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2.08 14:20
사실 저조차도 몰랐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공개적으로 하기가 좀 싫은데, 하라와 설리(그냥 친구처럼 부릅니다)가 떠난 사실이 저한테 좀 예상 외로 큰 충격이었던 모양이에요. 이들의 선택이 저에게도 하나의 선택지가 된 것 같고, 또 이 사람들과 같은 성별을 공유하는 여자들에게는 얼마나 큰 절망이 됐을지 굉장히 막막한 심정이 되더군요. 저는 완전히 공유할 수 없는 고통이지만 그래도 그냥 장례식장 조문객처럼 우울하고 철벅거리는 기분에 젖어들곤 했습니다. 지금은 겨울이 되었고 설리의 49재는 벌써 12월 2일에 끝났고 이제 곧 있으면 하라의 49재 소식이 올라올 것이며 그조차도 지나면 추모의 흔적도 희미해질 것입니다. 가끔은 삶이라는 게 잔인합니다. 기쁨은 곱씹을 수 있는데 슬픔은 흩뿌려져서 없어집니다. 영원히 슬퍼할 수 없다는 사실이 또 슬프고 야속합니다.
사람들이 죽습니다. 원래도 사람들은 계속 죽지만, 어떤 죽음은 공교롭게도 뭘 대표하거나 상징의 위력을 갖추고 맙니다. 세상 모든 사연있는 죽음 중에서 어떤 죽음은 살아있는 사람들과 얽히고 꼬여서 쉽게 떠나보낼 수 없을 때가 있습니다. 그건 해석이 필요한 게 아니라 휴머니즘에 기반한 직관으로 알 수 있는 것입니다. 그 누구도 설리나 하라가 죽어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니까 그 믿을 수 없는 이별에 대해 사람이라면 조금 더 예의를 갖추는 게 도리일 것입니다. 죽지 말아야 할 사람들이 세상의 이해를 다 받지 못하고 죽고 말았습니다. 여기에 슬픔 말고 무슨 이야기를 할 수 있단 말입니까. 이들이 죽었던 이유가 그렇게 복잡한 것이었습니까. 슬프지 않으면 그냥 입을 다물고 있으면 됩니다. 뭐 이런 소식에 논쟁을 해야합니까.
온라인 공간에 어떻게 자기 맘에 들고 싸울 일 하나 없는 사람들만 만날 수 있겠습니까. 때로는 키배도 하고 서로 짜증도 내면서 적당히 피하거나 부딪히고 하는 거죠. 그런데 말이죠. 여기가 사람과 사람이 얽히는 공간이라는 걸 완전히 망각하는 사람들이 좀 보여서 화가 납니다. 눈치가 너무 없습니다. 설리가 죽은 게 페미탓이라니 그게 할 소리입니까. 설리가 죽었던 날도 당장 "설리 연관 검색어 정화"라면서 검색어 바꾸는 캠페인이 벌어졌었는데. 어떤 사안에 대해서 의견이 다를 수 있습니다. 격하게 싸울 수도 있구요. 그런데 페미가 설리를 죽였다는 개소리는 대체 왜 하는 겁니까. 그건 전혀 사실이 아닙니다. 전 설리의 죽음과 페미니즘을 연결짓는 것에 좀 거부감을 느끼긴 했어요. 그의 개인적인 죽음이 정치적으로 너무 활용되면 고인을 향한 추모도 수단으로 변모하는 건 아닌가 싶어서. 그런데 인권의식은 개뿔도 없는 인간이 무슨 페미가 죽였다 어쩌구 떠드는 겁니까. 저는 그런 인간을 정말 혐오합니다. 무슨 최소한의 논리라도 있어야죠. 그건 논리 문제도 아니고 사회성 문제입니다. 아니면 난 여기서 익명으로 아이디만 드러내고 있으니까 여기서 욕먹는 건 좀 괜찮지 하면서 세월호 폭식시위하는 식으로 게시판을 이용하는 인간인건지. 진짜 너무 싸가지가 없으니까 뺨을 후려치고 싶었네요. 뭐하러 여기서 놉니까? 욕 먹을려고? 그런 식으로 관심을 받는 게 즐거워서? 인간으로서 선을 넘어서 비인간적인 걸 지탄받는 게 본인이 얻을 수 있는 관심의 상한선이면 그냥 스스로 목숨을 끊어야죠. 말하는 거 자체가 민폐이고 아무 생산성도 아름다움도 없는데. 인간이 인간으로서의 대화를 못하는데 뭐하러 여기에서 얼쩡거리고 있습니까?
