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바, 트럼프 등의 press conference를 보다가 박근혜, 문재인 대통령의 기자회견을 보면 가장 큰 차이가

- 미국의 경우 기자의 질문 => 대통령의 답변 => 대통령이 답변한 point에 관한 (같은 또는 다른) 기자의 추가 질문이 이어지는데 반해

- 한국의 경우 기자 한 명이 질문권을 받아서 질문을 하면 대통령이 이에 대해서 답변을 하고 끝나는 (그래서 다른 기자의 질문 -> 대답으로 넘어가는) 형식이라는 점일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미국과 같은 형식은 한 주제에 대해서 보다 명확하고 심도 있는 토론을 하게 되는데 비해, 

한국처럼 질문 -> 답변으로 끝나는 경우, 질문에 의도적인 또는 비의도적인 동문서답을 해도, 포인트를 빗겨가는 대답을 해도, 대답에 불명확한 부분이 남아도, 조금 더 깊은 내용이 궁금해도 그냥 거기서 끝나게 되는 경우가 많을 수 밖에 없습니다.


이는 비단 대통령의 기자회견만에 국한된 문제는 아닌 것 같기도 합니다.

학교에 다닐 때 보면 한국 학생들이라고 질문이 없고 궁금한 것이 없는 것은 아닐텐데,

질문 자체를 많이 하지 않고, 

선생의 설명이, 또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 미흡하다고 하더라도 추가 질문을 통해서 point를 명확히 하기 보다는 그냥 거기서 수동적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지난 번 조국 씨가 가진 기자회견 역시 마찬가지였죠. 

질문을 한 이가 조국 씨의 답변에 이어 추가 질의를 하려고 하면 그것을 차단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고,

[길고 포괄적인 질문 -> (역시나) 길고 포괄적인 답변]으로 한 번에 끝나는 형식을 원하고 [짧은 질문 -> 답변 -> 질문 -> 답변..]은 허용하지 않겠다는 점을 주최 즉에서 여러 차례 명확하게 했죠.


문화적 차이가 큰 것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 선생 앞에서, 상관/상사 앞에서, 대통령 .. 앞에서 껌뻑 죽는 태도를 보이지 않으면 불손한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경우가 많고, 또 그 파장이 (뒤끝이) 한국이 훨씬 더 크고 오래 가고,

- 특히나, 그 질문이 선생, 상관/상사, 대통령 .. 이 충분히 준비되지 않은 것이라면, 또는 예민한 문제라면, 아마 그 뒤끝은 정말 오래가는 경우가 많죠.. 

공격적인 태도를 negative하게 받아들이는 정도가 더 심한 것  (tolerance가 낮은 것) 같고요.

지난 번 문재인 대통령에게 질의한 여기자처럼, 또는 선생님이 잘 모르는 어려운 내용 물어봐서 찍혔던 제 친구 누구처럼 말이죠.


하지만, 그냥 문화적 차이라고 덮고 넘어가면서, 결국 시간 지나면 바꾸지 않을까..? 라는 생각으로 마냥 기다리는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그 시간 동안 우리는 얼마나 많은 손해를 봐야 하는 걸까요?

대학원을 다니면서 비로소 윗사람 눈치 보지 않고 자유롭게 질문을 던지게 되었고, 

그럴 수 있는 (그래도 되는) 강의에 앉아있는 것과 그런 질의가 잘 용납되지 않는 강의에 앉아있는 게 (그냥 수동적으로 던져주는 것만 받아들이는 것이) 배우는 입장에서, 그리고 가르치는 입장에서도 얼마나 비효율적인지를 잘 알게 되었습니다.

발표하는 입장에서도 헛소리하면 바로 날카로운 지적이 들어올 강의와, 질문을 받지 않는 강의는 강의 준비에 투자하는 시간, 노력, 강의의 질 자체가 하늘과 땅 차이일 것입니다.


이제는 대통령 기자회견에서부터 그런 모습을 보고 싶습니다.

그런 자세를 갖고 격의 없이 토론하는 모습을 보고 싶고,

중요한, 예민한 포인트에 대해서도 끊임없이 질의가 이어지는 모습을 보고 싶고,

공격적인 질의가 너그럽게 이해될 수 있는 사회 분위기면 좋겠습니다.


TV에서 아 대통령과의 질의가 저렇구나 보게 되면, 사회 생활이, 학교생활이 좀 더 유연하고 활력있지 않을까요?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30852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9900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60163
111156 설 연휴 잘 쉬셨나요? [16] 칼리토 2020.01.28 582
111155 설에 이게 왠, 도시폐쇄, 까뮈의 ‘페스트’, AFC U-23우승, 그래미 4관왕,드론 [17] ssoboo 2020.01.28 1100
111154 22살 때 케이트 베킨세일 [2] 가끔영화 2020.01.27 979
111153 [근조] 코비 브라이언트 [11] 영화처럼 2020.01.27 1285
111152 머저리와의 대화 8 (한 친구를 기억함) [13] 어디로갈까 2020.01.27 893
111151 해치지않아와 미스터주는 어떤 관계일까요? [13] woxn3 2020.01.27 1083
111150 캐리 멀리건이 오스카 심사위원들 영화 봤다는 인증샷 찍어라 [5] 가끔영화 2020.01.26 1256
111149 2020 Directors Guild Awards Winners [1] 조성용 2020.01.26 484
111148 "주키퍼스 와이프" "다운폴" 추천 [4] 산호초2010 2020.01.26 501
111147 "쉰들러 리스트" 등....떠오르는대로 잡담 [6] 산호초2010 2020.01.26 547
111146 이제 이 나이가 되니까... 장국영이... [4] 동글이배 2020.01.26 1228
111145 옛날 맛있게 사먹었던거 같은 옛날영화 워리어1979 [3] 가끔영화 2020.01.25 500
111144 트루 로맨스, 요즘 다큐멘터리들, 카산드라 크로싱 [3] 양자고양이 2020.01.25 798
111143 남산의 부장들 [3] 메피스토 2020.01.25 1448
111142 그레타 거윅 연출의 작은 아씨들을 보고 [5] 예정수 2020.01.25 1394
111141 우한 폐렴과 공항 풍경 [6] 어제부터익명 2020.01.25 1595
111140 로저 페더러 호주오픈 100승 달성! 영화처럼 2020.01.24 436
111139 이동진이 나온 라디오스타, 김혜리님의 쾌유를 빌며 [6] 예정수 2020.01.24 1876
111138 이런저런 일기...(잠, 딸기빙수, 샤워) [1] 안유미 2020.01.24 491
111137 [넷플릭스바낭] 폴란드제 동네 탐정 드라마 '울트라 바이올렛'을 봤어요 [4] 로이배티 2020.01.24 1687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