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낭) 캣츠를 보고 왔어요

2019.12.28 23:14

샌드맨 조회 수:802

결론부터 말하자면 괴작이긴한데 최악까진 아닙니다. 하지만 이걸 보는 것보단 뮤지컬 실황 DVD를 보는 게 더 나아요. 


기대를 버리고 가서 그런지 몰라도 그렇게까지 언캐니 밸리를 건드리진 않았습니다. 바퀴벌레 씬도 그럭저럭 볼만 했어요. 


스토리가 개연성 없다는 비판은 좀 억울하게 느껴졌어요. 원작 뮤지컬 '캣츠' 자체가 스토리가 없다시피한 작품인걸요;; 


다만 영화에서 가장 아쉬웠던 점은 영화가 뮤지컬 '캣츠'의 '글램' 느낌을 전혀 살리지 못했다는 거에요. 


뮤지컬 '캣츠'에 등장하는 고양이들의 모습은 말이 고양이지 형형색색으로 물들여 산발한 머리 + 짙고 화려한 화장 + 풀어헤친 가슴 + 초커 & 가죽 + 누덕누덕한 모피를 걸친 70~80년대 글램락 스타의 모습입니다. 등장하는 것만으로도 모두의 시선을 잡아끌 수 있는 화려한 모습이죠.  


근데 영화에선 이걸 쫄쫄이스러운 진짜 털로 바꿔버리고 옷까지 벗겨놓으니까  다들 누가 누군지 제대로 구분조차 안되는 엑스트라들 같아요. 럼 텀 터커나 맥캐버티도 코트를 걸치고 나올 땐 꽤 괜찮아보이는데, 옷을 벗는 순간 크게 볼품없어집니다. 


거스의 장면이 그나마 가장 평이 좋은 것도 그가 옷을 입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어차피 직립보행하고 의인화할 거라면, 차라리 옷이라도 입혀놓는 게 훨씬 캐릭터의 매력이 살아났을 겁니다.  


얼굴은 짙은 분장+CG로 고양이처럼 만들고 옷은 입히는 게 나았을 것 같는데, 반대로 얼굴은 사람 그대로 놔두고 옷은 벗겨놓았으니 그냥 쫄쫄이 입은 사람 느낌 밖에 안 들잖아요. 


영화의 가장 유명한 곡인 그리자벨라의 'Memory' 씬도 매우 매우 매우 실망스럽습니다. 캐스팅과 연기지도와 연출의 총체적 난국...=_=;; 


제니퍼 허드슨의 그리자벨라는 상당히 별로에요. 그리자벨라에겐 지금은 늙고 볼품없어졌지만 한 때는 곱고 화려했던 느낌이 있어야 하는데, 제니퍼 허드슨은 그닥 늙어보이지도 않고 강인해보입니다. 그리자벨라의 트레이드마크인 번져서 엉망이 된 마스카라+립스틱 자국이 없으니 더 그런 듯. 


그리고 뮤지컬에서 그리자벨라를 연기했던 배우 중 가장 유명한 베키 버클리나 일레인 페이지 모두 고양이 울음소리같은 고음의 비브라토로 이 노래를 소화했는데 제니퍼 허드슨은 훨씬 중저음이라 이질감이 들고요. 


가장 나빴던 건 노래 자체가 영 힘빠진 느낌이란 거에요. 첫번째 장면에선 울먹이며 부르는 느낌을 주기 위해 제대로 내지르지 않는 게 이해되는데, 두번째 부르는 장면에선 영화 전체의 하이라이트 부분인데 폭발시켜야죠. 


그런데 이 장면에서조차 울먹이면서 겨우 쥐어짜는 느낌이라 답답하다가, touch me 부분에서만 잠깐 폭발하고(너무 갑자기 폭발해서 당황스러울 정도 =_=;) 다시 사그라들어버립니다.  


제니퍼 허드슨의 가창력이 문제는 아니에요. 영화 말고 그냥 라이브로 부른 거에선 이것보다 훨씬 더 나았거든요. 그럼 애초에 디렉팅을 저렇게 부르게 했다는건데 판단 미스가 아닐까 싶습니다 =_=; 


그리고 그리자벨라가 노래할 때만 유독 계속 클로즈업 풀샷을 잡아주는데, 이것도 최선의 선택이었는지 모르겠어요. 


어쨌든 이 모든 요소들 때문에 영화의 하이라이트가 되어야 할 'Memory' 장면이 그냥저냥입니다. 매우 매우 매우 실망스러웠어요 ㅠ_ㅠ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 전체적으로는 꽤 인상적인 장면들이 있습니다. 빅토리아는 뮤지컬보다 더 낫고요. 감독 + 배우들의 이름값으로 인한 기대치엔 훨씬 못미치지만, 졸작이나 망작까진 아니었어요.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35180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54545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64985
111240 눈 와요 [6] ssoboo 2020.02.04 523
111239 안녕하세요. 가입인사 드립니다. [5] 하워드휴즈 2020.02.04 427
111238 [만화책바낭] 1파운드의 복음 + 타카하시 루미코 작품들 출간 소식 + 절판책 구하기의 괴로움 등등 그냥 만화책 잡담 [16] 로이배티 2020.02.04 865
111237 여자친구 교차로 mv와 여고괴담 두번째 이야기 [1] 부기우기 2020.02.04 393
111236 숙명여대 트렌스젠더 학생 입학 [11] 알아키르 2020.02.04 1549
111235 네? 뭐라고요? 당명이 '안철수신당' 이라고요? [17] 가라 2020.02.04 1065
111234 이런저런 일기...(사냥꾼) [1] 안유미 2020.02.04 423
111233 이태원 클라쓰(바낭입니다. 스포도 있어요.) [4] 왜냐하면 2020.02.04 984
111232 [게임바낭] 본의가 아니게 시의적절한 제목의 'A Plague Tale'을 클리어했네요 [8] 로이배티 2020.02.03 562
111231 “신종 코로나, 도교올림픽 때까지 수습 가능성 적어” [4] ssoboo 2020.02.03 1507
111230 Groundhog Day 맞이 빌 머레이 지프 광고 [7] iggy 2020.02.03 533
111229 Scorsese 발음 [7] mindystclaire 2020.02.03 797
111228 조성용의 92회 아카데미 시상식 예상 [3] 조성용 2020.02.03 940
111227 <탑건:매버릭> 수퍼 볼 tv 광고 [3] mindystclaire 2020.02.03 431
111226 양지열 변호사 & 신장식 변호사 (금융정의연대 법률지원단장) & 장용진 기자 (아주경제 사회부장) 와의 인터뷰 [2] 왜냐하면 2020.02.03 886
111225 반지하 [1] 어제부터익명 2020.02.03 571
111224 씨름의 희열... 9회 (스포일러) [4] 가라 2020.02.03 497
111223 황교안씨, 종로 안나가고 신인 공천 검토중... [2] 가라 2020.02.03 678
111222 착짱죽짱이라는 단어.. [12] 칼리토 2020.02.03 980
111221 펠리세이드 사고에 대하여 [1] 노리 2020.02.03 511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