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계탕을 먹어봤어요

2021.02.07 06:02

여은성 조회 수:464


 1.사람들은 곱창을 좋아하는 건지 술을 마시고 나면 꼭 곱창을 먹으러 가자고 해요. 한데 나는 곱창을 안좋아하거든요. 술마신 후 내게 '오빠, 곱창 먹으러 가자.'라고 하면 '난 곱창이란 음식이 참 별로더라고. 맛도 별론 것 같고 어감도 좀 그래서. 냄새도 별론 것 같아서 말야.'라고 거절해요.


 그러면 다들 그 맛있는 곱창을 어떻게 맛없어할 수 있냐면서 신기해하곤 하죠. 



 2.하지만 저 말을 잘 보면 내가 곱창을 먹어봤다는 말은 안했잖아요. 나는 곱창을 안 먹어봐서 그게 어떤 맛인지 몰라요. 어떻게 생겼는지도 모르기 때문에 눈앞에 곱창이 있어도 못 알아볼걸요. 그냥 대충 맛이 없을 것 같기 때문에 안 먹는 거예요. 



 3.최근에는 친구와 만났어요. 친구가 삼계탕을 먹으러 가자고 했어요. 그래서 대답했죠.


 '난 삼계탕이란 음식이 참 별로더라고. 애초에 그거 별 맛도 없는 밍밍한 국물에 닭 접어넣어서 삶아놓은 거잖아? 그런 음식에 무슨 맛이 있지? 아무 맛도 없다고. 밍밍한 국물에 닭 살코기를 대충 찢어먹는 건강식이라 너무 심심해서 별로야. 그리고 그런 음식은 닭 비린내를 조금이라도 못 잡으면 완전 망하는 거거든.'


 ...라고요. 역시 이 말만 보면 내가 마치 삼계탕을 먹어본 것 같겠지만 친구는 나를 잘 알기 때문에 속지 않았어요. 친구는 알았다고 한 뒤 홍대의 이곳저것을 거닐었는데...먹을 만한 가게가 안 보이더라고요. 그래서 다시 말했어요.


 '그러고보니 40살이 될 때까지 삼계탕을 안 먹으면 조금 이상할 것 같기도 해. 40살 되기 전에 삼계탕이란 걸 한번 먹어보자.'


 그래서 삼계탕 가게를 갔어요.



 4.휴.



 5.삼계탕이란 음식은 대충 생각한 대로였어요. 하얀 국물에 닭 한마리가 들어있고 닭 몸통 안에 몸에 좋다고 알려진 이런저런 것들을 집어넣은 음식이었죠. 밑반찬을 먹다 보니 삼계탕이 나와서...소금을 좀 뿌리고 먹어 봤어요. 걱정한 것과는 달리 닭 비린내는 없었고 국물도 적당히 소금과 후추를 쳐서 맛있게 먹었어요. 


 하지만 가게를 나오며...역시 삼계탕은 앞으로도 아무데서나 먹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홍대 정도면 음식점의 성지고, 친구가 검색해서 간 삼계탕집은 홍대 안에서도 또 평가가 좋은 곳이었으니까요. 그러니까 방금 먹은 삼계탕을 상위 5%가량의 삼계탕이라고 치면 어디서 먹든 실패 없이 먹을 수 있는 음식은 아닐 것 같았어요. 삼계탕을 먹을 일이 있으면 먹되, 잘하는 곳에서 먹기로 했어요.



 6.그래서 요즘은 초밥에 도전해 보고 싶기도 해요. 사람들이 맛있다고 난리인 그 음식 말이죠. 사실 요즘은 뷔페에 갈 때마다 시험삼아 초밥을 하나씩 집어먹어 보는데...그러면 둘 중 하나예요. 비린내가 나거나 아무 맛도 안 나거나. 파크뷰나 라세느처럼 잘한다는 곳에 가서 한점씩 집어먹어봐도 딱히 맛있는 거 같지가 않더라고요.


 그래도 초밥 전문점에서 제대로 초밥을 먹어본 적은 없기 때문에 한번쯤은 시험삼아 가보는 게 좋지 않을까...싶기도 하네요. 



 7.어쨌든 좋아하는 음식은 실컷 먹어서 말이죠. 애초에 나는 먹는 음식이 너무 한정되어 있어서...소고기나 닭고기를 잘한다는 곳은 거의다 가 봤어요. 그래서 맨날 똑같은 것만 먹어서 질리기도 해요. 


 앞으로는 산책하다가 인도나 동남아 식당이 보여도 한번씩 가보곤 해야겠어요. 완전 본토식말고 우리나라에 맞게 조정된 곳이면 먹을 만 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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