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2.23 16:43
.....<브리저튼>에서 가장 눈에 띠는 혁신성은 인종적 다양성이다. 원작 소설에서는 ‘파란 눈’의 백인이었던 공작 역할에 흑인 배우 레제 장 페이지를 캐스팅해 화제가 됐다.
가장 큰 논란을 불러온 캐스팅은 조지 3세의 부인 샬럿 왕비 역의 영국 배우 골다 로슈벨이다. ‘흑인 배우’가 왕비로 출연한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실제 샬럿 왕비는 영국 왕실 조상 중에 흑인 혼혈이 있을 것이란 주장의 중심에 서 있는 인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샬럿 왕비의 ‘흑인 혼혈설’은 공식적으로 확인된 바가 없다.
이 밖에도 흑인, 히스패닉, 동양인 등 다양한 인종의 배우가 자연스럽게 사교계와 무도회장을 누비면서 ‘블랙 워싱’ 논란이 일기도 했다. 블랙 워싱은 할리우드 등 서양 주류 영화계에서 무조건 백인 배우를 기용하는 관행인 ‘화이트 워싱’에 견줘 나온 말이다.
<브리저튼>에서는 흑인 왕비와 흑인 귀족이 가능한 이유를 ‘사랑’으로 설명한다. 조지 3세가 흑인 왕비와 사랑에 빠져 결혼하면서 유색인종에게도 귀족 지위를 부여했고, 이 때문에 헤이스팅스 공작 가문도 탄생했다.
<브리저튼> 캐스팅의 파격은 오히려 흥행 요인이 됐다. 공작 역할의 레제 장 페이지는 여성 시청자를 사로잡으며 스타로 떠올라 <007> 시리즈의 제임스 본드 후보로 떠오르기도 했다. 원작 소설을 쓴 줄리아 퀸도 다인종 캐스팅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줄리아 퀸은 “역사적 사실에 상상을 더해 <브리저튼>이 현실 세계와 비슷해졌으며 ‘세상이 이렇게 돼야지’ 하는 생각을 하게 해줄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영경 기자 samemind@kyunghyang.com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_id=202102111200001#csidxb45759a7a6e2701a4ae7ac9930e7a7f
일단 저도 이 드라마 <브리저튼>을 아직 안 본 상태라 단언하기는 어렵지만, 사극에서 다인종 캐스팅이 이 같은 '역사적 현실' 과 부딪힐 때는 정말 난감할 것 같습니다. 듀나님 언급대로 섭정시대의 저 젠트리들(지주계급과 상공업 자본가들) 상당수가 신대륙에 흑인노예를 부리는 (커피나 사탕수수)대농장의 농장주들이었을텐데...(그리고 그 노예노동의 참혹함과 비참함은 거론하기조차 마음이 무겁네요)게다가 또 한 편에서는 본격적으로 노예노동의 폭압성을 알리고 이 끔찍한 제도의 폐지를 위해 유럽 사회의 양심있는 사람들이 한참 움직이기 시작할 때라 말입니다.(커피와 설탕 안먹기 운동 같은 것도 시작했죠. 저 시절이 오늘날 공정소비의 시작쯤 될 겁니다)
제일 요란한 건 뭐니뭐니 해도 혁명 프랑스였죠. 대혁명기에 기세좋게 (유럽에서 최초로)노예제를 폐지하고 공포정치 시기에는 무려 흑인 국회의원들까지 여럿 배출했건만...이후 나폴레옹 제정기부터 노예제 부활...최초의 흑인(해방노예) 공화국 아이티 침공에...굵직굵직한 거 몇 개만 생각해 봐도 머리가 지끈 아파오네요. 뭐, 퓨전 사극이라 괜찮을라나요?
사실 인종문제가 부각되지 않는 고대나 중세를 배경으로(17세기까지는 '신분'이 문제였지 '피부색'은 문제가 아니었죠)하면 다인종 캐스팅이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을텐데, 서양사회에서 '인종'이라는 문제가 본격적으로 제기되는 근세(브리저튼의 배경은 19세기 초반)이후부터는 이런 문제들이 마음에 걸리는군요.
2021.02.23 16:53
2021.02.23 23:36
2021.02.23 17:03
2021.02.23 23:38
2021.02.23 17:25
요즘 유행하는 멀티버스, 평행세계라고 하면 다인종 캐스팅도 이해가능한 설정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흑인 노예를 거느리고 (착취하는) 귀족이 같은 귀족 계급에 흑인이 있다는게 왜 문제가 된다는 건지 제 짧은 지식으로는 이해가 안가네요.