저는 이 듀나게시판에서 그냥 온라인 공간이 아니라 오프라인에서의 인격체와 연결되는 경험을 했기 때문에 싸가지 없는 인간들이 정말 싫습니다. 안맞는 사람들이 있을 순 있어요. 그런데 가면쓰고 나는 무슨 소리를 해도 그냥 욕이나 먹고 말거니까~ 헤헤헤~ 하면서 인간다움을 포기하려면 뭐하러 사람이 사람으로 만나고 대화하는 공간에서 굳이 죽을 치고 입을 터냐 이런 의문이 듭니다. 정말 소모적이고 외로운 방식의 유대 아닙니까? 설득하기는 포기하고, 그냥 혐오받고 지탄받는 게 인간으로서 할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이면 그건 더 이상 의미가 없죠. 본인에게나 다른 사람에게나. 나이를 처먹었으면 나잇값을 좀 하고 살면 좋겠단 겁니다. 주장을 최대한 논리정연하게 풀어서 상대를 설득하려는 의지를 보이든가요. 사람이 사람이기를 포기하고 노는 게 재미있나요? 그런 사람들도 의외로 결혼하고 자식 새끼 낳아서 아무렇지 않게 살긴 하더군요.
온라인도 하나의 사회입니다. 그건 이름이 드러나있지 않을 뿐이지 오프라인의 인격과 연동되는 공간인 건 틀림없구요. 아무도 아이디 너머의 자신을 모른다는 게 그렇게 당당하고 아무 말이나 할 수 있는 권리라 여긴다면 그냥 꺼졌으면 좋겠네요. 이딴 건 그냥 쟁점도 아닙니다. 아주 기본적인 예의이고 사람과 사람 사이의 소통방식인거죠. 인터넷이라고 자기자신을 포기하고 인격을 도발수단으로 내던지는 인간 그만 좀 봤으면 좋겠습니다. 행여라도 듀나에서 정모를 하든 뭔가 만날 일이 생기든, 차마 끼지 못하고 좇같은 글이나 쓰면서 살 거면 뭐하러 이 커뮤니티에 있습니까. 소외를 자처할 거면 그냥 소외당한 인간들 한 가득인 디씨나 일베 가서 비슷한 수준의 발언하면서 사세요. 남들이 나를 어쩌지 못한다는 게 그렇게 권력처럼 느껴지면 본인 인생이 얼마나 불쌍하고 하찮은 삶인지 좀 되돌아보십시오.
앞으로 뭘 하든 그 때 그런 소리를 했던 인간으로 똑똑히 기억할 겁니다. 싸가지 존나 없는 새끼...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공지 |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 DJUNA | 2023.04.01 | 32871 |
공지 |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 엔시블 | 2019.12.31 | 51923 |
공지 |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 DJUNA | 2013.01.31 | 362320 |
110872 | 고흐, 영원의 문에서 를 봤어요. [6] | 티미리 | 2019.12.28 | 606 |
110871 | " 포드 VS 페라리" (스포!!!!!) [3] | 산호초2010 | 2019.12.28 | 596 |
110870 | "천문" 간단 잡담 [2] | 산호초2010 | 2019.12.28 | 625 |
110869 | Sue Lyon 1946-2019 R.I.P. [1] | 조성용 | 2019.12.28 | 264 |
110868 | 에어팟 프로 사용기 [3] | 예정수 | 2019.12.28 | 747 |
110867 | 넷플릭스] 아담은 뭐든지 망쳐버려 Adam ruins everything (단평) [1] | 겨자 | 2019.12.28 | 537 |
110866 | 통신 요금의 복잡도 [6] | 어제부터익명 | 2019.12.27 | 833 |
110865 | 선거법 개정안 본회의 통과 [2] | 왜냐하면 | 2019.12.27 | 590 |
110864 | 한 시간의 평화 [2] | Journey | 2019.12.27 | 433 |
