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중에 선택지가 있는데 실제로 선택불가에 진행할 수 없게끔 설계해 놓은 게 있어요. 왜 그렇게 했냐고 하는 질문에 시나리오 라이터의 대답은 그렇게 하면 재미있는 이야기가 안 나올 거 같아서 라고 했지요. 실제로 어떤 경우는 우리도 가능성을 찾다가 선택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에 좌절하고 어떤 경우 현재를 더 망치게 되기도 하죠.

가령 이 게시판에 있는 분들 중에 타임캡슐을 만들어서 2100년에 열어보는 오프모임...(...)을 하자고 하면 후세대는 가능해서 게시판 로그를 보고 그들이 재미삼아 웃고 떠들거나 아니면 씁쓸해 하더라도 생존할 분들은 거의 아무도 없을 거 같거든요. 그런 시간적 한계가 아닌 물리적 한계도 있지요. 가령 지금 당장 어디에 모이자... 불가능합니다. 아무런 규칙도 방법도 희망하는 사람도 없기 때문이죠. 그렇다고 한다면 다른 유저가 (주말정도에) 구체적인 일정과 장소를 서울 홍대, 명동, 인사동의 카페나 호프집으로 잡아 정확한 시간과 인원을 제시하고 오프모임을 제안하면 어떻게 될까요? 그렇게되면 오히려 명확해지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그러나 화자의 문제도 있습니다. 유저로서 신뢰도가 없는 저같은 불량한 유저가 모이자고 하면, 뭐라고 떠드네 그러면서 콧방귀를 낄 거에요. 하지만 듀나님이나 듀게에서 유명하신 다른 분이 모이자고 한다면 솔깃할 수도 있지요. 말하자면 신뢰도와 친밀도도 다른 누군가에게 선택지를 만드는데 도움이 될 수 있고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익명으로서의 친밀감과 신뢰도문제일 수도 있겠지요. 말하자면 익명성이란 것은 한계도 있고, 그걸 떠나서 그동안의 역사에서 신뢰도 문제도 있는 것이죠. 결과적으로 저도 어느 순간 시간적 여유에 쫒기다가 온라인 활동의 한계를 인정하고 포기해야만 합니다.

듀나게시판에서 오프모임을 하고 싶다는 이야기는 아니에요. 오히려 그 반대로 제가 다른 곳에서 실명으로 활동하며 느끼는 거지만, 익명의 존재가 아닌 실재하는 사람으로서 활동하기에 어느 순간 많은 익명활동을 포기해야 하는 때가 온다는 거죠. 결국 저는 듀나게시판에서는 여기까지인 걸 수도 있어요.

작별인사 아닙니다. 바로 떠나지는 않을 겁니다. 다만 생각을 좀 정리하면서 어떻게든 듀게에 글로 남기고 싶었어요. 준비되면 굿 윌 헌팅의 헌팅처럼 떠나야 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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