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바낭] 긴 휴가

2020.02.13 11:23

가라 조회 수:864


회사에서 연차 사용 촉진제도를 시행합니다. 뭐 연차수당 안주겠다는거죠.


회사마다 다르겠지만, 제가 다니는 회사는 굴뚝산업+24시간돌아가는 제조업이라 많이 보수적입니다.

휴가를 일주일이상 안쓰는게 관례입니다. 연차 5일 쓰면 토일월화수목금토일 해서 9일을 쉬는거죠.

이것도 본사 이야기이고, 공장은 4일만 썼었어요. 엔지니어가 일주일 내내 공장 안나오면 불안하지 않냐며... 그래서 토일월화수목 or 화수목금토일 이렇게 6일을 쉬었죠.

제가 사원,대리 시절 일주일에 하루만 공장 나오면 되는거죠? 하고서 수목금토일월화수(7일) 쉬었더니 팀장이 '넌 반항하냐?' 라고 한적도... ㅋㅋㅋ

(그래서 그 팀장이 퇴사하면서 저한테 '난 너 오래 못 버티고 그만둘줄 알았어..' 라고 했었죠.)

이러다가 공장에서 '왜 본사는 일주일 쉬는데 우리는 6일 밖에 못 쉬냐' 라는 불만이 나와서 이제는 공장도 일주일 쉽니다.


회사 관례와 분위기가 이런 상황에서,  문제의 '그 친구'가 3주를 쉬겠다고 연차 사용 계획서를 올렸습니다. 4월 총선일부터 5월 어린이날까지...

사규나 법적으로 이걸 막을 근거는 없습니다.

본인 업무 인수인계 잘 하고, 그때 중요한 일 안 걸리게 사전 조정하고.. 조정이 안되면 저나 다른 팀원이 커버하면 되겠죠.

그런데, 이건 지금까지의 관례를 깨도 너무 깨는 거라... 2주를 쓴다고 해도 말이 나올텐데 3주를 쓴다고 하면요. 

그래서 인사팀에 대충 두루뭉실하게 연차 연속 써서 2주, 3주 써도 문제 없죠? 라고 물어봤어요. 인사팀에서도 팀장이 승인하면 인사팀에서 막을 근거는 없다. 팀장이 잘~~ 알아서~~ 판단하세요~~~ 라고 합니다. 팀장이 알아서 해. 우리는 책임 안짐. 그런 늬앙스더라고요.


고민하다, 상사님에게 이런 상황인데 못 쓰게 막을 근거도 없으니 승인해야 하지 않겠냐 라고 이야기 했습니다. 뭐 저도 소시적에 관례 깨고 반항하고 그랬으니까요. 

이야기 하자마자 상사님 표정이 확 바뀌면서 매우 부정적인 분위기를 온몸으로 발산하시더군요.


**이는 지금도 평판 안 좋고, 여기저기 사고 친것 때문에 걔 받느니 그냥 인원 부족한채로 가겠다는 말 듣는 판에 그런 구설수까지 나면 앞으로 회사생활 힘들지 않겠냐.

(생각해보니 예전에 입사동기가 신혼여행 유럽 간다고 2주 쉬고 나서 퇴사할때까지 '우리 회사에서 2주 쉰 애는 니가 처음이자 마지막일걸' 이라는 소리를 듣고 지냈습니다.)

진급 계속 밀리고 있는데, 올해 진급도 포기한대니?

그때가 황금연휴라 연차 붙여 쓰겠다는 사람들 있을텐데, **이가 먼저 그렇게 쓰면 딴 사람들은 불만 안생기겠니?

3주를 쉬어도 문제가 안생기면, 걔는 지금 한사람 몫을 하고 있기는 한거니?

가뜩이나 TO 대비 사람 모자란다고 아우성치면서 사람 한명 빠지고 일이 돌아가면 TO 줄여도 되겠구나 생각하지 않겠니?

너는 팀장이면 그렇게 했을때 팀에 어떤 영향이 있을지, 그리고 팀원에게 어떤 영향이 있을지 생각을 해봐야지, 쓰겠다고 하니 승인한다고 하면 되겠니?


대충 이런 이야기를 30분동안 듣고 나왔네요.


외국계 회사나 휴가 길게 쓰는 분위기의 회사라면 애초에 이게 문제꺼리도 안되겠지만.

누군가 선구자가 되어 관례를 깨어보는 것도 좋겠지만요. 평범한 사람이 해도 몇년은 꼬리표가 붙어 다닐 판에, 이미 평판이 안 좋은 사람이 관례를 깬다고 저질렀다가 데미지만 치명적으로 입는게 아닌가.... 아니 그런데 이걸 내가 왜 걱정하나. 


P.S)

뭐하려고 이렇게 길게 쉬냐고 물어봤어요. 원래 연차나 휴가 쓴다는데 왜 쓰냐고 물어보지 않은데, 이례적인 경우라...

'수당도 안준다는데 몰아 써서 유럽이나 미국 같은데나 가렵니다.' 

음.. 그냥 꼭 길게 써야 하는 사유가 있는게 아니라 수당 안준다니 반항심에 이러는 것 같기도 합니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32048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51040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61368
111534 이런저런 바낭(유시민의 비례제의 취지, 아이즈원 피에스타 채연 직캠) [8] 왜냐하면 2020.02.28 707
111533 3월 5일부터 네이버 연예뉴스 댓글 폐지 [5] 예정수 2020.02.28 649
111532 주변인들이 힘들어 하네요.. [13] 크림카라멜 2020.02.28 1623
111531 [코로나19] 본격 중국X들 까는 글 [13] ssoboo 2020.02.28 1175
111530 한국 정부는 언제쯤 의심환자에 대한 능동검사와 확진자 통계 발표를 중단할까 [23] 타락씨 2020.02.27 2058
111529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 짧은 감상 [12] 산호초2010 2020.02.27 805
111528 [코로나19] 정부는 문제의 심각성을 아직 제대로 모르는거 같다는 느낌 [12] ssoboo 2020.02.27 1899
111527 신체와 자본주의 [3] Sonny 2020.02.27 639
111526 연예인 기부 릴레이 감사합니다 (업데이트중, 현 98명) [14] tomof 2020.02.27 1054
111525 시립도서관이 빨리 열었으면 좋겠어요 [4] 크림카라멜 2020.02.27 682
111524 [정치바낭] 심재철은 왜 탄핵 이야기를 꺼냈을까? [10] 가라 2020.02.27 839
111523 유급휴가를 얻기 위해 영수증 구매한다는 뉴스... [3] 가라 2020.02.27 770
111522 신천지의 미래 [8] 어제부터익명 2020.02.27 1129
111521 [뉴스] 신천지 대구교회 "1차 검사 1천16명중 82% 833명 코로나19 확진" [12] staedtler 2020.02.27 1253
111520 코로나극복 긴급제언 오늘 세시 반 [10] 키드 2020.02.27 1215
111519 가이리치의 젠틀맨을 보고.. [3] 라인하르트012 2020.02.27 625
111518 일상 3. [18] 잔인한오후 2020.02.26 693
111517 1917를 다시 보니 [9] mindystclaire 2020.02.26 745
111516 코로나 바이러스 관련 외신 기사 몇 개 [10] 어제부터익명 2020.02.26 1433
111515 [코로나19] 우한 -신천지-대구시 , 뭔가 고약한 냄새가 납니다 [20] ssoboo 2020.02.26 1791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