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아이폰으로 쓰는 거라 다른 분들 보시면 줄 꽉꽉 채우고 단락도 잘 안 나눠져서 눈 아프고 보기 불편하겠지만 그냥 적을게요. 타임라인에 긴글로 꽉꽉 채워 도배하는 것도 남들 눈치 보여서 트위터도 대나무숲으로썬 이제 별로네요.


크리스마스에 많은 연인분들 행복하시겠지요. 솔로분들도 아까 티비에서 재밌는 거 많이 해주던데 위로 좀 받으셨는지요. 전 지금까지 항상 솔로.. 랄까 연애에 대한 딱히 특별한 욕구도 갈망도 없는 천진한 (데헷)상태로 크리스마스를 지내 왔는데요. 올해 크리스마스는 참 그렇네요. 오늘 아침 혼자 이불 속에서 울고 아까도 거실에 혼자 나와 홈쇼핑 재방 보다 말고 울었어요. 전 솔로도 아니고 커플도 아닌 어정쩡한 상태거든요. 차라리 싱글이었으면 좋았을텐데. 마음 안 복잡하고. 하루에도 수백번씩 (이거 과장 아니에요) 아이폰으로 메일 확인하면서 걔한테 연락 오지 않았는지 신경쓸 일도 없고. 8시간이라는 망할 시차 땜에 항상 걔 일끝나는 현지시각 8시, 즉 우리나라 새벽 네시까지 잠 못들고 이불 속에서 또다시 일분간격으로 메일체크 할일도 없고. 사실 저 요즘 매일 새벽 여섯시 일곱시에 자요. 그러다가 오늘은 울었죠. 내가 뭐하고 있는 건가... 나 참 바보같고 미련하다 싶어서요.

외롭네요. 마음같아선 다 때려치고 티켓 끊어서 사만마일 떨어진 그곳으로 날아가고 싶지만. 전 또 곧 돌아와야 할 테고. 그리고 또 이런 나날이 반복될거고. 가면 뭐가 달라지나요. 걔가 보고 싶고 다시 사랑받고 싶지만 점점 지쳐가요. 귀국한지 한달, 딱 고정도 됐을 뿐인데 벌써? 싶지만 사실 전 걔랑 낯선 곳에서 한달 이십일만을, 딱 오십일만을 같이 보냈을 뿐이니까요. 그런 거 있잖아요. 사람 잊는데는 같이 보낸 시간의 n배 만큼의 시간이 필요한다는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연애 법칙 중 하나요. 그 숫자가 뭐였죠? 3? 4? 어찌됐건 전 이미 상당한 사소한 기억들을 잊어버렸고 그토록 행복하게 사랑받았던 감각도 이젠 빠져나가고 있어요. 저만 이렇게 기다리는 것 같아서, 이소라 눈썹달 마지막 트랙처럼 자꾸 속상하고 슬퍼져요.

우리 관계에 미래가 있을 거란 생각은 안해요. 우린 여행지에서 우연히 만나 눈이 맞은 다음 한 한달간 동거한 것 뿐인 그런 사이로, 나이 차도 많이 나고 (좀 납니다; 13살!) 일단 국가가 ㅋㅋㅋㅋㅋㅋㅋ너무 차이나는걸요. 친구들은 다 미쳤나고 욕하고 많이 화냈어요. 꾸중 많이 들었죠. 정신나간 짓이었죠, 저도 알아요. 근데 아직 정신 안 돌아와서, 보고 싶은 마음 가득한데, 이제 우리에게 정말 미래란 없다는 걸 체감하게 되니까, 게다가 주위에선 미쳤냐 맘잡아라 얼른 한국인 만나라 정리하란 말만 하니까.

