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페이스북에서 우연히 접한 정신과 전문의 정혜신 선생님, 이명수 선생님 글인데,
도움이 되는 좋은 내용이 많네요..

“충조평판(충고·조언·평가·판단)을 하는 것은 필요하고 도움이 돼서라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상대가 만만해서 하는 거다. 명확한 자의식을 가진, 개별적 존재로 의식하고 존중하면 그렇게 하지 못한다.”(정혜신)

“누군가 고통과 상처, 갈등을 이야기할 때 충조평판을 해서 좋아지는 경우를 단 한차례도 보지 못했다. 사람은 그런 것으로 변하는 것이 아니라는 걸 경험칙으로 알고 있다.”(이명수)

“사람들이 하는 말의 90%가 충조평판이고, 부모가 자녀한테 하는 말은 99.9%가 그렇다. 직장에서 업무적 관계가 아니라 개인적·일상적 관계에서는 충조평판 할 필요가 없다. ‘아이가 게임만 하는데도요?’라고 묻는데 되물어보자. ‘충조평판을 한다고 해서 그 문제 행동에 변화가 생기나?’ 충조평판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허벅지에 십자수를 놓는 심정으로 참아야 한다.”(이명수)

"고통을 마주할 때 우리의 언어는 벼랑처럼 끊어지고 길을 잃게 되는데 그때 노느니 장독 깬다고 충조평판이라도 날린다. 그 바른말은 어김없이 상대에게 상처를 준다.(책 107쪽) 아팠던 얘기를 꺼냈는데 그 위에 충조평판이라는 소금이 뿌려졌으니 또 거부당할지 모른다는 불안 때문에 상대는 더 이상 상처를 꺼내지 못하게 된다.(책 284쪽) 이중 삼중으로 안전하다는 느낌이 들기 전까지, 내 고통에 진심으로 주목하는 사람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확인할 때까지 그렇게 산다."

“속으로는 한심해 죽겠는데 ‘너 마음이 어떠니’라고 묻는 것은 공감이 아니다. 공감은 대화의 기술도, ‘그래그래’ 끄덕이는 것도, 좋은 말 대잔치도 아니다. 그가 어떤 행동을 했더라도 그것에는 이유가 있다는, 인간에 대한 신뢰가 전제돼야 가능하다. 따뜻해서, 착해서가 아니라 그 어떤 경우에도 인간에 대해 믿기 때문에 공감하는 것이다.”(정혜신)

"네가 그럴 때는 분명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는 것, 그것이 ‘당신이 옳다’는 말의 본뜻이라고 했다. 이런 정서적 내 편은 심리적 생명줄을 유지하기 위해 사람에게 꼭 필요한 산소 공급원과 같다. 존재 자체만으로 자신에게 주목해주는 그 한 사람이 바로 생존의 최소 조건이다."

“자기 존재가 온전히 받아들여지면 사람은 합리적인 존재로 돌아온다. 자기도 자기 상황을 객관적으로 거리를 갖고 보게 되면서 스스로 정리하는 것이다. 그러면 부작용도 없이 문제 해결이 저절로 된다.”(정혜신) 행동이 옳다는 게 아니라 감정이 옳다고 하면, 거기서부터 성찰과 화해가 가능해진다는 얘기다."

“우린 일상에서 여러번 패하고 아직 채 일어서지 못했거나 어제 패하고 오늘 다시 일어서는 중인 사람들이다. 치유자라고 해서 지옥에 빠지지 않는 게 아니다. 그저 일어나서 빠져나오는 방법을 알기에 ‘또 빠졌구나, 빨리 나와야겠다’ 이렇게 담백해지는 거다.”(이명수)

“무너지면 풀썩 주저앉게 되잖나. ‘내가 알았던 게 아니구나, 아무것도 아니구나.’ 근데 그것이 삶이다. 조금 잘되다가도 다시 떨어지고, 그렇게 뭉개다가도 다시 나아가고. 지옥이 일상이고, 일상이 지옥이라는 걸 순하게 받아들이면서 죽는 날까지 수백, 수천, 수만번 무너지는 게 삶이다. 깨달음을 얻는 어떤 경지에 도달하는 것, 그것은 가짜다.”(정혜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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