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뛰어난 에세이스트는?

2021.02.05 05:39

어디로갈까 조회 수:1300

​어제 오랜만에 저녁을 같이 하는 동안 dpf가 뜬금없는 질문을 했습니다.  

그> 한국에서 가장 뛰어난 에세이스트는 누구야?
나> 글쎄... 여러 의견이 분분할 수 있겠는데 , 오십 년 내에서 살펴보자면 관점 이동을 잘한 작가라는 점에서 양주동, 백남준, 정운영, 신영복, 김영민 등이 꼽힐 것 같아.
그> 백남준, 신영복은 나도 알아.
나> 근데 내가 꼭 넣고 싶은 사람이 있어., 평론가 김현이야. 나는 그의 평문보다 에세이를 더 좋아해. 번역체 문투라고 비아냥거리는 사람도 있지만.
그> 오키~ 책 추천해줘 읽어볼게.

나> 니가 좋아하는 에세이스트는 누구야?
그> 키에르케고르
나> 동감! 그는 철학자, 시인이기 전에 에세이스트이지. 그가 정말 글을 잘 쓴다는 감탄을 하게 된 게, 추상적인 철학을 말하지 않고, 감각적이고 직관적으로 이해될 수 있는 에피소드를 들려주는 솜씨 때문이었어.
그> 니체는 어때?
나> 시나 아포리즘은 뛰어나지만  그의 산문은 재미가 적더라.  내 수준이 이해 못하는 거지 뭐~
그> (씨익~)

나> 아, 페터 바이스의 산문도 좋더라. '슬퍼할 줄 모르는 무능력'이 뭔지 내게 가르쳐준 글솜씨였음.
그> 아도르노, 호르크하이머와 더불어 나치라는 과거를 청산하는 방법에 대해 질문한 작가지.
그> 그런데 넌 비관론적 분위기의 글에 끌리는 취향이네?
나> - -:

좋은 에세이에는 몇 가지 필수 요건이 담겨 있습니다.
1. 경직된 체계/형식으로는 표현되기 어려우나 표현돼 나올 수밖에 없는 독특한 체험. 
2. 그 체험을 갈무리해내는 지성과 사유의 깊이.  (이건 우리의 삶과 문명에 관한 깊은 질문과 관련되는데 루카치가 에세이를 영혼, 운명과 관련시킨 이유인 듯함.)
3. 이런그런 질문을 자신만의 고유한 형식과 스타일로 표현하는 능력.  즉  체험과 사유와 표현의 완만하면서 아름다운 결합으로 표출되어 있는 솜씨

여러분의 최애 에세이스트는 누구일까요? 추천해주시면 설 명절에 함 읽어보렵니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34355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53644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64088
115085 로잉머신 사용 하시는 분 있나요 ? [5] 미미마우스 2021.03.11 600
115084 [정치] 서울시장 후보 단일화 [6] 가라 2021.03.11 556
115083 포터관리록 스네이프 [2] eltee 2021.03.11 274
115082 아이즈원, 영화 예매, 나눠 갖기 [1] 여은성 2021.03.11 383
115081 문득 장만옥의 <객도추한> [5] 어디로갈까 2021.03.11 980
115080 온수매트를 켜두고 출근했습니다 ㅠ [6] 미미마우스 2021.03.10 1131
115079 전 디즈니 플러스 가입할 겁니다 [3] 사팍 2021.03.10 816
115078 캡틴 아메리카: 퍼스트 어벤져(2011) [16] catgotmy 2021.03.10 583
115077 핸드폰 바꾸고 드는 생각 [13] Sonny 2021.03.10 831
115076 [넷플릭스바낭] 소리소문 없이 영향력 큰 영화, 월터 힐의 '워리어'를 봤습니다 [15] 로이배티 2021.03.09 663
115075 돈과 사명감.. 나는 과연 어떻게 했을까. [4] 고요 2021.03.09 537
115074 라스트 제다이 얘기도 벌써 세번째 [14] 여은성 2021.03.09 701
115073 버나드 허만 on dangerous ground [5] daviddain 2021.03.09 240
115072 이경미 감독의 2016년작 비밀은 없다를 보고(스포약간) [9] 예상수 2021.03.09 627
115071 [넷플릭스] 블링블링 엠파이어 [2] S.S.S. 2021.03.09 452
115070 [구인]엑셀로 자료 정리 [2] 탱고 2021.03.09 502
115069 미나리_척박한 맨땅에 끊임없이 우물을 파는 사람들을 위한 영화(스포&사족 다수) [10] Koudelka 2021.03.09 792
115068 라이언 존슨 감독님의 새 스타워즈 3부작이 아직 죽지 않았다는 소식 [13] 나인 2021.03.09 595
115067 고생이 많은 AI 왜냐하면 2021.03.09 276
115066 헬조선이라고 하는 한국인을 이해할 수 없다는 국내 외국인을 이해할 수 있는지 [8] tom_of 2021.03.09 863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