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4.15 00:20
왓챠플레이에 가스통 르루의 [노란방의 비밀]의 각색물이 있더군요. 검색해보니 이 소설을 각색한 영화는 무성영화 시절 때부터
최소한 여섯 편이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왓챠에 있는 건 그 중 가장 최신작으로, 2003년에 나왔습니다.
원작은 굉장히 재미있는 책입니다만, 영화에 어울리는 작품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밀실을 다룬 고도로 정교한 미스터리
소설은 영상으로 옮기면 어색하고 우스꽝스러워질 가능성이 커요. 대부분 정통 추리소설이 그렇듯 끝없는 문답과 강연의
연속이고요. 전 이런 문답과 강연을 책으로 읽는 걸 좋아합니다만 영화는 사정이 좀 다르지 않을까요?
궁금해서 영화를 봤는데, 원작에 꽤 충실한 편입니다. 미스터리 구성만 보면 특별히 심하게 바꾼 건 없어요.
영화로 옮기면 티가 날 수밖에 없는 변장을 보다 철저하게 한 게 다르달까. 아, 시대 배경을 1920년대로
옮겼더군요.
하지만 가장 큰 차이점은 시대배경이 아니라 분위기입니다. 이 영화는 대놓고 코미디예요. 스탕게르송 박사는 구름이 조금만
껴도 달리지 못하는 태양열 자동차의 발명가이고 저택 주변엔 실용성 떨어지는 골드버그 머신들이 굴러다닙니다.
용의자나 탐정들은 모두 어쩔 수 없이 수다스러운 사람들이지만 그러면서 무성영화 슬랩스틱 코미디언처럼 굴고 있죠.
이치에 맞는 선택 같습니다. 이 영화가 다루는 이야기는 어처구니 없는 멜로드라마로 요새 관점에서 진지하게
받아들이긴 좀 어렵죠. 게다가 사건들을 그대로 재구성하면 좀 슬랩스틱 코미디 같잖아요. 이걸 심각하게
요새 관객들에게 전시하느니 차라리 대놓고 코미디로 만드는 게 나을지도 모르죠. 이 태도를 통해 얻은 게
꽤 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래도 문답과 강연의 연속은 여전히 남습니다. 특히 진상을 설명하는 명탐정 를루타뷰의 강연은
한없이 길어질 수밖에 없어요. 저야 어렸을 때부터 좋아했던 책에 대한 향수를 되새기며 이 모든 것들을
즐겼습니다만, 원작에 대한 애정이 없는 관객들도 그랬을까요? 모를 일이죠.
(17/04/15)
★★☆
기타등등
언제나 를르타뷰의 다음 모험들이 궁금했죠. 다들 [노란방의 비밀]에 비해 떨어진다고들 합니다만,
그거야 직접 읽고 판단할 일이죠. 이 영화를 만든 사람들은 다음 편인 [Le Parfum de la Dame en Noir]도
각색했더군요.
감독: Bruno Podalydès, 배우: Denis Podalydès, Jean-Noël Brouté, Claude Rich, Scali Delpeyrat, Sabine Azéma, Michael Lonsdale,
Julos Beaucarne, Olivier Gourmet, Pierre Arditi, 다른 제목: The Mystery of the Yellow Room
IMDb http://www.imdb.com/title/tt5950980/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559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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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색하고 우스꽝스러*질 가능성이 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