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5.22 12:27
백분토론에서 대마초 관련 토론을 하고 있을 때 (신해철이 패널이었죠)
한 방청객이 신해철에게 이렇게 질문을 합니다.
"신해철씨에게 묻겠습니다. 만약 당신의 아들이 대마초를 핀다고 해도 그것을 허용하겠습니까?"
그 순간 녹화장은 잠시 어안이 벙벙해졌죠.
신해철은 이렇게 대답을 합니다.
"토론할 때 그런 식으로 질문을 하는 건 경우에 어긋하는 행동입니다.
굳이 똑같은 논리로 반문을 한다면,
그럼 당신은 자기 아들이 방에서 대마초를 피우고 있으면 당장 경찰에 전화를 걸어서 '여기 내 아들 잡아가시오'하고 신고하겠습니까?"
논쟁할 때 가족의 논리가 금기시되는 이유는,
가족이란 논리의 영역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부모가 자식에게 손익계산 따져보면서 공부를 시키거나 유학을 보내는 게 아닙니다.
그냥 자식이니까, 그냥 부모니까, 그냥 가족이니까 베풀고 의지하고 그러는 겁니다.
가족의 논리가 개입되는 순간 이 세상의 어떤 논쟁도 흙탕물이 되고 맙니다.
가족이 얽히지 않을만한 사안이 세상에 존재하겠습니까. 다 갖다붙이면 되는 게 가족입니다.
가족 논리를 끌어들인다는 건 자신이 막장까지 갔다는 걸 스스로 인정하는 꼴이 되는 겁니다.
사회에서 제 아무리 철천지 원수가 날선 욕설을 주고받더라도 가족을 들먹이지는 않습니다. 그 순간 갈데까지 간다는 걸 서로 알고 있기 때문이죠.
<말죽거리 잔혹사>에서 선도부장이 이정진에게 결투신청을 할 때 상대가 결투에 응하지 않으니까 결국 뭐라고 합니까.
"야 식모아들"
그 소릴 듣고 반응하지 않으면 그는 패륜이죠.
결국 둘은 옥상으로 올라가 끝장을 봅니다.
만약 논쟁을 할 때 상대방이 가족이 어쩌고 식구가 어쩌고 운운한다면 그냥 "즐쳐드셈"하고 뒤로가기 버튼을 누르십시오.
더 이상 상대할 필요가 없으니까요.
이건 성매매의 찬반여부와는 전혀 상관없습니다. 그 이전에 토론의 자질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토론도 격이 맞아야 말을 섞는 거죠.
논리가 안 맞는 건 참을 수 있어도 격이 안 맞는 건 견딜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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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애가 그렇고 사형제도가 그렇고 이걸 이상하게 이용하시는 분들이 대단히 많은데, 부모가 자식에게 손익계산 따져보면서 공부를 시키거나 유학을 보내는게 아닌가요? 아뇨. 유학보내고 공부시켜야 현대사회에서 자기가 하고싶은거 하며 살아갈 수 있으니까, 그거 철저하게 따져서 이익이 된다고 생각하니까 보내는겁니다. 물론 여기엔 자식이 하고싶어하는 공부를 시킨다는 의미도 섞여 있죠. 오직 후자의 마음만 있다면 그것도 좋지만, 정말 그런 부모가 있나요? 그건 전적으로 자기 자식이 현명하게 자기 인생을 살아갈꺼라고;즉 유형이건 무형이건 자기 이익에 충실하다고 믿는 부모죠.
뭐가 격이 맞아야 토론을 하죠. 기본적인 자기이익의 논리조차 외면하는데 격은 무슨 격입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