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저도 실패했다고 단언하고 싶지 않고, 충분한 가능성이 있다고 믿고 싶을 뿐더러 그 이전 세대는 그럼 뭐 얼마나 훌륭했는가 반문할 수도 있겠습니다.

다만 제목은 간단하게 써야 할 것 같아서 실패했다고 표현했습니다. 


젊은 여성들이 페미니즘적 자각을 해나가면서 남녀 대중의 격차가 드러났을 때 사람들이 흔히 하는 말이 있었죠

이 사회가 젊은 남성을 민주 시민으로 길러내는데 실패했다고요

그 말에 꽤 동의했습니다. 말도 안 되는 일들이 너무 많이 물 위로 떠올랐으니까요. 

그리고 법망을 피해서 아직까지도 계속 되고 있다는 사실이 너무 끔찍하고요. 


이번 트랜스젠더여성의 숙대입학 시도와 포기 사건을 보면서 그나마 기대했던 여성 집단도 

사실은 그 차이가 종이 한장 정도에 불과했던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자꾸 듭니다.

그런 생각을 처음 하게 되었던 건 이번에 트랜스젠더 혐오적 발화를 하는 것이 

기존에 젊은 탈코르셋 비혼 여성이 아닌 나머지 모든 대상을 향해 혐오의 언어를 일삼던 소위 워마드나 렏펨으로 일컬어지던 소수 그룹이 아닌 

인터넷에서 활동하는 다수의 여성의 공통된 언어라는 점을 발견했기 때문입니다. 


혐오의 언어를 우리가 귀담아 들어야 할 이유가 없다고 볼 수도 있어요.

그렇지만 연대는 결국 아우르는 것이고 어떤 집단도 그 집단이라는 이유만으로 배제할 수 없기 때문에 

그 말을 '들어주지' 않더라도 어떤 말을, 왜 하는지 확인은 해야 할 필요가 있지요.

그래서 가스통 할배에 대한 연구도 있는 거고, 정치권에서는 20대 남성의 목소리르 듣기 위해 노력하기도 하는 거잖아요

(물론 후자의 노력은 보통 조롱의 대상이 되기도 합니다만)


그리고 그 내용에서 공통적으로 확인되는 지점은 바로 빼앗긴다였습니다. 

여성혐오 사회에서 여성의 영역을 힘들게 개척해왔는데 그것을 트랜스젠더라는 남성성에서 비롯된(일단 그들의 표현입니다) 집단에게 빼앗긴다고요.

이것은 기존에 젊은 남성들의 볼멘소리, 우리도 힘들게 사는데 여성들이 우리가 가진 얼마 되지 않는 것을 빼앗으려고 한다와 놀랍도록 유사합니다.


이 세대는 연대에서 비롯되는 기적같은 일들에 대한 경험이 없는 거에요. 

나누는 것이 내가 가진 것을 빼앗기는 게 아니라 전체 파이를 넓혀나갈 수 있다는 기대감이 없는 거고요.

경쟁사회에 내몰려서 나 하나 살기도 버거워서 결혼을 포기하고 출산과 육아를 포기하는 세대라는 점은 남성 뿐 아니라 여성에게도 동일했으니까요.

물론 이런 말을 하는 저조차도 아직은 젊은 세대의 여성이고, 연대의 경험을 직접 해보진 못했습니다. 

그렇지만 과거에 그러했던 경험담을 들었고 이를 통해서 간접 경험이 쌓였고 어느 정도는 내제화 할 수 있었지요. 

안타깝게도 젊은 세대의 다수는 이에 대한 경험과 통찰이 부족한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의 소수자성에 매몰되어 자기가 가진 작은 파이를 뺴앗길까봐 전전긍긍하는 것 같습니다. 

윗세대는 젊은 세대를 탓할 것이 아니라 자기 반성부터 해야 할 것입니다. 


이 논의와 관련되어 여러 방향에서 들리는 이야기도 많고, 눈물나는 경험담도 많습니다. 

다만 저는 매우 실망스러웠고, 지금도 가슴이 답답하지만,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문제의 지점을 정확히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입니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34925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54253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64691
111702 그러는 와중에 "청춘불패"의 왕구 아저씨 집에 누전으로 화재 났다는.. [3] espiritu 2010.12.18 2140
111701 [설문] 만 20세 - 법적으로 완전한 성인이 되면 무조건 본가에서 나간다? [15] 고인돌 2010.12.18 2769
111700 심슨가족의 어두운 유머/ 유럽 디자이너 제품 질문 [9] loving_rabbit 2010.12.18 3574
111699 아웃백 겨울 한정메뉴 어때요??-괴기가 땡겨요. [10] 쇠부엉이 2010.12.18 3010
111698 2010 이별, 박용하 [2] 가끔영화 2010.12.18 1498
111697 인사이드 에디션 91-92시즌 엔딩 01410 2010.12.18 1104
111696 [듀나인] 영화제목 좀 가르쳐 주세요. [2] Iceman 2010.12.18 1047
111695 히트텍이 결국 발열내의인거죠? [6] 토토랑 2010.12.18 4099
111694 여러 가지... [14] DJUNA 2010.12.18 3173
111693 (듀나iN) 얼마전부터 갑자기 허리가 아파요 [3] 사람 2010.12.18 1751
111692 질문이 있어요)코원pmp p5가 새로 산 노트북에서 폴더인식이 못하는데요 [1] 냉방탐험 2010.12.18 1194
111691 프레지던트 재밌군요! [5] 라라라 2010.12.18 1894
111690 오세훈 서울 시장 무상급식 토론 거부. [8] 마르세리안 2010.12.18 2499
111689 오늘 7시 서울아트시네마 작가를 만나다 - 이재용 [1] 잔루는만루 2010.12.18 1091
111688 무슨꽃 일까요 [9] 가끔영화 2010.12.18 1668
111687 (바낭) 영드 미스핏츠 시즌 2 떴네요! [3] 비밀의 청춘 2010.12.18 1803
111686 고백 - 미나토 가나에[책] [2] catgotmy 2010.12.18 1666
111685 동남아 미인들... 그냥 가벼운 질문. [22] DJUNA 2010.12.18 7235
111684 올해 개봉한 '한국 로맨틱 코미디' 선호도가 어떻게 되세요? [9] 자본주의의돼지 2010.12.18 2139
111683 히트텍 vs 웜히트 [1] 자본주의의돼지 2010.12.18 2624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