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1.21 04:17
재미가 없는 건 아닌데... 참 애매한 결과물이네요.
-찐 사랑을 잃은 다이아나의 고독이 넘나 예쁘고 팬시하고 우아하게 묘사됨.
거기다 무슨 독수공방하는 조선 여인네도 아니고. 요즘이었으면 다이아나도 혼자 캠핑도 가고 솔플 잘 했겠죠?
-균형을 잡고 힐을 신는 것에 어마무시한 강함이 숨어있던 것이었던가.
이 묘사가 어이없기도 하고, 원더우먼이란 캐릭터의 태생적 한계인가도 싶고.
하기는 엑스파일의 스컬리가 힐 신고도 호다닥 잘 달릴 때 저 미스테리한 힘의 원천이 뭔가 했죠.
-패드로 파스칼이 맡은 빌런은 근래 본 히어로 무비에서 가장 흥미롭고 재밌는 캐릭터였습니다. 더구나 파스칼 연기도 무척 좋았어서. 그런데 막판 급박하게 캐릭터 서사는 왜 끼어넣는지. 없어보이게.
전반부는 코미디였다가 마무리는 가족영화. 영화 톤이 고르지가 않네요. 치타는 캐릭터도 얕고 이렇게 다룰 거였으면 이번 편에서는 빼고 다른 편에서 등장시키는 게 나았을 것 같아요. 파스칼이 맡은 캐릭터에 더 힘을 싣는 게 좋았을 듯요. 더 재밌게 풀어낼 얘기들이 있을 것 같은데 이쪽도 흥미로운 캐릭터에 비하면 막판 급박하게 캐릭터 서사를 끼워넣는 데서 보듯 존재감 어필은 파스칼 연기에 힘입은 바가 큰 거지 연출적으로 빌런 묘사가 좋은 편은 아닙니다. 크리스 파인의 등장은 우려보다는 괜찮았네요. 커크보다는 스티브 트레버쪽이 훨씬 어울리고 좋고 심지어 더 잘생겨 보임. (제가 커크 캐릭터를 싫어해서도 있지만;)
전반적으로 긴장감은 없는데 사건은 전지구적으로 커지고 이걸 어떻게 수습하려나 보니, 해결은 참 엉성하기 그지없네요. 인트로와 중간, 클라이막스의 액션 씬을 빼고는 플롯만 보면 그냥저냥 볼만한 환상특급 에피소드 중 하나의 느낌입니다. 인트로는 다이아나 어린 시절의 장애물 경주를 넣을 게 아니라 아스트라이아 이야기를 넣었어야 할 것 같고요. 여튼 각본 문제가 가장 큰 것 같습니다. 제프 존스는 1,2편 각본에 모두 참여. 패티 젠킨스도 2편 각본 작업에 참여했네요. 1편에서 작업했던 앨런 하인버그는 빠지구요. 이 양반은 잘 모르지만 그레이 아나토미, 섹스앤더시티 등 꽤 알려진 드라마에 프로듀서 및 작가 활동을 다년간 해왔군요. 다음 편에는 좀더 역량있는 시나리오 작가가 합류해야 할 듯.
덧. 클라이막스의 원더우먼의 액션이 비폭력을 추구하는 원더우먼만의 또다른 액션을 보여주고 있단 듀나님의 글을 봤는데, 그 원더우먼 시리즈만의 액션이 더 설득력 있었으려면 사실 치타 캐릭터도 더 살았어야 했죠. 그 점이 많이 아쉽습니다. 어떤 사람들에게는 세상 멸망각이 와도 예전의 세상으로 돌아갈 수 없어(feat. 나의 예전 세상은 원더우먼의 독백처럼 아름답지가 않....)'라는 간절함과 소망이 더 클수도 있으니까요. 며칠 전에 미 정권이 교체되면서 온두라스에서 미국으로 탈출하는 긴 행렬이 생겼다는 뉴스를 봐서일까요. 자꾸 원더우먼이 세상은 아름다워 드립을 치는데 뭔 동화같은 소릴 하고 앉았.... 이런 생각이. 아, 저는 치타는 아니구요;;
2021.01.21 14:52
2021.01.21 15:37
-치타 캐릭터는 오리지널 코믹스에서도 그렇게 잘 만들어진 캐릭터는 아닌 것 같더군요. '완벽한 여성'에 대한 질투가 원동력이라니; 배우는 잘 하는데 설정이 넘 빤해서. 지금 러닝타임도 길긴 하니(근데 길다는 느낌은 특별히 못받았어요. 영화 호흡이 나쁘진 않아요) 시간을 좀더 할애하기는 어려웠을 거에요. 메인 빌런 서브 빌런까지 끌어들여 이야기를 직조하는 게 좀 무리였던 것 같아요. 메인 빌런은 자식이라도 있지 치타는 잃을 게 없고, 예전으로는 돌아가기 싫고, 서브 빌런도 설득을 못하는데 그보다 더한 상황에 있을 세상 사람들이 소원을 취소하도록 조곤조곤 원더우먼이 설득시킨다? 설득력이 없엉.... ㅠ
-갤 가돗은 무지 이쁘고 멋진데 저도 크게 끌리진 않아요. 엄친딸 미스코리아 진보는 느낌이에요.
