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8.25 23:13
외무부 관료인 사무엘 페넌이 공산진영의 스파이라는 익명의 투서가 날아듭니다. 이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그를 인터뷰한 서커스의
찰스 돕스는 별다른 혐의점을 찾을 수 없다고 보고를 올리는데, 다음 날 페넌은 유서와 함께 시체로 발견됩니다. 그가 자살했을 리가
없다고 생각한 돕스는 은퇴를 앞둔 멘델 경위와 함께 그의 죽음을 둘러싼 진상을 추적하기 시작합니다.
낯선 이름이 익숙한 이야기 속에 섞여 있다고 생각하시겠군요. 이 영화에서 제임스 메이슨이 연기하는 찰스 돕스는 사실 조지
스마일리입니다. 시드니 루멧의 [침묵의 살인]은 르 카레의 첫 번째 스마일리 소설인 [죽은 자에게 걸려온 전화]를 영화화한
작품이죠. 스마일리의 이름을 그대로 쓸 수 없었던 건 이 이름의 사용권을 [추운 나라에서 돌아온 스파이] 판권과 함께
팔아버렸기 때문이라더군요. 알렉 기네스가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 미니 시리즈에서 스마일리를 연기하기 전엔
스마일리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영화는 만들어지지도 않은 걸로 아는데 참으로 쓸데없는... 하여간 그렇다는 것입니다.
원작도 그렇지만 스파이물보다는 추리물에 가까운 영화입니다. 냉전시대 첩보세계가 배경이긴 하지만 이 영화에서 스마일리... 아니,
돕스의 임무는 페넌을 죽인 살인범을 잡는 것이죠. 전통적인 '누가 죽였나'의 탐문수사의 형식에 갇혀 있기 때문에 영화는 스마일리가
나오는 중후기 작품에 비해 소품처럼 보이고 실제로도 소품이기도 합니다.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처럼 서커스를 뒤흔들만한
거대한 사건은 아니죠.
스마일리가 주인공인 각색물 중 멜로드라마의 성향이 가장 강한 영화입니다. 따지고보면 원작보다 더 강하죠. 영화는 스마일리의
전쟁 시절 동료인 디터 프라이와 앤의 불륜 관계를 삽입해서 분량을 늘렸으니까요. 그 때문에 종종 스마일리 영화치고는 지나치게
[사랑과 전쟁]스러운 장면들이 튀어나오긴 하는데, 멀리서 보면 기존 스토리 안에 잘 녹아든 편입니다. 제임스 메이슨은 키가 좀
큰 편이고 연기가 조금 외향적이긴 하지만 상당히 좋은 스마일리고요. 지금은 거의 기억되지 않는 작은 영화지만 르 카레 팬이라면
무시할 수 없는 작품입니다.
(15/08/25)
★★★
기타등등
퀸시 존스가 음악을 맡았고 아스트루드 질베르토의 노래가 계속 나오는데 과연 영화의 내용과 잘 맞는 건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저만 60년대 영국에 대한 선입견 안에 갇혀 그렇게 생각하는 건지도 모르겠군요.
감독: Sidney Lumet, 배우: James Mason, Simone Signoret, Maximilian Schell, Harriet Andersson, Harry Andrews, Kenneth Haigh, Roy Kinnear, Max Adrian, Lynn Redgrave, Robert Flemyng:
IMDb http://www.imdb.com/title/tt0061556/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28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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