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나마 운좋게 11월 중순 계약이 연장되어 2월 말까지로 된 것만으로도 재정적으로는 거의 횡재에

가까운 이익이었습니다. 하지만 더 이상은 운이 따라주지 않는군요. 원래 정규직인 사람이 1년 휴직계를

썼음에도 관리자는 내가 영~ 마뜩치 않았나봅니다.


 전임자의 휴직이 연장되었다는 말도 안하고

내 자리는 다른 사람을 오늘 면접봐서 뽑았어요. 일언반구도 없었던 것은 뭐, 말도 섞을 가치가 없다고 생각해서인지.

그래도 보통은 언제 사람을 뽑는다, 너도 면접을 봐라, 혹은 안될거다 등등 말이 있기 마련인데

뭐랄까, 아예 제껴진 인간 취급이네요. 지금까지 이 바닥에서 10년 넘게 계약직이라서 별의별 일이

다있었어도 이런 식은 아니었는데.


여기서 관리자와 잘 지내는 사람 아무도 없었고  시키는 일은 군말없이 다했다고 생각했겄만

뭔가 단단히 비위 틀리게 하는 부분이 있었나 봅니다.


짚이는게 카드를 왕창 계약하는 업무와 관련된 건대 내 권한 밖이라서

해줄 수 없다고 말했던게 결정타였을 수도. 아닐 수도.(말하자면 복잡하지만 수많은 개인정보와 통장, 카드 이런걸

얼렁뚱땅 계약해 버리는 작업을 나한테 떠밀고 있었는데 전....이런이런 이유로 이건 못해드립니다.라고 딱 선을

그었거든요. 올해 이 일을 해야하는거라면 전 떠나는걸 전혀 후회하지 않아요. 아무리 봐도 마음에 걸리는 일입니다.)


지금까지 직장에서 하라면 거의 무조건 YES YES하면서 맞출 수 있는거 다 맞춰주었는데 이건 안되겠더라구요.


사실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기분은 말할 수 없이 더럽네요.

할수만 있다면 엉망으로 취하고 싶은데 그러다가는 나만 죽게 괴로울 것이고.


지금 일했던 자리가,,,, 짐작하셨듯이 듀게도 낮시간에 마음껏 쓸 수있고 한직이긴 한직이었죠.

남들이 보는 것보다 쏠쏠하게 일이 꾸준히 있었지만 대체로 "넌 참 꿀빠는 자리에 있다. 부럽다.

어떻게 그 자리에 있게 된거냐?" 그냥 운빨이었어요. 운빨!!!ㄹ 직장에서 배치해준대로 시키는대로 한겁니다.

내가 부탁해서 이런 이런 일 저 원해요, 이런거 애초에 선택할 권리도 없는걸요.


그런데 진짜 배부른 소린데 다시 일할 기회가 생긴다면 다시는 이런 한직에 있기 싫어요!!!!

욕나오게 이런 상태 싫다구요. -새벽 가끼이 몇 주를 야근하면서 사경을 헤매는 내 친구가 들으면 칼맞은

소리인줄 알지만. 그 앤 너무 피곤해서 만난 자리에서도 똑바로 앉아있지도 못하더군요-


시간 죽이면서 말그대로 월급 루팡이 되는게 시간지나면서 못할 짓이더군요.

조직 자체가 도통 일하는 인간이 거의 없다보니 일안해서 눈치보이는 그런 것은 아닌데

너나 나나 다 시간을 죽이면서 대충 일은 문제 안생길만큼 넘겨버리는게 관행이 된 해이한 곳이었어요.


전에는 죽자사자 일해도 즐거웠던 시절이 꽤 있었으니까요. 적어도 난 거기에 필요한 사람이었고

도움이 되는 사람이었으니까. 한마디로 난 "살아있는" 인간이었죠.


남한테 엄청난 도움까지는 못줘도 적어도 내 할 몫의 일은 제대로 해내는 인간으로 살고 싶어요.

그렇게 살려고 노력했구요.


이 나이에 다시 일할 기회가 올른지도 모르겠지만요.

일이 쓰나미처럼 밀려오던 날들이 그리워지는 날이 올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한밤 중이지만 길거리로 뛰어나가서 소리라도 크게 지르고 싶은 심정이네요.

" 아~, 사는 것처럼 살고 싶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9175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7864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8052
111205 존 카펜터의 The Fog 가 40주년이라네요 [5] 부기우기 2020.02.01 405
111204 코로나 바이러스 [5] 어제부터익명 2020.02.01 1100
111203 우한 폐렴 대처 인사법 [5] 어제부터익명 2020.02.01 905
111202 노재팬은 부추기고 노차이나는 금지하는 나라 [12] buffalo66 2020.02.01 1317
111201 공포는 핑계고 제노포비아가 맞다는 증거 [38] ssoboo 2020.02.01 1541
111200 정직이라는 것 [27] 어디로갈까 2020.02.01 1140
111199 핵인싸 키아누.. [10] 노리 2020.02.01 1131
111198 이런저런 일기...(기대감) [1] 안유미 2020.02.01 393
111197 심약해서 전염병만 돌면 감기기운이 느껴져요 [3] 어디로가야하나 2020.01.31 558
111196 [바낭] 옥뮤다 삼각지대의 시대는 갔다!! [6] 로이배티 2020.01.31 922
111195 Six degrees of 마틴 스콜세지/ 알 마르티노 [3] mindystclaire 2020.01.31 530
111194 [강력스포일러] 파이널 디씨젼... [6] 가라 2020.01.31 509
111193 안녕 광저우 [12] 날다람쥐 2020.01.31 968
111192 벌써 1월도 마지막이군요(워렌 버핏의 조언) [2] 예정수 2020.01.31 478
111191 [넷플릭스] 판소리 복서 올라왔습니다. [9] eltee 2020.01.31 736
111190 [서브웨이] 듀게팁도 못 믿을.. [11] toast 2020.01.31 951
111189 전세기 바낭 + 동네 고양이 생태 보고서 - 특보 [6] ssoboo 2020.01.31 764
111188 윈도우10으로 다들 바꾸셨는지 [12] 노리 2020.01.31 1092
111187 김동조, 윤석열, 대선후보 여론조사, 컨테이젼 (2011) [25] 겨자 2020.01.31 1231
111186 게시판에 그림 올리는 게 정말 오랜만이네요 [5] 낭랑 2020.01.31 428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