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번에 영어 때문에 고민글을 올렸습니다.  

일주일에 3번씩 오던 영어 선생을 바꾸게 되었습니다. 중간에 여러 일이 있었지만, 최종적으로는 일정이 아무래도 안 맞는 것이 가장 큰 이유였습니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동양인과 서양인의 사고 방식 차이때문이겠지만, 익숙치 않던 저는 마음이 많이 상했고, 일이 진행되면서 그게 점점 커져서 남편에게 선생에 대한 불만을 엄청 털어놓게 되었죠. 

 

  그렇지 않아도 영어가 익숙치 않은데 메일을 쓰려니 그것도 힘들건만, 쓰면서 써야 할 말, 쓰지 말아야 할 말, 다 생각해서 몇 번을 썼다 지웠다 하고, 단어 찾고, 일정 체크하면서 최소 30~1시간 걸려서 메일을 써 보내면 선생은 5초만에 답을 줍니다.  그런데 답장을 주지 않을 수 없는 메일이고, 제 의견하고 또 차이가 너무 커요. 또 땀 뻘뻘 흘리며 쓰면 5초만에 너무나 사무적인 답장, 땀 뻘뻘 흘린 제 답장...그런 일이 4번 정도 반복되다 보니 나중엔 감정적으로도 너무 화가 나서 서양인은 너무 차갑다, 수업 때 태도와는 너무 틀리다, 겉다르고 속다르다고 생각하게 된 거죠. 예, 저는 서양인을 몰라요. 인정합니다. 어쨌든 그래서 아예 학원에 메일을 보내 선생과 일정이 맞지 않으니 선생을 바꾸고 싶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선생에게도 메일을 보내 너는 좋은 선생이지만, 일정이 맞지 않으니 미안하지만 수업을 못하겠다고 했죠.  그런데, 갑자기 아이가 펄쩍 뛰며 자기는 선생님 너무 좋아니 이 선생님 아니면 영어공부 안 하겠다는 거예요. 이미 상황이 다 종료되었는데 말이죠. 그 와중에 학원에서는 선생 변경 건이 승인이 되어 버려 어쩔 수가 없기에 그럼 선생님이 빌려주신 dvd를 어차피 학원에 반납해야 하니 그 때 감사 카드를 써서 전하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어제 학원에 갔다줬습니다.

 

  그리고 나중에 보니 선생도 좀 덜 사무적인 답장을 보냈더군요. 시간 되면 오전에 저라도 수업을 해 주고 싶다는 등의... 그래서 사람을 자른다는 죄책감과 좋은 사람으로 남고 싶다는 마음이 더해져 여러모로 아쉬워 하면서 그냥 저라도 오전 수업을 이 사람이랑 할까 하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젯밤 아들이 말하기를, "나, 선생님한테 엄마가 선생님 겉다르고 속다르다고 한 거 썼어.(My mom said your inside and outside is largely different.)"라는 거예요!

 

  어제 2시간을 울고 불고 아들 야단쳤네요. 예, 물론 아들 듣는 데서 함부로 이야기 한 제 잘못이 가장 크지만, 그게 뭐가 잘못이냐며, 자기는 절대 나쁜 뜻으로 이야기한 게 아니라, 엄마는 그렇게 봐도 자기는 선생님을 좋아한다는 걸 강조하고 싶었다는 아들을 보니 어찌나 기가 막히는지...

 

  너무너무 민망하고 창피해서 딱 죽고 싶었어요. 도대체 그 선생이 저를 뭐라고 생각할까요? 별 희안한 한국인? 아니면 너무나 불쾌한 학생? 차라리 얼굴 보는 상황에서 그랬으면 수습이라도 하련만 이건 수습도 안 되고... 차라리 외모 폄하를 했으면 그게 더 수습하기 나았을 것 같고, 아님 서양인은 그렇다고 이야기했으면 그것도 수습하련만 이건 직설적이어도 너무 직설적이니...  어젯밤에 다시 사과 메일을 쓰는데 죽어버리고 싶더라구요.  약간 아쉬운 마음도 남아 있고, 나름대로 마무리를 잘 지었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아들이 이런 일을 태연히 벌였다는 걸 알고 어젯밤에 잠도 제대로 못 잤네요.  당연히 그 선생은 사과 메일에 아무 말도 없구요, 진짜 진상을 만났다고 생각하겠죠. 저는 정말 아이 앞에서 말조심 해야 할 것 같아요. 엉엉.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32338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51385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61708
124468 비싼 냄새 [3] 상수 2023.10.13 376
124467 RIP Mang Hoi (맹해) madhatter 2023.10.13 196
124466 [아마존프라임바낭] 살짝 부실하지만 재밌습니다. '토탈리 킬러' 잡담 [5] 로이배티 2023.10.12 281
124465 (또) 1편보고 호들갑, 어셔의 몰락 훌륭하다! [4] Lunagazer 2023.10.12 489
124464 프레임드 #580 [2] Lunagazer 2023.10.12 89
124463 [왓챠바낭] 나름 올해의 화제작 중 하나... 였던 건 맞죠? ㅋㅋ '킬링 로맨스' 잡담입니다 [16] 로이배티 2023.10.12 778
124462 어제(11일)치러진 2023 보궐선거 결과(서울 강서구민들) [3] 상수 2023.10.12 597
124461 부국제 마지막 밤 - 악은 존재했다 상수 2023.10.11 283
124460 프레임드 #579 [2] Lunagazer 2023.10.11 88
124459 신용문객잔 (1992) [5] catgotmy 2023.10.11 266
124458 친명 비명 맞수 두의원 유머 가끔영화 2023.10.11 344
124457 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 전쟁 [3] catgotmy 2023.10.11 520
124456 [게임바낭] 근래에 엔딩 본 게임들 잡담 [4] 로이배티 2023.10.11 333
124455 너무 기다렸던 니쥬의 한국데뷔 [1] 라인하르트012 2023.10.11 390
124454 프레임드 #578 [6] Lunagazer 2023.10.10 121
124453 동사서독 (1994) [6] catgotmy 2023.10.10 395
124452 최근 본 영화들에 대한 짧은 잡담... [5] 조성용 2023.10.10 636
124451 고레에다 히로카즈 신작 괴물(스포약간), 부국제 N일차, 해운대 바다는 좋지만 [1] 상수 2023.10.10 583
124450 태국에서 중고거래 해본 후기 + 글 쓰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1] soboo 2023.10.10 534
124449 [티빙바낭] 고전도 아니고 숨겨진 명작도 아닌 그냥 옛날 홍콩 영화, '대살성여소매두' 잡담입니다 [6] 로이배티 2023.10.09 270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