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2.12 22:48
봉준호 감독의 오스카 수상 배경을 분석하는 여러 글을 읽었어요.
정도의 차이는 있었지만 봉준호 영화 문화의 거리 조성처럼 좀 오글거리기도 했습니다.
90년대부터 이어온 시네필 세대의 위대한 승리라는 글도 있었고
영화 평론가들의 한국 영화 생태계 구축을 위한 지지와 성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논지
그리고 김대중 대통령의 문화 정책과 저멀리 김구 선생의 문화강국론까지 다루는 걸 봤습니다.
어떤 사건이나 현상을 그것이 속한 사회와 문화의 맥락을 배제한 채 생각하는 게 무리일 수도 있겠지만
개인적으로 봉준호 케이스는 류현진이나 김연아처럼 그 개인이 갖고 있었던 역량이 8할은 되었던 거 같아요.
물론 메이저리거나 피겨 스케이팅에 비해 상대적으로 한국 영화계가 경쟁력이 있었던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오스카 작품상 수상은 아무리 생각해도 판타지 드라마에서나 가능한 일 같거든요.
시스템이 정비되지 않은 환경에서 어느 천재적인 개인이 어느날 갑툭튀하고
이것이 계기가 되어 역동적으로 가지치기를 해나가다다 언젠가 일련의 시스템을 갖게 되는 것.
이런 패턴이 한국이 갖고 있는 어떤 아이덴티티가 아닐까 싶기도 했습니다.
2020.02.12 23:15
2020.02.12 23:24
2020.02.13 13:13
이번에 같이 화제가 된 샤론 최가 봉감독 발언 전달을 잘 하는게 물론 본인 실력도 있지만 GV를 하도 많이해서 맨날 비슷한 질문 나오고 봉감독 답변도 맨날 똑같아서 그렇다고 하더라구요 ㅎㅎㅎ
2020.02.12 23:44
봉준호 감독님 녹초가 되었겠군요.
2020.02.13 00:18
손기정까지 거슬러 올라가면 말씀하시는 맥락이 개연성이 있습니다만
김연아는 그렇다 치고, 류현진의 경우는 분명히 무려 세계 3위의 리그와 나름의 빡시게 굴리는 엘리트 체육으로 다져진 한국의 고교야구 인프라가 있죠. 박찬호, 서재응, 김병현, 추신수, KBO 출신으로는 강읍읍 까지 본다면 류현진은 딱히 아웃라이어라고 하기에도.. 굳이 따지면 박찬호가 더 아웃라이어죠.
봉준호도 그렇습니다. 봉준호가 위대하지만 90년대 이후 한국 대중문화 르네상스의 위대한 결실이기도 하죠. 천재적인 개인의 갑툭튀 로 보기엔, 봉준호와 이를테면 박찬욱, 이창동, 홍상수 같은 감독들 사이에 무슨 건널 수 없는 심연의 질적 격차가 존재하는 게 아니니까요. 아시아 영화에서 일본의 시대가 있었고 홍콩의 시대가 있었던 것처럼 지금은 한국의 시대인 거죠.
2020.02.13 00:37
별로 동감은 안되는군요.
영화 환경을 놓고 보자면 미국 이외의 나라에서 가장 선전하고 있는 대표적인 나라가 한국입니다.
우선 1인당 영화 관람 횟수가 미국을 앞지르는 몇 안되는 나라고, 자국 영화 점유율도 엄청나게 높죠.
그래서 영화 투자, 제작도 미국 이외의 다른 나라에 비하면 상당히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구요.
90년대 까지만 해도 수준이 떨어져서 관객들의 외면을 받던 한국영화의 상황을 생각하면 지금 한국 영화의 비약적인 발전과 전반적으로 높은 수준은 기적에 가깝습니다.
물론 한국 영화계에서 봉준호가 가장 뛰어나다는 생각은 하지만 그렇다고 봉준호가 한국 영화계에서 다른 감독들과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갑툭튀한 존재인가 하면 그렇지도 않구요.
아카데미 영화상을 휩쓸었다고 뽕에 취해만 있어서도 안되지만, 객관적으로 전반적인 한국 영화의 수준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고 인정을 하기는 해야죠.
