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2009년 5월 23일에 노무현 전 대통령이 사망했는데, 당시 저는 명복을 빈다라는 말을 쓰지 않으려고 노력했습니다. 이 사람이 세간에 알려진 것 처럼 불교신자라면 윤회 자체가 고통일 것이고, 천주교 신자라면 (세례명 유스토) 하나님이 결정하실 것이므로 제가 명복을 비느니 마느니 하고 쓸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슬픔은 산 사람의 것이기 때문에 명복을 빈다는 건 남은 사람들의 자기 위안일 뿐이죠. 복수도 어쩌면 그럴지 모르겠네요. 


2. 마찬가지로 새해에 복 많이 받으라는 말도, 사실은 하나마나한 말의 반복에 불과합니다. 나는 당신을 해치지 않겠다, 나는 당신의 친구다, 혹은 오늘 당신 괜찮냐, 라는 사소한 의미를 담은 말에 불과할 따름이죠. 아마 그 긍정적인 용도는 "나는 당신에게 호의를 갖고 있고, 남들처럼 미신을 믿는 척 하는 인간일 수 있다"라는 시그널에 불과할 겁니다. 그런 사소한 우호의 표식을 stardust님을 조롱하기 위한 용도로 쓰는 걸 보았죠. 새해 복 많이 받으라는 말조차. 


3. 나이브즈 아웃을 보았습니다. 저와 같이 이 영화를 본 사람은 유족들이 민사소송을 걸 거라고 하더군요. 왜냐하면 설혹 응급차가 제 시간에 오지못할 거라는 걸 안다고 해도, 전화를 거는 게 간호사의 의무이고, 설혹 액체를 바꿔놓았다 해도, 레이블을 확인하는 것 역시 간호사의 의무이기 때문이라는 설명입니다. 즉 간호사는 유족들을 배려해줄 필요가 없는 겁니다. 어차피 민사소송을 통해서 돈을 뜯길 운명이니까요.


이 영화에서 제 기억에 남는 한 장면을 꼽자면 불안해하는 간호사의 눈동자를 보면서 목을 긋던 할아버지의 얼굴표정입니다. 전 재산을 물려줄 정도로 마음을 썼던 사람. 그 사람을 위해서 목을 그을 수 있는 마음. 손자나 손녀나 아들딸 모두를 합쳐도 극복할 수 없었던 외로움. 언제든 죽을 각오를 다지게 하는. 마타는 평생 잊을 수 없겠죠. 그런 얼굴로 목을 긋던 사람의 표정은. 


가장 연기를 잘하는 사람이 범인입니다. 


4. 다이하드 1, 2, 3

이 영화를 몰아 보았는데, 1980년대, 1990년대에 나온 영화라 그런지 기술의 한계가 신선하네요. 1988년에는 일본이 미국의 주요 빌딩을 구매했고, 이런 글로벌 자본으로 인해 여성들의 사회적 진출이 용이해졌죠. 존 맥클레인의 아내가 엘에이에서 일본기업 중역으로 취업할 수 있었던 것도 이런 배경이었죠. 지금 이 영화를 만든다면 물론 중국자본이겠지요만, 1990년대 초반까지도 중국은 미국에서 크게 눈에 띄지 않았고, 일본은 버블 직전의 경기를 만끽하고 있었죠. 다이하드 1의 모니터 칼러는 16색입니다. 다이하드 2에서 공항 검색이 엉망진창인 것도 눈에 띕니다. 1990년대에는 콕핏에 스튜어디스가 들어가고(다이 하드 2), 1995년에도 핸드폰이 그렇게 많이 보이질 않습니다. 스마트폰은 없어요. 


젊은 브루스 윌리스는 잘생겼어요. 젊은 미키 루크 닮았습니다. 젊은 새뮤얼 잭슨 역시 날씬하고 활기 넘칩니다. 하지만 이제 2020년, 1990년에서 이미 30년이 흘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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