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3.08 16:16
- 반성하는 마음으로 다시 뻘글 외길로 정진하도록 하겠습니다. ㅠㅜ
1.
벌써 시리즈가 여덟편인가 아홉편이 나와 있는 인기 시리즈입니다만, 저는 이 게임이 처음이었습니다.
야쿠자들 나와서 의리의리! 하는 소재 & 내용에도 별 흥미가 없었고 또 딱 봐도 옛날 게임 티가 풀풀나는 물건인지라... 그러다 결국 손을 댄 건 물론 게임패스 때문이었죠. 이것이 참 마성의 서비스입니다. 돈 주고 사라고 하면 절대 안 했을 게임들을 자꾸만 해보게 만드는... 애초에 마소가 넷플릭스를 벤치마킹해서 만든 서비스라 '즐거운 인생 낭비'라는 측면에서 닮은 점이 많아요.
음... 그러니까 뭔가 대단히 총체적이고 종합적으로 '아저씨들'용 게임입니다.
일단 스토리 측면을 보면, 시대적 배경도 80년대구요. 스토리 역시 80~90년대 '대본소' 만화나 소설들 중 깡패들 나오는 이야기의 공식을 시대 재현 수준으로 충실히 따라가요.
그래서 초반의 인상은 '대단히 시대 착오적'이라는 거였습니다만, 바꿔 말하면 그런 부분이 오히려 신선하게 느껴지는 부분도 없지는 않습니다.
이렇게 고색창연한 시대착오적 컨텐츠는 정말 요즘 세상에 거의 없거든요(...) 게임 쪽도 서양 같은 경우엔 거의 넷플릭스급으로 인종, 성별, 성정체성 고르게 하고 성상품화 논란 피하려고 캐릭터 외모까지 일부러 덜 예쁘게 만들고 하는 판국에 이렇게 대놓고 '고독한 의리의 쏴나이(!!)들과 그들이 지켜주는 한 떨기 가련한...' 같은 식으로 가는 이야기는 정말.... 물론 바람직한 것도 아니고 새로울 것도 전혀 없지만, 정말 오랜만이다 보니 신선한 느낌이랄까. 뭐 그랬습니다. ㅋㅋ
게임성 측면에서도 그렇습니다.
돈 크게 안 들인 일본 게임들이 거의 그렇듯이 21세기 스타일과는 거리가 먼 플스2 시절 게임 시스템으로 되어 있어서 묵은 게임 리마스터 느낌이거든요.
아마 그 시절 게임이나 요즘 일본 게임들 많이 안 해보신 분들은 시점 조작과 미니맵 꼬라지(...)에서부터 아주 난감하실 겁니다.
또 개발진이 기술력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꼴은 오픈월드지만 좁아 터진 유흥가 골목 몇 개 밖에 안 되는 맵에서 어디 들어가고 나올 때마다 화면 암전에 로딩에... 실내로 들어가면 거의 무조건 시점 조작이 안 되는 것도 딱 옛날 게임이구요. ㅋㅋ
게임의 메인 컨텐츠도 그래요. 90년대 오락실의 '벨트 스크롤 액션' 게임을 기본으로 깔고 거기에 오만가지 미니 게임들을 토핑해 놓은 모양새인데, 요즘 벨트 스크롤 액션 같은 건 인디 게임 아니면 거의 접하기 힘들죠.
암튼 그래서 잘 만든 게임이냐 아니냐, 재미가 있냐 없냐를 따지자면.
처음엔 되게 구린데 붙들고 계속 하다 보면 의외로(???) 잘 만들어진 부분들이 눈에 띕니다. 그래서 그게 성향에 맞으면 어떻게든 엔딩까지 달려볼만 해요.
메인 컨텐츠인 벨트 스크롤st. 액션도 처음엔 좀 싱겁지만 하다 보면 꽤 손맛도 좋고 호쾌한 느낌으로 즐길 수 있구요.
