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1.24 01:08
그러니까 문제는 '작년의 나'였습니다.
3년간 쭉 같은 학생들을 만나다가 졸업을 맞았는데.
졸업식이 워낙 단촐해서 아쉽단 생각을 하다가, 3년간 이놈들 행사, 활동 사진들 직접 찍어 놓은 게 있으니까 고별 영상이나 하나 만들어 볼까?
해서 그간 찍은 사진들 정리하고, 고르고. 3년간 그 녀석들 담임을 했던 분들 인사 영상 같은 걸 받아서 정말 저열한 얼기설기 영상 하나를 만들어서 졸업식에 틀었거든요.
계획에 없던 깜짝 이벤트 같은 거라 생각 외로, 기대 보다 반응이 좋아서 잘 했구나. 보람차구나. 이러고서 흐뭇하게 인생 1회 이벤트를 마무리했는데...
예상과 다르게 올해 또 졸업반을 맡아 버렸고. (원래는 신입생들 맡을 거라 모두 예상했는데!!!)
이놈들이 작년 졸업식 때 그걸 다 봐 버려서 졸업이 다가오니 '올해도 해주실 거죠?' 라고 맡겨 놓은 것 내놓으라는 듯이...
게다가 윗분들까지도 당연한 듯이 '올해 영상은 언제 주시나요?' 라며 기한까지 정해주네요;
사실 안 해도 되거든요. 이건 업무 분장에도 없고 원래 행사 식순에도 없는 거라.
근데 애들 보기가 무서워서 결국 또 해야겠구나... 했는데. 거 한 번만 더 하지 뭐. 라고 결심하고 나니 작년에 만들었던 그것의 저열한 퀄리티가 신경 쓰이는 겁니다.
그래서 그래, 기왕 하는 거 이번엔 좀 더 성의 있게 해 보지 뭐.
라고 결심하고 야심차게 어도비 1년 구독을 질렀습니다. 블랙 프라이데이 때 월 1,8000원으로 세일을 하길래 덜컥. 하고.
그러고 대략 열흘 동안 배경 음악 정하고, 곡 길이랑 구성에 맞춰 사진 골라내고... 한 게 엊그제까지구요.
마침 지인들 중에 디자인으로 먹고 사는 분이 계셔서 '대충 이러저러한 영상 하나 만들려는데 뭘 어떻게 하는 게 좋나요?'라고 물으니 어도비 애프터 이펙트란 걸 추천해주네요.
프리미어 프로는 들어봤어도 이건 또 뭔데... 했는데 뭐 암튼 니가 만들려는 건 거기 더 맞다고 그걸로 하래요.
그래서 선생님이 시키는 말은 들어야지... 하고 엊그제 그 프로그램을 구동했는데.
...................?
!!!!????????????????
...하하하. 이게 뭐죠. ㅠㅜ
그래도 작년의 그 괴작을 만드느라 심플한 영상 편집 툴은 써봤는데. 그리고 사실 오래 전에도 다른 무료 툴을 몇 번은 써봤는데요.
이건 뭐가 뭔지 진짜 하나도 모르겠더라구요. ㅋㅋㅋㅋ 완전히 시작부터, 그러니까 사진 불러오는 것부터 헤매다가. 불러온 사진 배열하고 넘기는 것까지 가는 데 몇 시간이 걸렸구요.
이제 그 사진이 자연스럽게 흐르는 느낌으로 배치를 하려고 하니... 키 프레임 이게 뭔데. 아니 이건 왜... 저건 뭐... 어라 되네? 어? 됐던 게 안 되네?
그래서 추천자님에게 아니 이게 뭔가요!! 라고 물으니 그 분 대답이
"우하하 현업들이 밥벌이로 사용하는 툴을 우습게 봤단 말이더냐!!!!" 라고.
아니... 너님께서 추천해주신 거잖아요.......... ㅠㅜ
그래도 "님하께서 원하시는 그 수준으로 만드는 데는 그렇게 많이 공부하실 필요 없어요" 라며 격려를 해주길래 네네 감사. 이러고서 고민하다가,
결국 독학을 포기하고 블로그, 유튜브를 열심히 검색해서 필요한 내용들을 찾아 보는데,
댓글들은 다들 참 상냥하고 쉽게 가르쳐주신다고 찬양들을 하고 있는데 제 눈엔 싹 다 밥 로스 같은 놈들인 겁니다. "이건 이렇게 하면 됩니다!" 라는데 난 그 "이렇게"가 뭔지 모르겠다 이놈아!!!!!
그래서 또 한참을 멘붕에 빠져 있다가...
결국 매우 심플한 진리를 깨달았네요.
원하는 부분만 얼른 샥 습득하려고 하지 말고 완전 쌩초보를 위한 시작 가이드부터, 맘대로 스킵하지 말고 알려주는대로 순순히 따라가며 공부를... orz
(선생이란 놈이 어디서 날로 먹으려고!!!)
그리하여 오늘(아니 어제) 퇴근 후에 양순한 학생 모드로 영상 두어개, 블로그 포스팅 몇 개를 학습한 결과 드디어 작업을 '시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ㅋㅋㅋ
그렇게 간신히, 전혀 안 다듬어진 얼기설기 버전 영상을 23초 정도 만들고 오늘은 이만하면 되었다... 하고 접었네요.
그래도 뭐라도 되는 듯한 느낌이 드니 희망찬 기분!!
뭐 아직 한 달 넘게 시간이 남았으니 어떻게든 완성은 되긴 하... 겠죠? ㅋㅋㅋ
그리고 나이 먹고 일생 안 써 보던 프로그램을 시작부터 공부하려니 빡세고 짜증나긴 하는데 동시에 재밌기도 해요.
