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12.14 01:19
옥상에 빨래를 널려고 옥상에 올라갔다가 큰소리가 나서 봤더니, 옆 건물에서 싸우고 있었습니다. 강아지, 송아지 하면서 남자 여자 둘이 방에서 싸우는 모습이 그 방창문으로 다 보이고 있었습니다. 갑자기 궁금해서 살짝 지켜보면서 이야기를 들어보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중간부터 봐서 그런지 왜 싸우는지는 잘 모르겠더군요.
20대 초반인 것 같은데 굉장히 격렬하게 싸우고 있었습니다.
지켜보면서 `여자가 뺨을 때릴 것 같은데.` 했지만 때리진 않고 계속 소리지르고 울고 불고 욕하고 난리도 아니고, 남자도 마치 `미쳐버리겠다`는 표정으로 여자 세마디에 한마디씩 소리지르고 있었습니다. 계속 지켜보다가 뭔 내용인지도 모르고 험한 꼴 보면 내 기분만저 안 좋아져 버릴까봐(난 기분이 좋았던 상황이니깐.)그만 보고 방으로 들어왔습니다. 과연 저 둘이 커플이라면(옆방 사람일수도 있으니깐) 오늘 끝장이 나는 걸까, 아니면 저러다가 화해를 할까 하는 궁금증도 생겼고 갑자기 뭐만 된다면 가서 말려주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정신차려 이것들아! 좀 있으면 크리스마스라고!
뭐, 크리스마스가 뭐 그리 중요하냐 하시는 분들도 많은데 그냥 그런 말을 해주고 싶다는 거죠. 어떻게든 말리고 싶다는 것. 요즘 동네나, 밤에 걸어다니다 보면 가끔 싸우는 연인들을 보게 되거든요. 말싸움만 하고 있어서 그냥 슬쩍 보고 지나치긴 하는데, 말려주고 싶은 기분이 막 듭니다. 이상하게 연인들 싸움은 말려주고 싶은 욕구가 많습니다. 정작 주변 사람들 싸울땐 가만 있지만.;; 제가 벌거벗은 큐핏 코스튬이라도 하면 싸움을 그칠까요.
발정난 고양이들 울음소리랑, 옆 건물 싸움소리가 들리는 밤입니다.
아, 그리고 대낮에 버스나 지하철에서 혼자 울고 있는 여성분들을 보면 안아주고 싶어요. 아는 여자에게 말했더니 절대로 그러지 말고 어디가서 입밖으로 뱉지 말라고 하더군요.
제가 기억나는 싸움은 코엑스몰안에서 한 10대 커플의 싸움.
여자애가(예쁘고 쌀쌀맞게 생겼었음. 검은 생머리가 칼처럼 찰랑거렸죠) 아무 말 없이 노려보며 남자애가 든 DSLR 카메라를
타일바닥에 내팽개치더니(!!!) 뒤돌아서 가버렸어요. 카메라야..남자애야...카메라야...
(저 가끔 대중교통에서 그런 민폐 끼친 적 있는데, 만약 누가 프리허그를 시도했다면 적십자 헌혈 바늘로 변신했을 겁니다. 콕, 아얏.)