오만가지를 때려 박아 넣은 미니 게임들 중에도 의외로 할만한 게 몇 가지는 있습니다.
서브퀘스트들은 뭐... 100개나 때려박다 보니 대체로 구리지만 그래도 보면 나름 성의는 보였네 싶은 스토리도 종종 눈에 띄구요.
기술력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집요하게 구현해 놓은 일본 유흥가의 밤풍경도 가만히 보면 되게 디테일에 신경 썼구나... 싶어서 게임 하다 보면 정이 듭니다.
또 옛날 일본 게임 스타일답게 게이머들이 원하면 몇 십에서 몇 백시간까지 즐길 수 있는 컨텐츠들을 추가 판매 없이 와장창 넣어줬다는 것도 그 컨텐츠에 대한 호불호와 관계 없이 좋게 평해줄 수 있는 부분이죠.
다만... 애초에 돈이 많은 회사에서 만든 게 아니다 보니 컷씬들 중 대부분은 성의 없는 마네킨샷으로 때운다든가,
스토리면에서 '쏴나이!!!' 강조를 위해 다른 모든 걸 포기하다 보니 막판에 개연성이 우주로 가버리는 전개들이 종종 튀어나온다든가,
'원하면 즐겨도 되는 추가 컨텐츠'라는 게 대부분 지옥 같은 노가다를 감당해야만 즐길 수 있게 되어 있다든가,
몇십 시간 동안 흉악하게 생긴 야쿠자 아저씨들이 목이 쉬도록 갈아대는 목소리로 오만상을 찌푸리는 꼴들을 보고 넘겨야 한다든가,
기본적으로 참 불편하고 조잡한 게 많은 옛날 스타일 게임이라든가...
와 같은 단점들도 분명하니 아무에게나 추천할 수 있는 게임은 아닌 것 같고 그렇습니다.
또 그 뭐냐... 듀게의 평균적인 상식으로 볼 때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소재와 전개들이 너무 많아요. ㅋㅋ
결국엔 주인공들이 야쿠자, 그러니까 조폭인 것인데 되게 얼척 없이 대충 미화해버리는 태도도 문제겠지만 뭣보다도 '여성'을 다루는 방식이 그렇습니다.
비중 있고 대사 있는 여자 캐릭터라곤 한 명 뿐인데 이 분은 그냥 잠자는 숲속의 공주님 수준을 벗어나지 못 하고,
그 외의 나머지 여성 캐릭터들 중 대사가 좀 있는 것들은 죄다 일본 AV배우들을 캐스팅해서 모델링와 음성 녹음을 했구요.
그 캐릭터들과 함께 하는 일이란 게 전화방에서 꼬셔서 모텔 가기, 술장사 에이스로 키우기, 수영복 차림의 이미지 비디오 감상하기... 이런 것들 뿐이죠.
심지어 '최고의 호스티스를 꿈꾸는 순수한 소녀를 물심양면으로 돕는 마음 따뜻한 술집 지배인들' 이라는 스토리로 훈훈하게 전개되는 에피소드도 나오고 그럽니다. 나중엔 그 여자 캐릭터의 아버지까지 와서 '우리 애 잘 키워주십시오!!!'하고 넙죽 절을 하고 막 그냥... 상상을 초월합니다. ㅋㅋㅋㅋ
정리하자면.
요즘엔 잘 안 나오는 길거리 쥐어패기 액션 게임을 그나마 괜찮은 그래픽과 나름 신경 쓴 시스템으로 즐기고 싶으시다면 일단 관심을 가져 보시고,
다만 그러기 위해서는 시대 착오 200%의 '쏴나이!!!' 깡패 스토리와 천진난만한 성차별 & 저질(...) 컨텐츠들을 견딜 각오를 하셔야 한다는 거.
뭐 그러합니다.