-저도 액션씬은 큰 불만 없어요. 말씀듣고보니 진짜 대통령이 레이건이 아니라 트럼프 닮았네요. ㅋ
-맥스웰 로드는 재밌는 악당인데, 사실 이 악당의 맛도 제대로 못살렸어요. 페드로 파스칼이 열일했죠. 이 악당이 추구하는 '위대함'에는 단순히 권력욕이나 자기 과시 혹은 다른 사람의 소원 수리를 하면서 힘 보충하는 것 말고도 어떤 메시아적 욕망이 같이 함축돼 있는 것 같아 그 부분이 흥미로웠어요. 과잉해석일 수 있겠고, 각본에서도 이 부분이 잘 나타난 건 아닌데 파스칼 연기가 이 부분을 메꿔서리. "내가 니 소원을 들어줄게"라고 할 때 사짜 느낌이 나면서도 정말로 사기스런 권능에 '소원'의 간절함, 절박함을 정말 이해하는 인물로 보이죠. 더욱이 인종, 계급, 성별 가리지 않고 평등하게(?) 소원을 수리해주기도 하고요. 혼돈의 메시아..
-맥스웰 로드가 만들어내는 난장판을 좀더 축소시키고 소동의 스케일이 아니라 디테일쪽을 살렸으면 좋았겠어요. 위성과 티비를 포기할 수 없었나봐요. 뭔가 과거 007느낌도 났던 게.
-전반부 트레버 띨빵한거나 쌕 두른 모습이 꺅~ 참 귀엽고, 둘이.... 슬프긴 했어요. 로맨스 쪽은 잘 나왔더라구요.
-아스테리아는 3편엔 안나올 것 같아요.
2021.01.21 16:06
아스테리아는 그냥 황금갑옷 떡밥(홍보과정에서 그렇게 강조해놓고 겨우 그게 다?)과 린다 카터 카메오 이상의 의미는 없을 것 같긴 합니다.
2021.01.21 18:00
황금갑옷은 실망이었습니다. 치타의 강함을 돋보이게 하기 위한 설정이었다기엔 아스테리아 지못미...
2021.01.21 17:04
원작 팬들은 만화상에서 터프하기로 이름난 원더우먼이 그렇게 착해빠진 캐릭터로 나오는게 불만인듯 하더군요 (영화상에서 원더우먼은 누굴 죽이기는 커녕 악당을 때리지도 않는것 같습니다 - 치타를 제외하면)
내용상 황색수정이 어디서 무슨 권능으로 그렇게 어마어마한 능력을 얻었는지 설명이 필요할 것 같지만... 말 그대로 환상특급이라고 이해하면 넘어갈 수도 있겠네요. ㅎㅎ
2021.01.21 17:59
중간에 유물 관련해서 더 전개가 있으려나 싶었는데 걍 싱겁게 해소됐죠. 자꾸 진실, 아름다움 어쩌구 하는데 살짝 거북했습니다. 히어로 무비가 다 그렇지만 체제-현상 유지가 최선은 아니고 그 세상이 마냥 아름답기만한 건 아니잖아요. 주제를 넘 얄팍하게 다뤘다는 생각이 듭니다. 배트맨의 경우 고담은 마경이고 배트맨은 그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힘으로 최소한의 선을 구현한단 느낌이어서 이런 종류의 저항감이 덜하고요.
캐릭터로는 큰 매력은 없죠. 이부분은 슈퍼맨도 비슷한 듯 하지만 슈퍼맨은 클라크 켄트라는 부캐에 일반가정에 입양돼서 성장했다는 설정때문에 이거저거 풀어낼 거리도 있고 캐릭터가 보다 풍부해지는데 원더우먼은 이게 없어요. 일코 모습도 완벽 그 자체라. 이번 편이 이런 쪽에서 변주를 줄만한 좋은 기회였는데 원더우먼이 평소에는 어떻게 일반 세상-사람들과 어울려사는지에 대한 제작진의 고민이 필요하다 보여요. 암튼 옳고 바르고 맑고 고운(?)소리만 하는 게 무슨 미스 유니버스 당선 소감도 아니고. 원작 안 본사람도 불만입니다 ㅎ
2021.01.21 19:13
이렇게 단점이 많은데도 대체로 볼만은 했다고들 하시니 별 관심 없던 영화가 갑자기 보고 싶어지네요. 어떻길래. ㅋㅋㅋ
갤 가돗은 그냥 갤 가돗의 한계(?) 같은 게 뭔가 있는 것 같아요. 저도 첨 보는 순간부터 와! 원더우먼 어울리게 예쁘네... 라고 생각했지만 왠지 모르게 무매력이더라구요.
