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일기...(사냥꾼)

2020.02.04 03:10

안유미 조회 수:420


 1.저번에 쓴 대로 이번주는 안식주로 보내려 하지만 역시 돈벌이를 신경 안 쓸수는 없죠. 사실 저번주부터 손이 근질거렸지만 계속 꾹 참고 있어요. 오늘도 장중에는 일부러 주식을 안 보려고 노력했죠. 왜냐면 주식이 떨어지는 걸 보고 있으면 이젠 정말 사버릴 것 같거든요. 어쨌든 오늘도 잘 참고 넘어갔어요. 이번 주...못해도 목요일까지는 참으면서 지켜보려고 해요. 이번 주는 놀면서 지내자고 정한 건, 주식이 불안정한 시기이기 때문이기도 하죠.



 2.사실 어떤 사회든 그래요. 남자는 사냥꾼이어야 하거든요. 어느 시대든 어떤 곳이던간에 남자는 무언가를 사냥해야하는 의무를 지며 사니까요. 그리고 현대 사회에서는 그 사냥감이 꿩이나 호랑이가 아닌, 돈인 법이고요. 


 까놓고 말하면 남자는 평생 경제에 관련된 삶을 살아요. 인생의 일정 시기까지는 더 좋은 사냥꾼이 될 수 있도록 자신의 잠재력을 갈고닦아야 하고 인생의 일정 시기부터는 이미 자신이 손에 넣은 사냥 능력을 발휘해서 당장 무언가를 사냥해 와야만 하죠. 


 그야 현대 사회에서는 공무원 시험 준비라던가 고시 공부라던가 지망생 준비라던가 하는 걸로, 늦은 나이까지도 사냥꾼이 아닌 사냥꾼이 되는 준비를 계속하는 사례도 많긴 하지만요. 하지만 사회적인 관례에 따르면 성인이 된 후엔 더이상 사냥 능력을 높이는 게 아니라 그나마 가진 사냥 능력을 통해 사냥감을 잡아와야 하는 거예요.



 3.여러분도 이런 경험을 해봤겠죠. 어린 여러분이 뭔가 하고 있는데 웬 어른이 지나가면서 '너희는 참 좋겠다~'이러면서 지그시 바라보고 지나가는 경험이요. 밑도 끝도 없이 젊음을 찬양하고 지나가는 그런 이상한 어른을 여러분도 어렸을 적에 겪어봤을거예요.


 하지만 사실 어린이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어린 시절은 엿같아요. 자유도 없고 가오도 없잖아요. 그나마 가진 좋은 건 잠재력이란 거 하나밖에 없는데 그건 가만히 놔둔다고 해서 저절로 좋아지는 건 아니니까요. 잠재력이란 보석은 노력이라는 빛을 쬐던가 노력이라는 망치로 두들겨서 빛나도록 만들어야 뭔가 좋은 게 되는거지, 잠재력 자체로는 아무런 쓸모도 없어요.



 4.휴.



 5.그러나 경제적 관점에서 보면 어른 입장에서 어린이가 부러운 건 사실인 거예요. 왜냐면 당신이 어른이 되버렸고 한달에 딱 200만원 버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면? 그러면 당장 어디든 취직해서 한달에 200만원씩 벌어야 하는 거예요. 왜냐하면 한달에 300만원이나 500만원 버는 사람이 되는 노력을 할 시기가 끝나 버렸으니까요. 어른이 되어버렸고 그 시점에 갖춘 사냥 능력으로, 자신의 깜냥만큼 사냥감을 잡아오는거죠.


 하지만 어떤 사람이 아직 어린이라면? 그는 경제적 관점에서 보면 노력 여하에 따라 월급 500만원을 벌 수 있는 사람이 될 수도 있고 월급 2000만원을 벌 수 있는 사람이 될 수도 있는 상태예요. 어떤 어린이가 월급을 얼마 받는 사람이 될 수 있는지는 정말 아무도 모르는 거니까요. 그 어린이가 어떤 방향의 노력을 얼마나 하느냐에 따라 그 어린이가 어떤 사냥꾼이 될지 함부로 논할 수 없는 거거든요.