110863 | [바낭] 라디오 들으십니까? [6] | 칼리토 | 2019.12.27 | 817 |
110862 | 영화 이야기(결혼 이야기, 기생충) [7] | 예정수 | 2019.12.27 | 1059 |
110861 | 토끼를 좋아하던 한 남자 [7] | Sonny | 2019.12.27 | 2149 |
110860 | 케빈 스페이시는 [11] | mindystclaire | 2019.12.27 | 1242 |
110859 | 천문---우정이 그리운 분들께 추천합니다 [4] | 라인하르트012 | 2019.12.27 | 723 |
110858 | '성군은 없다' - 김영민 [5] | waverly | 2019.12.27 | 731 |
110857 | 신년 계획 [3] | 예정수 | 2019.12.27 | 379 |
110856 | [넷플릭스바낭] 엠마 스톤의 블랙코미디 시리즈 '매니악'을 다 봤습니다 [8] | 로이배티 | 2019.12.27 | 920 |
110855 | [스포일러] 드라마 '실리콘 밸리' 단평 [9] | 겨자 | 2019.12.27 | 664 |
110854 | 캣츠는 왜 그랬을까 [14] | 티미리 | 2019.12.27 | 1278 |
110853 | 유튜브 컨텐츠의 생애주기 [4] | 어제부터익명 | 2019.12.27 | 672 |
게시글 후에 저격글도 올라왔어요. 보셨는지 모르겠는데.
.
마침 그알싶다 설리편이 무료로 풀려서 궁금증 때문에 대낮부터 보고 기분 참 상콤하네요;; 여자연예인의 반복된 노브라 차림이 해석되는 방식이란 게 '섹스어필로 관심과 인지도를 얻으려는 목적이다'이기 때문에 그것이 아닐 가능성은 무시되고 결국 악담 위에 악담이 쌓여 사람이 죽었군요. 너튜브에선 니플밴드라도 붙여야지!!하며 길고긴 연설을 하는 여자크리에이터도 있고. 남자들의 성희롱 발언은 뭐 항상 있었나보네요. 큰 댓가를 치르고나서야 우리는 또 생각을 시작해요. 그래서 노브라가 왜 대수인가. 그것을 가리지 않는 게 왜 그렇게 죄가 되는가.그것이 누군가를 질식시키는 것을 허락할만큼 우리에게 중요한 규율이었나.
일부 악플러들은 자신을 향한 손가락질이 과하다며 연예인이 감담할 몫이라고 하는데, 나쯤은 괜찮겠지 하고 던진 돌이 바위가 된거라면 그것도 어쩔 수 없는 일이다라고 할건지. 연예인도 멘탈이 똑같은게 아니고 각각이 다를텐데. 사람이 죽었는데 말투가 너무 당당해서 보기 싫어요. 인정하면 누가 잡아간댔나, 미안해하는 것도 못하나...
.
자신의 공연장에 온 관객에게 유기농 생리대를 돌렸다는 부분에서, 나역시 이 사람을 모르면서 안다고 생각했구나하고 느꼈어요. 노브라-낙태죄폐지 축하-기림의 날-생리대 지급으로 연결되는 그녀의 목마름과 소신을 알았다면 대신 화내주고 좋은 댓글로 분위기 환기라도 해봤을텐데.
연예기사를 내보내는 소규모언론사가 500여개고 이들이 경쟁 때문에 제목을 선정적으로 붙인다는 것, 소속기획사는 그런 기사에 일일이 대응하기가 애매했다는 대답(무성의해 보임),설리 개인이 악플에 대해 화를 내지 못하는 시스템(취중에 시선강간 이라는 단어를 썼다고 그걸 비판하는 칼럼씩이나 써서 내보내는 개떡같은 사회분위기.악소리 한번도 내지말고 참으라는 건지.)...공범이 많아 보여요 역시.
어떤 죽음이든 그 개인이 바로잡았으면 좋았을 과오나 의사소통의 부재는 있을거에요. 그치만 주변이 어떻게 방조했는지가 이렇게 밝혀졌는데 이 죽음을 설리가 자초했다는 말은 이 폭력을 계속 살아숨쉬게 하고 덩치를 불리게 할거에요. 언젠가는 내 딸 내 친구도 그 몽둥이에 두드려 맞을 수 있겠죠. 그알싶이 이번에도 좋은 취재를 해준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