아 이래서 사람들이 나이 오십 되면 갑자기 뭘 만들고 화분 심고 그러는구나... 라는 늘금의 깨달음이 옵니다. ㅋㅋ
어차피 대단한 결과물을 기대하고 하는 작업도 아니고, 또 작년에 한 번 보고 올해 또 볼 사람들 눈엔 작년 거나 올해 거나 똑같아 보이고 그러겠습니다만. 어차피 인생 자기 만족이니까요.
시작한 김에 열심히 한 번 해봐야지. 라고 결심을 하고 있습니다.
이러다 재미 붙이면 취미 삼아 꾸준히 해 볼 수도 있는 거고 뭐 그런 거 아니겠습니까.
그래도 어쨌거나 새로운 걸 배운다는 건 재미가 있구나.
그리고 뭔가를 만드는 취미라는 게 이래서 좋은 거구나.
라는 인생의 진리를 깨달았다는 데 의의를 두고 이제 잠이나 자야겠습니다.
오늘도 쓸 데 없이 긴 뻘글 읽어주셔서 감사!!!
+ 아마 그래서 당분간은 영화 뻘글은 좀 띄엄띄엄... 뭐 그렇게 될 듯 합니다. ㅋㅋ
++ 그리고 덤으로
영상에 넣으려다 포기한 곡이나 올려 보구요.
이런 걸로 영상 만들면 윗분들도 졸업식 참석 손님들도 경악하고 참 즐겁겠다고 생각하다가... 그 전에 졸업생들이 안 좋아할 것 같아서 포기했습니다.
아무리 자기 만족 작업이라지만 고갱님들 생각도 해야겠죠. ㅋㅋ
2023.11.24 01:24
2023.11.24 01:55
담당 과목에 대한 무식함을 들키기 싫어서 과목은 철저히 비밀로 하고 있습니다? ㅋㅋㅋㅋ
마스터하면 기꺼이 만들어 드리지요!! 다만 마스터까지 대략 20년은 기다리셔야... 하하하;; (사실 20년 후에도 모름!)
2023.11.24 08:35
2023.11.24 09:48
네 정말 몇 시간을 헤매다가 결국 깨닫고 나서는 '이걸 왜 몰랐지? 바보인가?'라고 생각하는 패턴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ㅋㅋㅋ 그냥 시중에 나와 있는 가이드북을 한 권 사야 하나? 하는 생각도 했는데 일단은 뭐라도 되기 시작했으니 좀 더 해보려구요.
정말로 이거 해보고 할만하면 내년엔 영상 편집 동아리라도 만들어 볼까... 하는 생각도 했는데 애들을 싹 다 어도비 구독을 시킬 순 없으니 정말 하려면 무료 앱을 또 알아봐야겠죠.
격려 감사합니다! 어떻게든 잘(?) 해보겠습니다!! ㅋㅋ
2023.11.24 09:08
아 ㅋㅋ 약간 사서 고생하게 되는 게 있죠 ㅋㅋ 저도 괜히 열올리다가 혼자 몇시간씩 찐빼고 그랬던 ㅋㅋㅋ
괜히 [파벨만스] 생각도 나는군요 ㅋ
2023.11.24 09:49
사실 하기 싫으면 언제든 그만둬도 되는 고생이라 제겐 별 문제가 없는데요. 문제는 제 후임이 되실 분이... 이미 저를 원망하고 계십니다만. 그냥 "하기 싫으면 안 하셔도 돼요! 이거 공식 업무도 아니고!!" 하고 웃으며 말씀드리고 말았습니다. ㅋㅋㅋ 쓰미마셍(...)
2023.11.24 10:16
아니 이건 좀!! ㅋㅋㅋ
2023.11.24 14:19
2023.11.24 10:09
2023.11.24 14:18
2023.11.24 10:23
들어가는 품에 비해 상영되는 시간은 짧죠 ㅠㅜ.
2023.11.24 14:19
2023.11.25 10:25
학교에서 영상물 다룰줄 아시면 여기저기서 찾는 금손이시겠네요. 더불어 일복이;;
근데 자발적으로 하시는거 보면 좋아서 학생들 위해서 하시는 것같아 역시 훌륭한 선생님!!!!
학교에서도 학생들도 꽤나 의미있는 추억을 만들어주시겠어요^^
수업에도 영상편집할 줄 말면 유투브 잘라서 좋은 학습자료도 되고 할텐데요.
-이런 영상편집은 꿈도 꾸지 않는 이가;;;;-
2023.11.25 23:32
근데 요즘 젊은이들(쿨럭;) 중엔 그런 능력자가 꽤 많아요. 저 같은 초보는 몇 달 공부해 봐야 그 분들 발끝에도 못 미칩니다. ㅋㅋ 무슨 기업에서 돈다발 주고 외주 맡긴 것 같은 퀄리티의 영상물 만들어내는 인재들이 사방 학교들에 있더라구요.
영상 파일에서 필요한 부분만 잘라내는 건 의외로 노올랍도록 쉬워요! 아무나 대략 5분 공부하고 10분 실습 해보면 다 할 수 있으니 도전해 보시죠. 하하.
2023.11.25 11:36
2023.11.25 23:35
사실 80~90년대 밴드들 보며 자란 입장에서 저런 옷차림은 조금 부담스럽습니다만. 암튼 곡은 취향에 맞아서 잘 듣고 그럽니다. 사실은 '루시퍼' 엔딩에 나오는 바람에 격하게 좋아하게 된 거지만요. 하하.
기원 감사합니다! 열심히 해 봐야죠. 공부도 노가다도... ㅋㅋㅋ
2023.11.26 15:14
자.. 이렇게 된 거 작년 영상을 올려 주시죠. 올해 것도..
어도비 마스터 하시면 즈히 강아지 사진도 영상으로 만들어주시려나요?(뭐래닠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