직원들 사람 대접 안하는 재벌 로얄 패밀리들도 같은 재벌가들은 똑같은 한국인, 동양인임에도 사람으로 대접하는데...
제가 현대적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걸까요.
2021.02.23 23:46
본문에서도 언급했지만 18세기부터 유럽에 인종차별이라는 개념이 본격적으로 등장하거든요. 사실 그 전시대인 고대와 중세 그리고 르네상스(16C)와 바로크 시기(17C)까지는 유럽인들에게는 '신분'이 사람을 구분하는 가장 큰 원칙일 뿐 '피부색'이 아니었습니다. 유럽땅에 백인만 득실거리게 묘사되는 고대나 중세가 사실 가짜 유럽일 뿐, 오히려 이렇게 인위적으로 유럽 근세를 PC로 채울 것까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2021.02.23 17:28
어차피 허구와 상상력을 보태서 만들어지는 시대극인만큼 각색의 영역이 더 넓어졌다는 정도로 생각하면 될 것 같습니다.
2021.02.23 23:49
2021.02.23 17:29
전 그냥 판타지스러운 변주라고 생각하고 재밌게 봤네요ㅎ
어차피 막 빡빡한 고증을 한 역사물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고
눈호강을 위한 시리즈라..
2021.02.23 23:51
2021.02.23 18:39
브리저튼이야 어차피 대체역사물이고, 모티브가 된 실존 인물이 있다 한들 작중 등장하는 캐릭터는 모두 가상 인물이니 인종에 구애받지 않는 캐스팅을 해도 문제될게 없다고 봅니다.
MCU에서 닉 퓨리가 샘 잭슨이고 발키리가 테사 톰슨인 것과 같은 것이죠.
다만, 실제 역사 및 사건, 실존 인물이 직접적으로 나오는 경우는 조금 그렇습니다만...
2021.02.24 00:02
2021.02.23 18:59
저는 매우 불편했습니다. 역사적 고증에 충실하지 않아서라기보단 산호초님 말씀대로 피씨함을 강박적으로 강요받는 것 같아서요.
'눈에 뻔히 보이는 걸 무시하고 아무렇지도 않다고 느껴야 너가 올바른 거야' 뭔가 밀어붙이는 느낌?
특히 첫 눈에 모든 남자들이 반해서 뿅가는 설정의 소녀가 등장할 땐 그야말로 실소를 터트렸습니다.
지금 저 소녀가 미모 하나로 모든 이의 시선을 사로잡고 사교계에 핵폭풍으로 등장했다고? 역설적으로 일부러 흑인을 욕먹이려 제작자가 꼼수 부린 게 아니고?
글쎄요...많은 사랑을 받은 작품이니 사람들이 거부감없이 받아들였던 것 같지만 정말 속으로도 그랬을까 싶습니다.
그 장면 촬영했던 배우들이 술한잔 걸치고 어떤 이야기들을 하면서 낄낄 댔을까 하는 뇌피셜도 막 그려지더군요.
결국 전 2회 중간에 이 드라마 포기했습니다. 도저히 더 볼 수가 없었어요.
2021.02.24 00:03
2021.02.23 19:03
기계적으로 같은 인종이어야한다는 강박을 버리는게 더 낫지 않을까요. 어차피 머리부터 발끝까지 쓰는 언어부터 생각하는 방식까지 전부 "실존"인물과는 다릅니다. 그중에 왜 딱 꼬집어 인종만 그렇게 거슬리는지 곰곰히 생각해볼 문제이죠.
2021.02.24 00:06
2021.02.23 19:39
본문 제대로 안읽은 댓글 하나 참 거슬리네요; 바보같은 헛소리라서가 아니라 오독에서 그치는게 아니라 자신의 PC함을 과시적 소비하는 댓글이라 꼴불견 스럽습니다.
드라마의 배경이 되는 해당 시대, 역사와 사회에 대한 일반인들보다 더 풍부하고 정확한 지식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시대 상황과 충돌하는 설정이나 장면에 어색함을 느끼는건 매우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전 전공(건축과 도시) 말고도 지리와 교통시스템에 무척 관심이 많은데 작품속에서 최소한의 사실에 부합 되지 않는 줄거리, 예를 들어 주인공이 당시 상황에서는 불가능한 이동거리를 주파한다던가 그런, 나와 버리면 더 이상 볼 맛이 없어져요.