2021.01.21 19:46
2021.01.21 21:56
2021.01.21 19:16
2021.01.21 22:08
-환상특급 ㅋㅋ 맞네요. 전 어쌔신크리드 오디세이, 브루스 올마이티, 미라큘러스 레이디버그 등등이 떠올랐어요 ㅎㅎ
-갈 가돗의 다이애나는 이상하게 정이 안가요. 제가 좋아할만한 요소만 있는 캐릭터인데도 말이에요. 연기도 아직까지는 조금 어색한 느낌이 있습니다.
-치타 캐릭터를 연기한 크리스틴 위그를 정말 좋아하는데 조금 아쉬운 부분이 있긴했어요. 조금 더 러닝타임을 받을 자격이 있었는데 말이에요. 설정도 좀 약했지요. 그냥 약간 내향적일뿐 예쁘고 건강하고 직장탄탄한 고학력의 1세계 백인의 자기연민은 좀 설득력이 없습니다.ㅋㅋ "치타"도 좀 생뚱맞았어요. 초반의 호피무늬 힐하고 "최상위 포식자" 정도의 링크는 있었지만 너무 은근했지요.(심지어 치타는 그렇게 최상위 포식자도 아닙니다!!) 말씀대로 시나리오 문제가 큰 것 같아요. 뭔가 프로덕션 차원에서 이것저것 끼워넣은 느낌이 들기도하고. 그래도 크리스틴 위그의 치타는 또 보고싶어요!!
-첫장면 보다가 어쩐지 폴가이즈가 떠올라서 피식 웃었어요. 비디오 게임을 좀 줄여야하나봐요 ㅋ 레즈비언천국에서의 운동회 회상씬은 메인플롯의 "치팅"에 대한 복선이었던 것 같습니다.
-액션신에 불만이 있는 분들이 좀 있는거 같은데 전 뭐 그럭저럭 괜찮았던거 같습니다.
-벽안에 갇힌 가난한 무슬림들을 보니 팔레스타인 문제가 떠올라서 이스라엘 전역군인이 연기하는 원더우먼이 좀 어색하게 느껴지는 순간이 잠깐 있었습니다. ㅋ
-80년대 미대통령이 레이건을 닮지않고 도널드트럼프를 닮은게 좀 웃겼어요 ㅋㅋ 만약 트럼프였다면 맥스웰로드의 손을 잡았을 때 "국방강화"말고 재선을 빌었을텐데.
-맨날 바이러스나 기후문제 좀비 위기만 보다가 오랜만에 미소핵전쟁 시나리오를 보니 이것이 80년대구나, 레트로구나 싶어 향수도 들고 반갑더라고요. ㅋㅋ
-막판에는 뭔가 우당탕 하고 끝나버린거 같아 좀 그랬지요.ㅋㅋ 근데 또 뭐 어떻게 하겠어요. 이야기를 거기까지 벌려버렸는데.
-린다카터의 아스테리아는 3편의 떡밥인지 그냥 팬서비스인지 궁금하군요 ㅎㅎ
그래도 뭐.. 전 전반적으로 재미있게 보았습니다. 트레버를 다시보니 좋았고요. ㅋ 트레버는 다이애나를 다시 만날 때보다 비행기 "벳시"를 다시 만났을 때 더 반가워하는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 ㅋㅋ 투명비행기도 꽤 멋지게 묘사되지 않았나요? ㅎㅎ 폭죽이랑 아주 낭만적으로 연출된 것 같아요. 크리스 파인 덕에 로맨스가 잘 녹아들은 것 같지요. (역시 커크 따위가 배우의 대표 캐릭터가 될 수는 없습니다!!) 막판에 다이애나가 I'll never love again 할 때는 스타이즈본의 가가님 노래가 귓전을 맴돌면서 눈물이 핑했어요ㅋ 예전같았으면 시니컬하게 봤을 나이브한 결말도 빌런들의 해피엔딩도 세상이 암울해서 그런지 그럭저럭 "희망찬 메시지"로 받아들이게 되네요. 마음 한구석에서는 꿈틀꿈틀하는 불만이 좀 있긴하지만요. 패티 젠킨스 감독은 스타워즈에서도 잘할 것 같습니다.
암튼 여러분 약관은 중요합니다. 꼭 약관을 잘 읽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