+ 플레이 타임은 서브퀘 신경 안 쓰고 메인만 달리면 대략 20~30시간. 이것저것 건들다 보면 40~50시간. 완벽하게 다 마스터하겠다면 기본 100시간... 이렇습니다.
++ 게임 속에 들어가 있는 미니 게임들 중에 '아웃런'과 '스페이스 해리어'가 있습니다. 아웃런은 거의 20년만에 처음 해봤는데 이게 지금 하니 꽤 어렵네요. 역시 늙었...;
+++ 그러니까 게임 시스템 면에서 같은 회사의 전설의 실패작 '쉔무'를 계승한 물건이구요. 해보신 분이 거의 없을 전설(또. ㅋㅋ)의 망작 '데들리 프리모니션'과도 대단히 비슷하고 그렇습니다. 근데 이 시리즈가 막 열개씩 나오면서 흥행하는데 '데들리 프리모니션'은 왜 그리 망했는지 모르겠어요. 정말로 되게 비슷한데요.
2.
제목에다가 적어 놓은 6년동안 하는 게임은...
사실 쓸 말이 별로 없어요. 핸드폰 게임 '캔디 크러시 소다' 입니다.
6년 전에 제가 디자인에 혹해서 노키아제 윈도우폰을 샀을 때 스토어에 뭐 있는 게 없어서 '게임이 되기는 하나?'하고 찾아보다 그냥 깔아본 후 가아끔씩 생각나면 켜서 깨작깨작 하고. 그러다 접고. 그러다 또 너무너무 심심한데 할 수 있는 게 없을 때 꺼내서 잠깐 또 하고. 뭐 이런 식으로 지금까지 하고 있네요. 이후로 폰을 세 번을 바꿨는데 바꿀 때마다 또 아무 생각 없이 다시 깝니다. 당연히 돈주고 아이템 사는 일은 전혀 없구요. 도저히 말도 안 되는 난이도의 레벨이 등장하면 걍 아무 생각 없이 뒀다가 1주일 뒤에 하고... 삼일 뒤에 하고... 한 달 뒤에 하고... 이러다 운좋게 깨면 좋은 거고 아님 말고... 이런 식으로 술렁술렁 즐기는데 어느 순간 확인을 해 보니 현재 스테이지 번호가 무려 3211번이군요. 하하...;;
도대체 그동안 이 게임에 쏟은 시간이 얼마나 되는지 궁금하지만,
뭐 정말로 다른 할 일 없을 때만 했던 게임이라 시간이 아깝거나 그렇지는 않습니다. ㅋㅋㅋ
다만 이 회사는 게임을 언제까지 업데이트할 건지가 궁금하네요. 현재 몇 스테이지까지 만들어져 있는지도 궁금하구요.
아마 그 끝을 제가 보게될 일은 없겠죠. 그 전에 서버를 내려 버리지 않겠습니까.
2020.03.08 17:08
2020.03.08 17:46
저도 그냥 이건 게임이 아니라 무료 도박 내지는 그날의 운빨 측정기 정도의 물건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ㅋㅋㅋ
그래서 대략 스테이지 100~200 근처까진 나름 양심적인(?) 게임 아닌가 싶었는데 언제부턴가 난이도가 급상승하면서 현질 아님 즐기지도 못할 상태가 되더라구요.
그래도 매일 한 시간 동안 파워업 특혜를 준다든가, 며칠 안 하다가 다시 켜면 이것저것 보너스를 챙겨준다든가... 하는 미끼 시스템이 있어서 딱 그 미끼 소진할 때까지만 하는 식으로 6년을 보냈더니 이렇게 됐네요. ㅋㅋ
2020.03.08 17:51
오. 좋은 표현이네요 '그날의 운빨 측정기'라.
