가슴이 답답해지고 눈물이 주르륵 흐를 것만 같다.
이번 주말에 내 베프중 한 명이 결혼을 한다.
친하게 지내던 친구들 중에 이제는 나만 남았다.
그들은 결혼이라는 주류에 동참을 했고 난 그러지 못했다. 아니 안했다.
아니 사실 잘 모르겠다.
흔히 인생은 100m 달리기가 아니라 마라톤이라고 한다.
빨리 달려나가는 게 중요한게 아니라 나의 스타일대로 완주하면 그만인 것이다.
하지만 난 내 페이스대로 묵묵히 나가는데 남들이 속력을 내 앞으로 내달리면
꼼짝없이 나는 뒤로 쳐지게 되는 기분을 느낄수 밖에 없다.
나의 의지와는 상관없는 이런 기분은 최악이다.
하지만 곧 괜찮아질 것이다. 이 우울함은 곧 나를 떠나갈 것이다.
그 날 그 아침에 내가 숨을 고르고 다시 문제집을 펼쳐들었던 것처럼.
느리게 살고 싶다구? 눈치볼 것 없이 넉넉하게 살아 봐.
방황하고 싶다구? 질릴 때까지 거리를 헤매 봐.
마음에 걸리는 일이 있다구? 납득할 때까지 네 자신을 들여다 봐.
눈치만 보다간 초라해지기만 할 뿐.
'인생'이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의 모든 시간.
인생, 한 가지만 이루면 되잖아.
언젠가 죽음이 찾아 올 때까지
단 한번, 단 한 순간이라도
목숨걸고, 커다란 꽃, 피워 봐.
잔재주를 부리는 기교는 필요없다. 과장된 비평이나 해설도 필요없다. 사는 것이 예술이다. 죽을 때 ‘나’라는 작품에 감동하고 싶을 뿐….
- love & free, 다카하시 아유무
2010.12.17 15:09
2010.12.17 15:44
2010.12.17 23:22
2010.12.18 00:08
2010.12.19 11:32
순진하다는 말은 좋은 뜻으로 쓴것이니 혹시라도 기분상하지는 마시구요.
뭐 다들 정해진 길을 따라 가면 재미 없지 않나요.
전 오히려 가끔 다른 사람과 나를 구분짓기 위해서 나는 무언가 달라야한다는 생각을 가지고있는것 같아요.
그래봐짜 삶은 정말 평범하지만...
멋진 싱글 여성이 주인공인 영화속 삶을 살고계신다고 생각하면 어떨까요.
전 크리스마스용 가족영화 속의 삶을 살고있다고 생각할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