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1.02 14:57
...라기보다는, 이 아래 어제부터익명 님의 게시물 "논객의 시대"에 머핀탑님께서 쓰신 덧글 중, "확증편향이 뉴미디어에서만 일어나는 문제인 것처럼 얘기하는 게 이상하더라고요. 조중동과 폭스뉴스 등 기존 언론에서도 늘 있었던 일이고, 그게 조금 더 거칠어지고 다양해진 것뿐인데요"라는 말씀에 동의하면서 조금 더 덧붙입니다.
사실 트위터/페이스북 역시 뉴미디어의 일부라면, 진중권 전 교수 역시 뉴미디어에서 누구보다 열심히 활동하고 있죠. 인터넷이 언제부터 언론의 대안적 역할까지 침식하기 시작했는지를 가능한 한 넓은 의미에서 해석한다면 게시판에서의 언론 비평, 말하자면 진중권의 조선일보 독자마당 '밤의 주필' 활동 역시 그것에서 자유로울 수 없고요.
그렇기 때문에 본인의 뉴미디어 활동에 대한 성찰이 먼저가 아니겠느냐는, 그리고 그렇지 않다면 왜 진중권은 되는데 유시민은 안 된다고 주장하느냐는 질문을 받을 수밖에 없겠죠.
거기에서 본인만 자유롭기 위해 타임라인을 딱 잘라 유튜브에서부터 뉴미디어의 문제가 대두되기 시작했다고, 또는 심각해지기 시작했다고 주장하려면 앞뒤가 맞지 않게 될 수밖에 없죠. 게다가 진중권은 그걸 굉장히 격앙된 어조로 여러 번 반복해 주장하고 있잖아요. 그러니 그에 대해 의구심을 갖는 것은 당연하고요.
그리고 토론 참가자들 모두 진중권을 위해 예의 바르게 언급을 최대한 피했지만 진중권은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고 노회찬 전 의원과 함께 인기 팟캐스트 진행자였는데, 그것에 대한 지적에 진중권은 확증편향이라는 문제에서 팟캐스트/유튜브에(또는 노유진의 정치카페/알릴레오에) 명확하게 선을 그을 수 있는 차이가 과연 있는지에 대해 대답하는 대신 "그때(노유진에 참여하던 때)는 유시민 이사장이 지금처럼 편향적이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동문서답으로 즉답을 피해요. 유시민의 '오픈북 시험' 이야기는 "팔이 안으로 굽는"다는 도덕적 비판의 대상이 될지언정, "검찰이 법리적 판단이 아닌 도덕적 단죄를 의도적으로, 무기처럼 휘두르고 있다"는 그 동안의 유시민의 논리 안에서 전혀 잘못된 논증이 아니예요. 그러나 진중권의 뉴미디어에 대한 의견은, 그냥 비열한 것이죠.
사실 이 아래 도야지님의 게시물, "논리왕 진중권"에 포함된 어제자 토론 캡처의 의도는, 그리고 그것에 대한 사람들의 일반적인 반응은 진중권에 대한 조롱보다는, 그것도 있지만 그것보다는 대체로 놀라움에 가까워요. 어제자 토론에서 진중권이 보여준 모습에 대해서 부정적인 사람들의 대다수는, 진중권의 의견에 반대하기 위해서 진중권의 토론 태도를 비난하는 것이 아니라, 물론 진중권의 의견에 반대하지만, 그것을 떠나 진중권의 토론 태도가, 또는 진중권의 논리적 판단력이 우리에게 익숙한 그것과 현저하게 달라졌다는 것에 놀라워하고 있어요. 그 '놀라움'에 대해 반박하려면 진중권의 토론 태도가, 또는 진중권의 논리적 판단펵이 "놀라울 만큼 이전과 다른 것은 아니"라고 반박해야지, stardust님의 덧글처럼 "유시민만 하겠느냐"고, 반대 의견 제시가 아니라 이 '놀라움' 그 자체를 언급되지 않게 하기 위해 허겁지겁 틀어막으려는 태도는 매우 잘못되었다고, 그것은 위에서 말한 진중권의 태도처럼 비열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2020.01.02 15:35
2020.01.02 16:02
2020.01.02 16:18
(조국이슈에 있어서) 고매한 진중권이 다른방향에서 고매했던 유시민을 알아보지 못하고 (페이스북으로나 어제토론에서나) 공개적으로 쓰**인 양 만드는 모습은 안타깝습니다.
그나저나 자신한테 도움줬던 최성해 총장의 은혜를 잊지않는(진공격자들이 보이는 조롱의 의미=0) 모습은 신선합니다.
2020.01.02 17:00
2020.01.02 17:26
노유진 팟캐스트 시절만 해도 같은 방식으로 유시민이 여기저기서 확인해온 사실을 가지고 (정치적 의도가 은근히 담긴) 논리를 풀어나가고, 진중권은 거기에 장단을 맞춰주곤 했는데요. 사실 안철수 진영 입장에서 보면 진중권이 사회를 보던 노유진 팟캐스트는 얼마나 악랄해 보였을까 싶거든요. 하지만 그때 진중권은 사회자로서 유시민이 가져온 정보가 사실이라는 전제하에 방송을 했을테니 충돌이 별로 없었던 것 같죠. 그런데 이번에는 두 사람이 각자 알고 있는 정보가 너무 달라요. 여기에 사용하는 어휘와 가치관도 다르죠.