진짜 그만둘까 싶어요. 언젠간 분명 그만두긴 해야되겠죠. 돌아오고 나서 쉘부르의 우산을 다시 봤어요. 그렇게 살게 된다는 거 전 생각만 해도 막 슬퍼요. 근데 그게 진실이죠? 서로 다른 사람의 이름을 부르고, 흔적과 옅은 추억으로만 남아, 지나간 인연으로만 남긴 채 살아가게 되는 거죠? 전 사실 제대로 된 연애를 한 번도 안해봤어요. 어쩌다 자게 된 남자들은 있었지만 좋아하는 사람들은 아니었어요. 팔자가 좀 셌죠, 어린 나이에 비해. ㅋ. 팔자드립이라니 으으.. 아무튼 그래서 전 그 사실, 제 이성은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이 사실 인정하기가 싫어요. 제가 누군가에게, 제가 이리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에게,언젠간 과거에 잠깐 우연히 만난 한 동양인 여자 정도로 기억될거라는 게, 없는 사람처럼 여겨지며 살아가게 될거라는 게, 그리고 저도 그럴 거라는 게 너무 생각하고 싶지도 받아들이기도 싫은 일이에요. 근데 듀게님들, 다 그렇게 살죠? 그게 섭리고, 그게 일들이 일어나는, 흘러가는 방식이죠? 그런거잖아요. 그죠? 전 이 글에 댓글이 어떨게 달릴 지도 알겠어요. 전 항상 많이 알거든요. 머리로는.

사실 오늘 아침 울었던건 아이폰으로 남들 이글루 보다가, 외국인과 결혼해 현재 미국에서 사시는 어떤 분 글을 읽었거든요. 근데 역주행하다 보니까 그 남편분을, 지금은 서로 너무너무 사랑해서 죽고 못 사는 그런 인연을 처음 만났을 때 적으셨던 포스트가 있는 거에요. 근데 그때는 그냥 우왕 어떤 남자랑 만났어! 괜찮은 것 같아! 이 정도로만 써져 있더라구요. 그래서 전 아 사람 일 참 모르는거라던데 신기하다 행복해 보여서 부럽다 이런 생각하고 창을 껐어요. 근데 그러고 나니까 막 눈물이 나서 엄청 울었어요.


그런 행복한 미래가 우리에게도 혹시나 올 수 있을런지, 없다는 걸 알지만, 마음이 아팠어요. 사람이 사람 인연을 알 수 있나요? 이 사람을 놓치지 말아야지 그런 생각 그런 감이 오나요? 항상 우린 같이 있을 땐 모르잖아요. 지나고 나서야 알잖아요. 어떻게 알죠? 우리가 지금은 그냥 우연히 만나 술한잠을 했지만 나중에는 결혼도 하게 될 거고 널 따라 국적도 바꾸고 난 미국에 가서 살게 될 거다 뭐 그런 게 느껴질리가 없잖아요. 모르잖아요. 전 우리 앞에 미래가 안 보여요. 친구들 말대로 짧은 추억 그냥 해프닝으로 여기고 얼른 마음 정리를 해야겠죠. 그래요, 그래서 저는 슬퍼서 울었어요. 누구는 이렇게.. 인종과 국경을 넘어 대 화합의 장.. 이 아니고 ㅋㅋ행복하게 사는데..음 전 이런 순간에도 개그를 치는군요 -_- 우린 이렇게 찌질찌질 메일과 스카이프로 인연을 간신히 연장하다 언젠간 서로에게 페이딩 아웃되고 말겠지... 그 이글루 하시는 분 커플이 너무 부러웠어요. 행복해 보여서.


그만 쓸래요. 이거 쓰면서도 많이 울었어요. 산타가 있다면 저에게 파닭과 엑설런트나 줬음 좋겠어요. 지금 배고프거든요. 걔가 자기 지금 집은 맞는데 누구한테 전화해야 한다고 메일 보낸 지 2시간이에요. 프랑스인들은 통화를 길게 하네요 ㅋㅋㅋ쀼탕 다메야! 싸메하 라 쀠트!! ㅋㅋ걔가 저한테 알려준 욕들이에요. 철자는 모르고 당연히;; 들리는 대로만 적습니다. 나쁜놈 내가 이렇게 목매고 기다리는 거 넌 모르지 신경도 안쓰지. 바또 페 엉큐리! 릭싸메아! ㅠㅠㅠㅠㅠ


다른 분들은 다 즐거운 크리스마스 보내세요. 화이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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