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1.20 09:03
어제 장거리 운전을 하고 바닷가에 있는 호젓한 영화관에 가서 이 귀한 영화를 영접했습니다.
진기할 정도로 영화잡지에서 별점이 높더니
어쩜, 이렇게 아름다운, 여성에 의한 여성을 위한 영화는 정말 드물게 보는 것 같아요.
끝나고도 바로 일어나는 사람들이 없었어요, 아마도 여운을 느끼느라..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의 미장센도 그냥 지나가게 되지 않았고
영화에 사용된 소리, 목탄이 캔버스에 스치는 소리, 모닥불이 타는 소리까지 귀기울이게 하더군요.
남성의 시선이 철저히 배제된 여성들의 시선은
우리가 관습적으로 보아왔고 학습해 온 영화 문법에 의문을 던지게 하고
절제하는 아름다움이 영화 전체를 지배하면서
별 설명없이도 여성들의 공동체와 서로 도움
지적인 대화, 아름다움의 창조가
쉴새없이 스크린에 펼쳐지더군요.
음악은 또 어떻구요. 절제 그 자체입니다.
비발디는 원래 그 시대의 락커라고 생각해왔지만
그토록 격렬한 사계 중 여름 3악장을 이렇게 효과적으로 쓸 수 있는 감독의 뚝심에 경의를 표하게 되고
특별히 만들었다는 영화 중여성들의 합창은 이 세상의 것이 아닌 것처럼 들려요.
청소가 시작되서 할 수 없이 나오는데 바로 저녁무렵의 태평양 바다 풍경이 펼쳐졌거든요.
세상을 다 가진 것같이 느껴졌어요:)
전 이 영화를 보고 나서 마틴 스콜세지 옹이 말한 영화가 무엇인지 다시 총체적으로 느끼게 되었어요.
줄거리는 간단한데도 그 인물이, 풍경이, 대사가 어떤 것을 보여줄 지 계속 기대하게 되는 영화였거든요.
저 이미지와 저 소리와 내가 어떤 교감을 해야 하고 그 교감이 계속 쌓여가서 영화 감상이 완벽해지는...?
머리를 비워버리려는 목적의 오락영화와
행로가 정해져 있고 아찔한 기분을 맛보고 싶어 보는 롤러코스터 영화와
내가 선호하는 영화가 매우 다르다는 것이 새삼 선명하게 다가왔어요.
개봉한지 얼마되지 않았고 상영관도 많지 않아 듀게에 이야기가 활발하지 않을게 두려워
오랜만에 글써봐요.
계속 얘기하고 싶게 만든 영화라 수다가 떨고 싶어서요.
영화보신 분들 같이 얘기해요. 그리고 다른 분들도 웬만하면 놓치지 말고 극장 방문 하시길...
* 이런 영화 경험이 전에 있긴 있었어요. 거의 30년 전 영화 제인 캠피온의 피아노...
미장센이며 음악이며.. 저한테는 처음부터 끝까지 할말이 있는 영화였죠.
2020.01.20 09:11
2020.01.20 12:20
Bigcat님이 좋아할 영화라고 99% 확신이 듭니다만...음.. 모르는 일이죠.
2020.01.20 09:59
저마다 다른 배우들의 눈동자 색이 참 좋더라구요. 그리고 그 눈동자 하나가 까맣게 물들어가는 순간까지.
개인적으로는 초반 바닷가에서 마리안의 머리에 가려져 보이지 않던 엘로이즈의 머리가 시선의 변화에 따라 언뜻 드러나던 씬, 후반부 세 여성이 평등한 식탁에서 저마다의 일에 몰두하는 씬이 참 좋았네요.
한편 초상화가 완성된 후로 조금 대사가 설명조로 변하는 듯한 인상이 조금 아쉬웠구요.
2020.01.20 12:23
전부 다 받고 엘로이즈의 몸에 거울을 비춰서 자신을 그리는 마리안느 씬에서 앵글에 탄복을 했네요.
전혀 관음이 없는 시선이라는 게 느껴져서요. 여성감독이라고 다 그렇게 되는 건 아닌데 말이죠.
설명조 대사는 음, 영어 자막이라 그런가 저는 별로 그렇게 생각이 되진 않았는데...
마지막 장면은 아무 설명이 없는데도 다 설명하는 것 같았죠.
2020.01.20 10:21
저는 분명 어떤 순간에서 눈물을 뚝 흘렸었는데.. 그게 어떤 장면인지 기억이 안나 아쉬워요..
둘이 갈등하는 장면도 아니었고 마지막 장면도 아니었는데..
눈물을 흘릴 장면이 아니었는데 눈물이 뚝 떨어져서 기억을 못하나봐요.
영화를 보고 나서 따뜻한 마음을 오래 간직하게 된 영화였습니다..
2020.01.20 12:41
다시 한번 관람하시고 '후회하지 말고 기억'하심이 어떨까 아뢰오.
저는 입벌리고 보느라 눈물도 못 흘렸어요.
2020.01.20 11:51
2020.01.20 12:44
그럴 수도 있죠. 단지 다 안 일어나고 앉아있으니 청소하는 분이 일찍 들어와 있었는데 좀 뻘쭘해 하더라구요. 음악도 아직 한창인데 들어와서는.
2020.01.20 13:34
2020.01.20 13:49
2020.01.20 13:53
2020.01.20 16:33
2020.01.20 15:18
저는 너무 많이 울지 않으려고 견뎌내고 있는데... 주변에 사람들이 일어나며 '그래서 무슨 말이야?' '이게 끝이야?' '역시 어려운 예술영화다' 라는 소리에 충격받았습니다. 전부 다- 보여줬는데 도대체 왜?! 라는 생각에 더더더 눈물이 쏟아져 나오더군요. 후-
그들에게 뭐가 어려운건지 계속 생각해봤는데... 모르겠네요. 흠...
연휴 때 시간을 만들어 한번 더 보러 갈 예정입니다. 후후
2020.01.20 17:05
이거 정말 굉장한 영화입니다. 리뷰를 어떻게 써야할지 언어의 한계를 심하게 느끼고 있습니다.
2020.01.20 20:15
2020.01.22 08:43
http://mlbpark.donga.com/mp/b.php?m=search&p=1&b=bullpen&id=202001200039240584&select=sct&query=%ED%83%80%EC%98%A4%EB%A5%B4%EB%8A%94+%EC%97%AC%EC%9D%B8%EC%9D%98+%EC%B4%88%EC%83%81&user=&site=donga.com&reply=&source=&sig=hgjcHltggh9RKfX2hgj9GY-Aihlq
------------------------------------
이 영화에 대한 괜찮은 감상글이 올라왔는데 거기 달린 댓글 하나가 진짜 웃기네요.
'폄하라... 이런 영화가 깍아내려지는게 슬프신가 보죠.. 저는 이 영화를 통해 남성과 그들의 희생들과 그 결과물들이 나쁜 것으로 묘사되는게 더 슬픕니다. 그녀들이 저렇게 섬에서 연애하고 "난 남성에게 벗어나 여성들끼리 있서서 행복해"라고 만족하고 있을때, 누군가는 알프스 산맥에서 벌벌 떨면서 보초를 서고 있었을 테니까요. 남성을 모욕했으면 이 영화도 모욕을 당할 준비가 돼 있어야지요. 오히려 여러 영화적 기법으로 이런 메시지들이 포장받는 것 보니 저는 슬플뿐입니다.'
…^^;;…
진짜 빵 터짐 ㅋㅋㅋ
2020.01.22 23:38
2020.01.22 13:11
모든 책의 28쪽만 찾아 보는 습관이 생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