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후기를 남기네요.

작년 마지막 주제도서는 박완서 작가의 <나목>이었습니다. 


오래된 작품을 볼때 의외의 모던함에 놀라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시각적으로는 흑백으로 청각적으로는 지직거리는 am 라디오 같은 소리로 과거를 소환하곤 하는데 

그때도 사람이 살던 시절임엔 변함이 없거든요. 


물론 몇십년이라는 시간의 간극이 있어서 지금과는 많은것이 너무 다르고 

특히나 한국처럼 급격하게 변한 나라는 더욱 그렇긴 합니다만 

그런 생각때문에 오히려 과거에도 전형에서 살짝 벗어난 개성적인 인물들이 존재했다는걸 까먹는 것 같습니다. (사실 말도 안되는 착각이긴 하죠) 


박완서라는 이름은 너무 거대하고 오래된 느낌이라 작가의 작품에 대한 막연한 이미지가 있긴 했습니다. 

하지만 당연히 그녀에게도 젊은 시절이 있었고 '나목'은 바로 그 시절,

스무살을 갓 넘기고 한국전쟁이 교착 상태로 접어들던 51~52년의 겨울을 픽션을 첨가해서 20년후에 써낸 소설입니다. 


주인공이 경아의 나이나 직업 기타 여러 상황은 박완서 작가의 실제 삶에 근거한 것이고 

다른 캐릭터들과 에피소드는 얼마나 만들어진 것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그 고루한 한국전쟁통의 이야기를 다룬 1970년에 나온 소설임에도 놀랍게 도 '젊음'의 기운이 충만합니다. 

전쟁이라는 극단적인 상황에서 가족의 죽음을 연이어 겪은 스무살의 혼돈 과 충동, 

그리고 읽는것만으로 충분히 전해지는 추위와 서늘함등은 막연히 작가에게 가지고 있던 이미지랑은 너무 달랐네요. 


모임에서의 주된 이야기는 경아의 심리와 행동에 관한 것 그리고 작품의 현대성에 관한 상반된 생각이었 는데요... 

어떤 분들은 저처럼 오래됬지만 예상보다 젊은 소설이었다고 느끼셨고 어떤 분들은 어쩔수없는 시간의 차이를 느끼셨고... 

그런데 저는 그 감상들이 그렇게 서로 멀다기보다는 각자의 영점(응?)이 달라서 그런거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것은 각자가 생각하고 있는 70년 전의 한국의 모습은 결국 어림짐작이기 때문인 게 아닐까요?....


-끝-


ps)

저희 동적평형의 문은 항상 열려있습니다. ㅎㅎ

모임에 대한 정보는 이전 후기에 나와있으니 관심있으신 분들은 쪽지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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