자기 세계를 기준으로 상대의 결론을 보면 황당할 수 밖에 없겠죠. 그래도 똑똑하다고 생각한 사람이 저런 황당한 말을 한다면, 저건 자기 이익을 위해 거짓선동을 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라고 진중권은 결론을 내려버린 것 같고요. 그 이전에 우선 저 사람이 왜 저런말을 하는지부터 천천히 조사해봤으면 좋았을 텐데요. 자신이 확인한 사실은 무조건 사실이라고 주장하면서, 상대가 나름대로 확인한 사실은 전혀 인정하지 않는 게 제일 안타까워요. 유시민은 자신이 틀렸을 가능성을 주기적으로 환기하죠. 보기에 따라선 자기 빠져나갈 구멍 만드는 거라 하겠지만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태도잖아요. 심지어 자긴 알릴레오를 안본다고 자신있게 말해버리면, 헤드라인으로 나온 몇마디 말만 가지고 결론을 내렸단 거잖아요. 진중권이 지적했던 오류들은 사실 대부분 알릴레오에서 다 답변이 된 내용들이거든요. 그 답변에 동의할 리는 없겠지만, 최소한 지적하는 부분이 달라져야 하는데 그러지 않죠.
그런데 이런 확고하고 거침없는 자신감은 사실 진중권의 매력이기도 해서, 이걸 뭐라고 하기도 좀 그래요. 진중권 기준으로도 너무 화가 난 것 아닌가 걱정되기도 하고, 어쨌든 두 사람이 감정적으로 싸우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착잡하긴 합니다. 두 사람이 토론 끝나고 술이라도 먹으면서 얘기를 길게 해봤으면 하는 마음이었지만, 오늘 페북에 올라온 글을 보니 아닌 것 같죠.
2020.01.03 12:56
여러 토론 배틀을 보아왔지만 이 때처럼 화나고 흥분한 모습은 처음봤어요. 유시민 행동을 스탈린과 나치에 비유하는 부분에서 손석희 사회자의 표정을 봤는데 불편하 기색을 억지로 감추고 있는 듯한 이상 야릇한 표정이었습니다. 그 둘이 서로 다른 정보를 가지고 있다는 지적에 동의합니다. 아무래도 진중권씨는 동양대 내부자로서 유시민 작가보다는 훨씬 더 디테일한 상황을 알고 있을 가능성이 크죠. 그럼 왜 일찌기 그렇게 말하지 않았느냐는 지적이 나올텐데 그런 시도를 했었죠. 정의당을 탈퇴하니 마니 하던 시기에요.
제 생각에는 최성해 총장에 대한 언론 보도와 대중의 인식이 굉장히 충격을 준 것 같습니다. 그래서 학교를 그만두게 된 것에 화가 많이 난 것 같은데 그 심정은 이해가 가요. 저도 그 시기를 기억하고 있는데 정권 바뀌고 시강에서도 짤려 아무도 채용해주는 사람이 없던 서슬 퍼렇던 시기에 대체 동양대는 어떤 학교이길래..하는 궁금증이 생겼으니까요? '우리 학교는 개인의 정치적 자유에 대해 간섭 안 합니다. 좋은 학교라서요' 라는 맥락의 트위터를 안티들에게 날리며 거리낌없이 정치적 입장을 설파하던 시기였죠. 얼마전 최총장이 오마이뉴스와 인터뷰 한 내용을 보니 '대학은 진보와 보수 모두가 있어야 한다'라는 말을 했는데 일관성이 있습니다. 그래서 저도 학력을 위조했다고 거짓말을 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는 진선생 입장에 동의한 겁니다. 진중권씨 입장에서는 유시민, 조국 옹호자들과 반대입장을 내면 '동양대 총장이 너 뽑아줬다고 두둔해서 그러는 거 아니냐?' 라는 말을 들을 테니 학교를 그만 두지 않고는 비판하기가 어려워진 것이죠. 개인적으로는 지방의 작은 소도시에 그래도 학생들이 가장 유명한 교수의 수업을 들을 수 있어서 참 다행이라고 여겼는데 결국 오래 가지는 않네요.
유시민 작가는 외부자로서 접근할 수 있는 정보의 디테일에는 한계가 있겠죠. 그런데 둘이 얘기를 안 했을까요? 온 나라가 태풍에 휩싸였던 그 시기에 왜 서로 대화를 안 했을까요? 진선생은 본인한테 물어보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고 합니다. 그것 참 이상한 일이죠.
2020.01.03 14:48
2달 전 쯤에 유시민이 자기만의 취재 과정에서 최성해, 진중권이랑 모두 통화했었다고 말하긴 했어요. (통화내용이 진중권이 원하는 심도가 아니었을지 모르지만요.)
그러면서 진중권 입장도 이해된다, 자기라도 조국결백에 대한 확신이 없으면 어쩌고, 나도 조금 무섭다 망할수도 하면서, 일부네티즌들 진중권 욕하지 말라 얘기했던.
2020.01.02 18:29
이런 얘기를 하려면 유시민의 알릴레오가 과연 대안 언론으로서의 이익이 책임없는 인터넷 언론으로서의 선동보다 큰지, 진중권의 팟캐스트 활동이 마찬가지로 유의미한 정보값이었는지를 따져야 가능한 것 같네요. 사람들이 진중권에게 분개하는 포인트도 유시민이 다 헛소리고 자기가 했던 얘기는 진실인 것처럼 전제를 까는 게 오만하다는 거니까. 그런데 어제 진중권이 지적한 알릴레오의 오류에 대해서는 유시민이 대답하지 않고 넘어갔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