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베르톨루치 감독의 지지자는 아닙니다. 저에게 그는 좀 밍밍한 영화였던 <마지막 황제>(1987)의 감독이자, 실제로 보지는 않았지만 관련 이야기를 들을수록 볼 마음이 없어지는 <파리에서의 마지막 탱고>(1972)의 감독이었거든요. <몽상가들>(2003)은 좋게 보았지만 소품이었고요.

 

근데 보르헤스 원작소설을 좋아해서 본 <거미의 계략>(1970)에 감탄한 이후, 젊은 베르톨루치 영화를 볼 기회를 노렸고, 시네마테크에서 상영한 <혁명전야>(1964)는 꽤 좋게 보았습니다.

 

그리고 지난주 <순응자>(1970)가 개봉했지요. 어떻게 개봉했는지 알아보지도 않고 갔는데 최근 무슨 영화제 수상을 기념으로 새로 복원한 복원판이고요. 그 결과 완벽한 화질을 자랑합니다. 그리고 이는 제가 최근 몇 년간 본 중에 가장 시각적으로 아름다운 영화였습니다.

 

모라비아의 원작소설을 바탕으로 한 줄거리나 주연 배우 등등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지만, 베르톨루치 협업자인 비토리오 스토라로가 촬영한 화면은 완전 바로크적으로 찬란합니다. 역시 베르톨루치 협업자인 프랑코 아칼리가 실력을 발휘한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편집도 기가 막히고요.

 

당시 29살이었던 베르톨루치 감독이 <순응자><거미의 계략>을 같은 해에 감독했다는 걸 생각하면 입이 다물어지지 않기는 합니다. 이분의 영화를 많이 못봐서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젊은 천재가 나이들어서 시들은 경우같네요.

 

그렇더라도 이런 영화를 영화관에서 볼 기회 놓치지 마세요~ 특히 저처럼 비토리오 스토라로 촬영감독의 팬이라면 절대 놓칠 수 없는 기회입니다. 이번 주말까지 한다면 저는 재관람도 할 예정입니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31482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50487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60766
123657 [바낭] 흔한 곡조인데 왠지 짠한 노래 [4] 곰친구 2010.07.18 1967
123656 부모님의 학창시절 [8] 01410 2010.07.18 3012
123655 주말동안 피판에 갔다 온 후유증 [7] inmymusic 2010.07.18 2107
123654 볼까...말까... 세르비안 필름. [9] breathless 2010.07.18 3802
123653 [바낭] 대중에 의한 '신상 캐기'가 기껍지만은 않은 이유 [59] 바오밥나무 2010.07.19 4047
123652 고양이 [8] 차가운 달 2010.07.19 2610
123651 복날 특집. 경복궁역, 토속촌 삼계탕 [12] 01410 2010.07.19 4586
123650 [엔터 더 보이드] 보신 분들께 질문.. [13] 로즈마리 2010.07.19 3278
123649 세르비안 필름, 김복남 [6] 디나 2010.07.19 5731
123648 자두맛사탕님 힘내세요 [4] 셜록 2010.07.19 3381
123647 왜 태양의 퍼포먼스를 봐도 찌릿하지 않을까요... [12] S.S.S. 2010.07.19 3980
123646 학력위조에 관한 뻘글 (제가 졸지에 학력위조자가 된 케이스입니다) [8] soboo 2010.07.19 3572
123645 새로 발견한 수학공부의 효용 [1] 살구 2010.07.19 2192
123644 피판가서 <퍼머넌트 노바라> 보고 왔어요 [2] khm220 2010.07.19 1650
123643 게시판과 웹진 [2] Lain 2010.07.19 2307
123642 안정환선수가 골을 넣었답니다. [4] soboo 2010.07.19 3015
123641 [19금] 자두맛 사탕님께 제 경험담을... [8] 1분에 14타 2010.07.19 7277
123640 살면서 고백 같은 것 해본적 없고 눈빛만 날려봤을 뿐인데... [4] 변태충 2010.07.19 2912
123639 혹시 내일 스케쥴은 없지만 일찍 일어나실 분들 계신가요 ; [3] aerts 2010.07.19 3069
123638 귀기 어린 고양이 울음 소리. [2] Jade 2010.07.19 3797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