2020.03.08 17:44
콘솔 게임을 전혀 안하는지라 게임 얘기가 나오면 구세대임을 체감합니다. 중독 성향이 있어서 게임까지 손대면 인생 망(...)일 것 같아서 겁도 나고요. 무려 지뢰찾기에 1-2년동안 중독된적이 있어서리;;; 한편으론 게임도 좀 해줘야 동시대인으로 사는 거 아닌가라는 압박감도 있고요. 핸폰 게임은 포켓몬에 또 중독. 돌아다니기는 싫은 조작러였습니다....... 그걸 소파에 누워 서너시간씩 해대니. 암튼, 게임 서사에 관심이 많은데 무서워요. 라스트 오브 어스라는 게임 해보셨나요? 그게 그렇게 작품성(?)이 좋다던데..
2020.03.08 17:52
콘솔 게임들 장점이 PC보단 상대적으로 중독될만한 게임이 많지 않다는 거에요. ㅋㅋ 중독하면 역시 온라인 경쟁 게임이고 특히 랜덤박스 현질 게임인데 콘솔쪽은 PC보단 그 쪽이 '아직은' 덜 발달되어 있어서요.
게임에서의 서사는... 기대 않으시는 게 좋습니다. 특히 드라마나 영화 많이 보시는 분들이라면 게임들 내러티브 보면서 한숨만 나오실 거에요. 아무래도 분야가 다르니.
그나마 라스트 오브 어스는 그 중에 스토리와 연출에 신경을 많이 쓴 게임이죠. '칠드런 오브 맨'과 '워킹 데드'를 너무 대놓고 가져다 조합한 스토리라 저는 높이 안 쳐줍니다만, 저같은 사람은 극소수이고 대부분 되게 좋아해요. 특히 스토리 중심 게임에 관심이 있으시다면, 언젠가 콘솔 게임에 손을 댈 위기(?)에 처했을 때 한 번 해보시라고 추천 드립니다. 개인적으로는 그것보다 레드 데드 리뎀션1, 2의 스토리를 더 높이 치지만... 이건 오픈월드 게임이라 처음에 손 대시면 되게 난감하실 듯. ㅋㅋ 그리고 라스트 오브 어스도 게임 스토리 중에 최상위권인 건 분명하니까요.
2020.03.08 20:07
2020.03.08 20:18
2020.03.08 22:06
2020.03.08 20:13
2020.03.08 20:20
2020.03.08 20:14
2020.03.08 20:21
2020.03.08 21:51
2020.03.09 10:17
쉔무도 엑스박스 게임패스에 있어서 한 번 해봤는데요... 제 인상은 '딱 그 시기에 바로 즐겼어야 할 게임'이었습니다.
거기에서 화제를 모았던 신선한 요소라는 게 이후 수십년간 GTA를 필두로 한 오픈월드 게임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전혀 신선하지 않은 게 되어버렸고...
그 오픈월드틱한 요소를 제외하면 쉔무 역시 여러가지 미니 게임들의 집합체인데 그 미니 게임들이 요즘 하기에 크게 재밌지 않죠.
그리고 쉔무3은 이미 '쉔무1, 2에서 게임성 발전은 없음'이라고 추억팔이 게임으로 평가가 확정된 분위기구요.
저도 게임 속 미니 게임은 거의 안 하는 편입니다. ㅋㅋ 옆길로 새는 게 별로에요. 그나마 즐겼던 미니 게임이라면 위쳐3의 궨트 정도?
캔디 크러시 시리즈들은 정말 게임이라고 하기 애매한 지경까지 와 있어요. 말씀하신 것처럼 게임이 판을 깨주고 싶으면 깨주고(...???) 아니면 아무리 풀려고 몸을 뒤틀면서(?) 해봐도 영영 안 깨질 것만 같다가도 텀을 두고 하면 또 그냥 수월하게 깨지는 걸 보면 이게 게임이 맞긴 한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스테이지 세 자릿수를 넘은 다음에 폰을 바꾸고 새로 설치했는데 다시 첫 판이길래 사탕과 이별해 버렸어요. 네 자릿수 스테이지라니 굉장하네요 아무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