인종을 극 중에서 적절히 믹스하는 것은 해당 영화, 드라마 산업전체 차원에서 추구할 정의로 봐야지 개별 작품들의 특수성을 모두 소거시키면서까지 진행하는건 스탈린식 이데올로기일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2021.02.23 19:39
2021.02.24 00:09
2021.02.23 22:50
로맨스소설 원작으로 하고 있고 로맨스소설은 이미 하나의 장르 문학으로써 형성된 형식과 스타일이 있죠. 로맨스소설 장르에서 시대 배경은 주인공 커플의 관계성을 돋보이게 해주는 부가적 요소 이상의 큰 의미는 없어요. 물론 장르의 선조격인 브론테 자매나 제인 오스틴 작품쯤 되면 이야기가 좀 다르긴 하겠지만요. 소설을 영상으로 바꿨을 때는 접근법이 달라질 수도 있겠지만, 반대로 그렇게 때문에 더욱 가볍게 접근할 수도 있다고 봅니다. 어쨌거나 브리저튼 드라마 시리즈를 보면서 역사적 고증을 따지는 건 좀 우스운 이야기란 뜻이죠.
그보다 저는 아무리 시대 배경을 감안한다 하더라도 2020년에 로맨스 드라마를 만들면서 남녀 캐릭터 설정과 묘사가 구태의연한 것이 더 아쉬웠습니다. 다만 소위 PC함의 추구가 인종을 섞는 정도에서 그칠지, 이야기의 전개에도 영향을 미칠지는 좀 더 두고봐야 알 수 있을 것 같아요. 원작의 각권이 일곱 형제들의 로맨스를 담고 있고, 드라마도 앞으로 비슷한 순서로 만들어질 거라고 하는데 1시즌에서도 원작과 달라진 캐릭터 묘사들이 많다고 하더라고요. 좀 더 지나면 듀나님이 지적하신 것 같은 그런 측면이 드러날 수도 있겠지요. 뭐 그래봤자 넷플릭스 드라마 앤에서 캐나다 네이티브 캐릭터를 욱여넣었던 수준이 되지 않나 싶긴 합니다만
참고로 숀다와 넷플릭스가 만난 첫 작품이란 의미에서도 기대작이자 화제작이었는데, 숀다는 본인이 자수성가한 흑인 여성이고, 전작에서도 인종의 다양성은 중요한 테마였지요. 덕분에 그레이아나토미에서 크리스티나 얭이 극중 주요 캐릭터로써, 동시에 중국계나 일본계가 아닌 한국계 캐릭터로 등장할 수 있었다고 생각하고요. 여전히 인종주의적 혐의를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헐리웃에서 이런 시도는 아직까지는 충분히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2021.02.24 00:12
2021.02.24 02:59
영화에서든 시상식에서든 지나친 PC함은... 부자연스럽다고 생각해요.
아카데미, 골글 같은 것도, 그냥 미국영화 잔치로 그냥 해버리고, 차라리 월드 분야를 별도로 뽑아서 별도로 열어도 좋을거 같아요
2021.02.24 08:05
2021.02.24 09:43
2021.02.24 10:25
2021.02.24 14:37
2021.02.24 14:56
2021.02.24 21:04
2021.02.24 14:41
브리저튼이 고증에 충실한 묘사를 앞으로 내건 리젠시 시대 배경의 정통 사극이었다면 불편한 부분이 있었을 거라는 생각은 듭니다만,
그랬다면 애초에 흑인을 캐스팅한 드라마가 되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거기에 이 드라마가 역사나 시대적인 배경을 중요하게 다루는 것이 아니라, 주인공들의 로맨스에만 이용하는,
할리퀸식 로맨스물이었기 때문에 그냥 크게 신경 안 쓰고 봤던 거 같아요.
유색인종 캐스팅에 대한 나머지 의견은 Jkewell 님 의견에 동의합니다.
2021.02.24 21:10
2021.02.25 09:16
해삼너구리 님의 의견에 동조합니다. 안보신 분들이 너무 말씀들이 많은...
충분히 있을 수 있는 로맨스 소설의 설정이고 그 세계가 아름다와서 끝까지 본 저로서는 참..
다 백인이었다면 저는 1편도 채 보지 않았을 겁니다.
자신의 미적 감각을 남들에게 들이대지 마세요. 정말 아름다운 소녀로 나오는 그 소녀는 충분히 아름다왔습니다.
2021.02.25 11:27
2021.02.25 09:18
개인적으로 전 세계에 아무리 PC가 많아져도 여전히 부족하다고 봅니다.
PC 여 오라, 전 세계에 충만하라! 외치고 싶은 심정이랄까요. Too much PC라는 것은 언어도단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2021.02.25 11:26
굳이 이런 역사적인 사실을 무시하고 기계적으로 다양한 인종을 출연시켜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버렸으면 좋겠어요.
극에 대한 몰입을 상당히 방해할거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