 어쨌든 남자는 그래요. 어른이 되어버렸다면 그땐 꼼짝없이 돈을 벌어야만 하는 입장이 되는거예요. 만약 유예기간을 좀더 가지고 더 나은 사냥꾼이 되는 노력을 하고 싶다면, 그 기간만큼은 남들에게 손을 벌려야 하는 거고요.



 6.하여간 어른이 되면 좆같은 점이 바로 그거거든요. 남자는 어른이 되면 더이상 '내일'이나 '내년' 어쩌고 할 수가 없단 말이예요. 당장 오늘, 이번 달 버는 돈이 곧 자신의 깜냥인 거란 말이죠. '내가 언젠가는...'같은 말은 멍청한 놈들이나 속아넘어가 주는 거고요.


 물론 실력이라는 건 필드에서 느는 거니까, 연봉이라는 건 업계에서 얼마나 잘 하느냐에 따라 다르다고 말할 사람도 있겠죠. 하지만 글쎄요. 그것도 경력과 실적에 따라 더 많은 월급을 주는 직장, 자신을 잘 대해줄 멘토가 있는 직장에서나 가능한 거니까요. 애초에 그런 업계나 직장에 몸담기 위해 다들 열심히 노력하는 거고요. 회사의 소모품이 아니라 회사의 자산이 되려고 노력하는 거죠.


 상당히 많은 업계나 직장이 사람을 그냥 쓰다가 버리고 있거든요. 사람을 키우는 곳이 아니라 그냥 대충 쓰다 버리는 곳에서는 성장을 기대할 수 없고요. 



 7.그리고 그건 나도 그래요. 반드시 돈을 벌어야만 하죠. 쌓아놓은 사냥감이 무지무지 많다면 조급해할 필요 없겠지만 그렇지가 않으니까요. 매일매일...정도가 아니라 매 시간, 매 분 단위로 쪼개서 돈을 벌어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릴 수도 있어요. 왜냐면 나는 직장인이 아니거든요. 직장인은 매달 정해진 시기에 정해진 돈이 들어오지만 나는 벌 수 있을 때 벌어둬야 해요.


 하지만 문제는 이거예요. '돈을 벌어야만 한다'라는 조급함이 돈을 잃도록 만들곤 하거든요. 특히 이런 시기엔요. 주가가 마구마구 빠지고 있는 이런 시기는 기회일 수도 있고 더 큰 함정이 될 수도 있으니까요. 기회일 수도 있고 함정일 수도 있는 다리란 게 그렇거든요. 건너지 말아야 하는 다리를 건너려고 하다가 떨어져 버리면 대미지를 입어요. 그러나 건너야 했던 다리를 건너지 않고 아무것도 안 하면 그것 또한 대미지를 입고요.


 이세상에는 돈을 벌 기회도 늘 있고, 돈을 지킬 찬스도 늘 있어요. 그 기회라는 건 분 단위, 시간 단위, 일 단위, 월 단위, 연 단위로 매순간 존재하죠. 문제는 이번 기회가 돈을 벌 기회인지 돈을 지킬 찬스인지 매번 그순간 판단을 내려야 한다는 점이예요. 그야 내일이 되면 알 수 있는거지만 내일이 되면 이미 돈 벌 기회는 끝나 버린 거니까요. 



 8.이렇게 강박에 시달리는 이유는, 남자는 자본력이 전부니까요. 내가 이렇게 생각하는 게 아니라 사람들이 이렇게 생각하고 있거든요. 어렸을 때는 내 생각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며 살았지만 이제는 어른이 되어버렸어요. 이제는 사람들의 생각이 너무 중요해져 버린 거죠. 이제는 사람들의 생각과 사람들의 평판 안에서 살아가게 됐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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