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성에 관하여

2021.01.17 12:18

어디로갈까 조회 수:786

# 사제인 친구와 오랜만에 통화했습니다.  전화를 끊고나니 이게 '동시성'인가 싶은 생각이 드네요.  
한동안 그와 이런 공감을 나눈 적이 없었는데, 전화받기 전 마침 저도 기억 속의 그를 떠올리고 있었거든요. 
우린 이렇게 계속 이어지고 있구나 싶어서 마음에 작은 진동이 일었습니다.
두어 달 동안 혹사증후군이랄까, 너무 많은 업무와 너무 많은 공적인 일과 덧없이 사라져버리는 시간 때문에 번아웃 상태였는데, 그와의 대화가 위로 역할을 해줬어요.

그> 어떻게 지내?
나> 일과 거기에 엮인 사람들에게 휘둘리며 지내. 
그> 항시 겪던 일상이잖아. 다른 고통은 없어?
나> -_-

그> 예전에 니가 백남준에 관해 쓴 글을 우연히 다시 읽었어. 인터넷에 떠돌더라.
나> 에? 프로젝트로 요즘 백남준을 다시 파고 있는 중인데.  오버하면 앙되는데 이 반가운 감정은 뭐지?
그> ㅋㅋ 내가 지금 너를 흔들고 있냐?  뿌듯하다. 
니> - -
그> 새해 복 많이 받아. 우리 언제나 한번 볼 수 있을까? 
물리학에서 말하는 여분 차원 extra dimension의 뉘앙스가 깃들어 있는 대화였어요. 시간의 흐름이 음미되고 무엇인가 여운이 남는데, 뭐라고 정의할 수 없는.  

# 일 때문에 물방울 시리즈로 유명한 김창열 작가의 작품들을 다시 들여다보고 있어요.
그 세대의 작가들을 떠올리면 문화적 정체성에 기대어 사상적 맹아 틔우면서 오늘 이 시기까지 예술활동 해온 방식에 대해 생각보게 됩니다.
뭐랄까 ‘사상가의 얼굴’을 한 예술가의 초상에 대해 말이죠. 
문화적 다양성의 시대라 "문화적 정체성은 거짓이다" 라고 극언하는 사람이 점점 늘고 있는 세태지만, 돌이켜 보면 서구의 어떤 1급 지성도 서구 중심과 그 주변에서 패돌리는 방식으로만 활동했죠. 
세계성 mondialite의 에토스를 갖고 있어야 하는 21세기인 지금도 그러하고요.  그래서 문화적 다양성이란 표제가 의심스러울 때가 많아요.
네,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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