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래 ‘오뎅’에 관한 글을 보고 떠 오른 생각들



 1.  펜케이크 

  팬케이크라는 존재를 처음 알게 된것은  아주 아주 어릴적 KBS의  ‘명화극장’ 같은 데서 방영해준 ‘어떤 영화’였습니다.

  너무 어릴때여서 제목도 기억 안나고 줄거리도 거의 기억이 안나요.

  

  그런데 너무도 뚜렷이 기억 나는 장면이 하나 있는데  대충 영국이었던거 같고 중학생 정도로 보이는 주인공이

  다니는 남자기숙학교에 대대로 내려오는 축제속 이벤트가 하나 있는데 그게 바로 펜케이크 많이 먹기였어요.

  대충 그 나이 사내아이 또래들이 흔한 허세와 만용의 대결장이었던 셈인데 여하간 결승에서 상대가 먹다 기절했거나 포기했음에도

  주인공이 발굴한 전생에 펜케이크 못 먹어 죽은 귀신 같은 친구가 결국 우승을 해버립니다.  딱 이 부분만 기억이 나요.

  

  이 영화를 보고 나서 전까지 한번도 먹어 본적 없던  ‘펜케이크’를 먹고 싶어졌죠. 

  그래서 펜케이크 가루를 사다가 집에서 직접 만들어 먹은 적도 있어요.  초딩이 말이죠.


  이 소울 푸드를 한참 잊고 살았는데,  직접 만들어 먹기 여간 귀찮음 한가득 이기도 하고 (반죽 음식이란게 다 그렇죠....)

  요즘은 조금 생겼지만,  한국에 살고 있을 적만해도 펜케이크 전문점은 고사하고 팬케이크가 메뉴에 있는 그런 카페나 비스트로는 홍대 같은데도

  찾아보기 쉽지 않았거든요.

  2년전에 상해에서 다시 만났지 뭡니까.   수입식품 코너에서 냉동 펜케이크를 팔더라구요.  전자렌지에 2분 정도만 돌리면 바로 그 팬케이크가!!

 

  잘 알다시피 펜케이크의 완성은 메이플 시럽과 버터 한 조각 입니다.  

  갖 구운 듯한 펜케이크 석장에  버터 한 조각 얹고 메이플 시럽을 술술 뿌리고 좀 진한 커피 한잔 곁들이면 아침이 모자람 없이 행복하죠.


  이렇게 영화로 시작되어 현재까지 이어지는 첫번째 소울 푸드입니다.

  


  2. 호떡

  하지만 비 오는 날이면 꼭 떠 오르는 음식은 따로 정해져 있어요.

  역시 초딩, 어릴적 살던 동네에는 어둡거나 칙칙하지 않은 골목길이 아기자기 미로처럼 사방팔방 뻗어 있었고 

  이상하게 비만 오면 우산을 들고 집에서 시장통 가는길 중간 즘에 땅콩을 넣어 고소하고 계피까지 넣어 향긋하고 쌀과 밀가루를 적당히 믹스하고

  반죽을 알맞게 숙성까지 시켜  식감이 끝내주던 호떡만 파는 조그만 리어커가 있었어요. 

  딱 두개를 사다 들고 우산을 잡은 채로 미로 같은 골목길을 걸었어요. 호떡 두개를 오물 오물 다 먹을 동안 말이죠.

  비가 너무 심하게 내린다 싶으면 골목으로 삐져 나온 처마 아래에서(한옥도 적잖이 있던 동네였어요) 잠시 쉬었다 가기도 하고

  

  어릴적에 생겼던 어떤 추억? 기억? 느낌? 으로 오래 잊혀지지 않고 좋게 간직하는 그런 감각들 중 하나에요.

  비 오는 날 골목 여행을 하며 먹던 호떡


 

 3. 순대와 오뎅

 그런데 가끔 한국에 들어가거나 상해에서 아주 가끔 코리안 타운에 가게 되면 꼭 찾는 음식은 따로 있어요.

 바로 순대와 오뎅이죠.  순대는 그.... 뭐 이거 저거 넣은 비싼 순대 말고 시장통에서 파는 찹쌀순대!  그리고 간은 꼭 있어야 하고

 소금은 고추가루가 살짝 뿌려져 있어야 해요. 그리고 제 아무리 커피 마시는 하마지만, 순대 만큼은 오뎅 국물이 있어야 해요.

 그리고 오뎅국물이 가장 맛있는 순간은 순대 3개 먹고 간 한조각 먹고 목이 살짝 막힌다 싶을 적이죠.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오뎅국물입니다.



 하지만 지금 이글을 쓴 것을 격렬히 후회 중입니다.

 지금 한 밤중이고 상해거든요;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34017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53304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63702
111355 [회사바낭] 긴 휴가 [14] 가라 2020.02.13 867
111354 정직한 후보..감상 [3] 라인하르트012 2020.02.13 695
111353 새벽의 기다림 [4] 어디로갈까 2020.02.13 599
111352 리차드 주얼 한국에 릴리즈 된다고 합니다 - 산호초님께 [2] McGuffin 2020.02.12 519
111351 봉준호와 한국적인 어떤 정체성 [26] 어제부터익명 2020.02.12 1904
111350 "패인 앤 글로리" 짧은 감상 [3] 산호초2010 2020.02.12 677
111349 지브리 스트리밍, 과거가 되기 전에 [2] 예정수 2020.02.12 536
111348 작은 아씨들 [4] Kaffesaurus 2020.02.12 954
111347 [넷플릭스바낭] 일본 드라마이자 또 하나의 루프물, '나만이 없는 거리'를 봤습니다 [18] 로이배티 2020.02.12 985
111346 오늘의 미국 엽서(1) [2] 스누피커피 2020.02.12 275
111345 느그 아부지 뭐하시노? / 영화감독입니다... [1] 룽게 2020.02.12 976
111344 Oscar-winning Short Film "The Neighbors' Window" [1] 조성용 2020.02.12 294
111343 Oscar-Winning Short Animation Film "Hair Love" [2] 조성용 2020.02.12 253
111342 Scorsese발음 [3] mindystclaire 2020.02.12 576
111341 진짜 말이 안 되는 얘기. [4] herbart 2020.02.12 975
111340 Paula Kelly 1943-2020 R.I.P. [1] 조성용 2020.02.12 238
111339 서울, 종로, 그냥 풍경 사진 [5] ssoboo 2020.02.12 810
111338 호아킨 피닉스 수상소감 [5] 김실밥 2020.02.12 1425
111337 엘리베이터 고장 추락시 바닥에 닫는 순간 점프해도 마찬가지인 이유 [4] 가끔영화 2020.02.12 916
111336 [스크린 영화] 우리는 같은 꿈을 꾼다 [4] underground 2020.02.12 497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