+한편으로 생각하면 한국인의 입장에서 아카데미 작품상이 엄청난 판타지같은 느낌인 건 동감하긴 하지만 냉정하게 보면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은 영화들 중에도 그다지 뛰어나다는 생각을 받지 못했던 영화들도 꽤 많았었고,
기생충 역시도 뛰어난 작품이긴 하지만 이게 아카데미 상을 휩쓸 정도의 작품인가 하는 생각도 들기는 하죠.
2020.02.13 06:37
+1.
동감합니다. 엄청난 일은 맞습니다만 '천재적인 봉준호의 갑툭튀'란 말도 오글거리긴 마찬가지에요. 봉준호 혼자'만' 잘나서 이게 이뤄진 것도 아니고요.
2020.02.13 08:12
2020.02.13 08:55
2020.02.13 10:08
2020.02.13 11:28
'한국의 대졸자는 거의 모두 영어를 할 수 있고' '한국의 젊은 사람은 모두 영어를 할 수 있다'
이부분에서 토모히로란 분이 하는 말의 신뢰도가 바닥으로 곤두박질치는군요. 뉘신지는 모르겠지만...
2020.02.13 14:06
2020.02.13 15:25
2020.02.13 19:22
전적으로 봉감독 본인의 역량과 노력이죠. 한국사회나 한국정부가 이 봉준호에게 해준게 뭐 있습니까. 봉감독이 능력이 있으니 cj도 투자를 한거고. 그의 형처럼 미국으로 유학을 갔으면 훨씬 더 일찍 아카데미를 받았겠지요. 문화강국 어쩌구는 진짜 내 얼굴이 다 화끈거릴 정도네요.우리나라사람들은 염치가 없다는
2020.02.14 01:03
영화계가 그에게 얼마나 호의적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한국영화 특유의 작법은 봉감독도 마찬가지같아요. 한 동네에서 전염됐달까.색깔이 독특하기론 홍상수나 이창동, 김기덕이죠.김기덕은 정신이 심하게 병든 경우같아서 작가로 취급해야할지 혼란스럽지만요.두어 편은 저도 참 좋아했는데.
미장센의 강박은 좋지만(이번에 미술상 후보에도 올랐구요) 여러장르가 뒤섞여 하나도 놓치기 싫다는 듯한 각본은 여전하다고 생각해요
2020.02.14 01:06
2020.02.14 02:35
2020.02.14 03:04
2020.02.14 08:07
일종의 섞어찌개 같은건데 저도 그게 너무 유치해보이기도합니다만. 근데 그게 한국사회에선 과장이나 왜곡이 아니더군요. 장례식장같은데선 흔히볼 수 있는 풍경이니
2020.02.14 19:28
그 과잉이 욕심 혹은 아직은 능력 부족으로 느껴지지는 지점이 살추에 있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그래서 <조디악>나왔을 때 자꾸 살추에 비교되었는데 저는 <조디악>의 완급조절은 정말 훌륭했다고 봤거든요. 그 영화에는 미궁 속에 들어가 어떻게든 끝을 보고 싶은 욕망이 있었고 봉준호가 살추에서 도달하지 못 한 무엇이라고 봤어요. 핀처가 <에일리언3>망하고 만든 <세븐>은 마치 이것저것 생각많고 읽을 것 많은 대학원생이 다 쏟아부은 논문같은 느낌이었는데 <조디악>은 거기서 벗었났더군요.
2020.02.14 02:14
2020.02.14 02:39
2020.02.14 02:49
엎드리긴 뭘 엎드려요. 봉준호는 봉준호고 님은 님이지요. 단지 그는 한국 영화판에서 나올 수 없는 사람이란거는 분명하다는거죠
2020.02.14 03:13
2020.02.14 07:42
봉준호가 없어도 한국영화계는 아카데미를 탈 수 있었다(X), 봉준호는 한국이 아닌 다른 국가, 이를테면 그의 형이 이미 유학한 미국에서 영화를 했어도 아카데미를 탔을 것이다(O). 간단한 사고실험만으로 알 수 있는걸 굳이 엎드리고 말고 할 게 있나요.
2020.02.13 19:59
80년대에 일본의 별 자질구레한 문화들까지 선진국의 일반대중에 소개되어 널리 소비가 된 것과 비슷한 맥락으로 이번에는 한국의 문화(역시 별 자질구레한 것들까지)가 빠르게 번져가고 있다는 생각은 드네요. 좋은 기회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