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메디쇼를 보겠다고 퇴근해서 머나먼 브루클린까지 (그것도 약간 공장지대 느낌의'ㅅ') 가서 다들 그룹으로 온 가운데 혼자 IPA 홀짝홀짝 마시면서 깔깔거리면서 웃다가 집으로 기어들어왔습니다. 피곤한데 상쾌해요.


웃긴 걸 좋아한다고 해도 취향은 확고해서 말로 웃기는 개그를 좋아합니다. 슬랩스틱은 별로 웃기지가 않아요. 그래서 열광하는 것이, 일본의 굉장히 정형화된 스탠드업 코미디, 만자이입니다. 일본인 지인들한테는 네 일본어는 말이 아니고 "츳코미"임, 하고 칭찬도 받곤 하지요 (칭찬이 아님 말고요).


이 코미디쇼가 어떤 형식이냐 하면, 50명의 코미디언들이 1,2분씩 농담 한두 개를 하고는 재빨리 다음 출연자에게 바톤 터치하는 시스템이거든요. 그러니까 속도감도 있고, 지루함을 모르고 한 3시간 가까이를 깔깔깔깔 하면서 즐길 수 있었습니다. 사회자 아저씨가 처음에 나오더니 앞에 앉은 수츠 입은 청년한테 f 워드를 남발하면서 너 무슨 잘난 척을 하려고 양복 ㅊ입고 왔니 (우리말로 옮기면 대략 이런 느낌) 하고 말을 걸 때부터 심상치가 않았어요. 그 청년은 양복이라고 하기엔 무슨 모델이 입는 딱 달라붙는 정장을 입고 왔는데 사회자와의 대화에 따르면 경마장에서 일한다고 하더군요.


하여간 그렇게 PC함의 그림자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조크가 연발되더니... 그나마 점잖은 게, "내가 바에 가서 술을 마셨거든, 근데 취해서 레즈비언 커플 애정표현하는 걸 응원했지 뭐니. 근데 응원하니까 걔네들이 딱 멈추는 거야. 알고보니 한쪽은 남자여서 블라블라블라" 뭐 이 정도였습니다. 그 외엔 노골적인 성적 농담과 인종 비하 개그가 주류. 아 그리고 또 기억에 남는 게, 앳된 얼굴의 단발머리 아가씨가 나와서 "내가 크리스마스때 노스캐롤라이나에 가서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 지냈는데" 하고 이야기를 시작했거든요. 그랬더니 관객석에서 "왜?" 하고 누군가가 외쳤답니다. 그랬더니 그 아가씨가,


"사랑해서 그런다, 이 ㄱㅅㄲ야"


하고 대답했답니다. 완전 귀여웠습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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