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목에도 적어놨듯이 결말을 다 까발리는 글입니다.











그러니까 결국 비스트도 언브레이커블도 죽어버리잖아요.


그나마 비스트는 나름 드라마틱하고 애절하게, 자신의 보호자 품에 안겨서 죽기라도 하는데 언브레이커블씨는 그야말로 개죽음.


어려서 겪은 체험으로 인해 생긴 물에 대한 공포 때문에 그걸 자기 약점으로 생각하게된... 블라블라 하는 얘길 두어번씩 하길래 '막판엔 그걸 극복하려나?'는 생각을 좀 했었는데 극복은 개뿔. 비스트랑 싸우다 물에 젖어 약해진 상태로 일반인에게 질질 끌려가서 꼼짝도 못하고 맨홀에 고인 물에 코를 박고 죽죠. 무슨 유언을 남긴 것도 아니고, 죽을 때 아들래미가 와서 손이라도 잡아 준 것도 아니고, 죽으면서 기껏 한 거라곤 사라 폴슨 의사의 악행을 잠깐 본 것 뿐인데 그걸 누구에게 알린 것도 아니고 혼자 보고 그냥 바로 혼자 죽었죠. 게다가 그게 또 어차피 몇 분 후면 관객들에게 자세히 다 보여질 내용이었으니 언브레이커블이 죽기 직전에 그걸 본 게 당최 무슨 의미였는지도 모르겠어요. ㅋㅋ 그래서 전 그 분이 어떤 억지로든 부활하실 거라고 철석같이 믿었답니다.



암튼 제가 이 영화를 맘에 안 들어하게 된 건 99%가 이 언브레이커블씨의 죽음 장면 때문입니다. 

뭐 감독님하가 설파하고 싶어하는 주제라든가, 교훈이라든가 이런 건 둘째치구요.

20년 전에 재밌게 봤던 영화의 맘에 들었던 캐릭터가 돌아온 것에 대한 반가움을 안고 영화를 봤는데 시작하자마자 정신병원 갇혀서 한 시간을 넘게 '어헝. 사실 내가 미친 놈이었나봐' 하고 울적해하다가 간신히 정신차리고 힘 내자마자 이런 결말이니까요. ㅋㅋㅋ 정 죽일 거라면 폼나는 죽음까진 아니어도 좀 덜 비참하게 죽여주지 이건 너무... ㅠㅜ



뭐 막판에 반전으로 '사실은 다 글래스의 작전이었고 사라 폴슨도 거기에 놀아난 거임!'이라는 내용을 넣어주긴 하는데 역시 제 성에는 안 찹니다.


일단 그 비밀 기관의 존재 목적이란 게 일반 대중들이 초인들의 존재를 눈치채지 못하게 만드는 거잖아요. 그리고 미스터 글래스의 목적은 수퍼 히어로가 현실에 존재한다는 걸 사람들에게 각인시키는 거구요.


그럼 굳이 거창하게 탈출해 놓고선 바로 그 정신병원 앞뜰에서 '자살 작전'으로 경비들이랑 치고 받는 모습을 cctv에 찍힌 후 그걸 유튜브로 공개한다... 는 식의 복잡하고 효과 떨어지는 계획을 짤 이유가 뭡니까. 비스트와 언브레이커블에게 입 털어 놓은대로 탈출 즉시 시내로 달려가서 한바탕 난리를 쳐 주면 되죠. 유튜브에 뜨는 그런 영상들 믿는 사람이 세상에 얼마나 되나요. 다 조작이고 cg로 낚시질 해서 돈 벌려는 거라고 생각해서 악플이나 달 텐데 걍 시내로 가야죠. 상황을 보면 그럴만한 시간도 충분했고 또 그랬다면 소기의 목적은 다 이루면서 최소한 언브레이커블씨는 안 죽었을 걸요.



 + 그리고 이건 별로 중요한 점은 아니긴 한데. 마지막에 케이시, 아들, 글래스 엄마가 사이 좋게 앉아서 희망찬 미소를 짓는 걸 보면서 좀 괴상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던은 애초에 그냥 영웅이었고, 비스트는 분명 빌런이었지만 본체 케빈의 아픈 사연이라는 핑계가 있긴 하죠. 근데 미스터 글래스는... 뭐 얘도 나름 애절한 삶이 있다지만 여러분들은 용납이 되던가요. 자기 꿈 이뤄보자고 최소 수백에서 수천 이상의 무고한 사람들을 계획적으로 죽여온 녀석인데요. 특히 케빈에게 비스트라는 괴물을 얹어준 게 미스터 글래스이니 케이시 입장에서 미스터 글래스는 원수에 가깝기도 하고. 또 글래스의 그 쓸 데 없는 작전이 아니었음 던도 안 죽었을 가능성이 높았으니 아들 입장에서도... 물론 글래스 엄마는 죄가 없긴 합니다만 그래도 이런저런 여건들을 보면 그 셋이 사이좋게 손을 잡고... 그건 좀......;;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31948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50917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61236
111323 완전한 바낭- 수상 후 본 기생충 [6] 구름진 하늘 2020.02.10 1457
111322 아카데미 작품들의 상영날짜를 살펴보니 [22] 산호초2010 2020.02.10 1021
111321 장첸의 생활느와르 미스터 롱 [1] 가끔영화 2020.02.10 702
111320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다 [5] 어제부터익명 2020.02.10 2295
111319 아카데미 작품+감독상을 탄 영화가 배우상은 하나도 없는 케이스 [5] 사이비갈매기 2020.02.10 1369
111318 아카데미와 영화감독들의 넷플릭스 배급 영화에 대한 시각은 이해되는 면도 있지 않나요? [11] 얃옹이 2020.02.10 1120
111317 [네이버 무료영화] 미드소마 - 봉준호 감독의 추천작 [8] underground 2020.02.10 1104
111316 오스카레이스 통역 샤론최에 대한 기사 갈무리 [4] Toro 2020.02.10 1530
111315 [바낭] 오늘 저녁 메뉴는 Parasite special [5] skelington 2020.02.10 869
111314 아카데미 트로피와 봉준호 감독, 곽신애 대표.jpg [5] 보들이 2020.02.10 1403
111313 스포일러] 기생충 [7] 겨자 2020.02.10 1464
111312 [바낭] 국뽕에 빠져 온종일 허우적거려도 괜찮을 것 같은 날이네요 [16] 로이배티 2020.02.10 2525
111311 OCN 8시 아카데미 시상식 재방 [2] 산호초2010 2020.02.10 754
111310 아카데미 시상식 바낭 [6] 산호초2010 2020.02.10 1102
111309 ‘靑 선거개입 의혹’ 사건 공소장 공개&‘법정 충돌’ 정경심 교수 3차 공판 [29] 왜냐하면 2020.02.10 834
111308 The 92nd Academy Award Winners [12] 조성용 2020.02.10 1711
111307 진중권 안철수 어린쥐 국민당 [5] 도야지 2020.02.10 870
111306 예전에 회원분 중 김전일님이라고 계시지 않으셨나요? [2] 하워드휴즈 2020.02.10 1278
111305 잡담 [3] 칼리토 2020.02.10 490
111304 2020년 아카데미 시상식 [158] DJUNA 2020.02.10 3769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