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1.02 16:53
1. 2009년 5월 23일에 노무현 전 대통령이 사망했는데, 당시 저는 명복을 빈다라는 말을 쓰지 않으려고 노력했습니다. 이 사람이 세간에 알려진 것 처럼 불교신자라면 윤회 자체가 고통일 것이고, 천주교 신자라면 (세례명 유스토) 하나님이 결정하실 것이므로 제가 명복을 비느니 마느니 하고 쓸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슬픔은 산 사람의 것이기 때문에 명복을 빈다는 건 남은 사람들의 자기 위안일 뿐이죠. 복수도 어쩌면 그럴지 모르겠네요.
2. 마찬가지로 새해에 복 많이 받으라는 말도, 사실은 하나마나한 말의 반복에 불과합니다. 나는 당신을 해치지 않겠다, 나는 당신의 친구다, 혹은 오늘 당신 괜찮냐, 라는 사소한 의미를 담은 말에 불과할 따름이죠. 아마 그 긍정적인 용도는 "나는 당신에게 호의를 갖고 있고, 남들처럼 미신을 믿는 척 하는 인간일 수 있다"라는 시그널에 불과할 겁니다. 그런 사소한 우호의 표식을 stardust님을 조롱하기 위한 용도로 쓰는 걸 보았죠. 새해 복 많이 받으라는 말조차.
3. 나이브즈 아웃을 보았습니다. 저와 같이 이 영화를 본 사람은 유족들이 민사소송을 걸 거라고 하더군요. 왜냐하면 설혹 응급차가 제 시간에 오지못할 거라는 걸 안다고 해도, 전화를 거는 게 간호사의 의무이고, 설혹 액체를 바꿔놓았다 해도, 레이블을 확인하는 것 역시 간호사의 의무이기 때문이라는 설명입니다. 즉 간호사는 유족들을 배려해줄 필요가 없는 겁니다. 어차피 민사소송을 통해서 돈을 뜯길 운명이니까요.
이 영화에서 제 기억에 남는 한 장면을 꼽자면 불안해하는 간호사의 눈동자를 보면서 목을 긋던 할아버지의 얼굴표정입니다. 전 재산을 물려줄 정도로 마음을 썼던 사람. 그 사람을 위해서 목을 그을 수 있는 마음. 손자나 손녀나 아들딸 모두를 합쳐도 극복할 수 없었던 외로움. 언제든 죽을 각오를 다지게 하는. 마타는 평생 잊을 수 없겠죠. 그런 얼굴로 목을 긋던 사람의 표정은.
가장 연기를 잘하는 사람이 범인입니다.
4. 다이하드 1, 2, 3
이 영화를 몰아 보았는데, 1980년대, 1990년대에 나온 영화라 그런지 기술의 한계가 신선하네요. 1988년에는 일본이 미국의 주요 빌딩을 구매했고, 이런 글로벌 자본으로 인해 여성들의 사회적 진출이 용이해졌죠. 존 맥클레인의 아내가 엘에이에서 일본기업 중역으로 취업할 수 있었던 것도 이런 배경이었죠. 지금 이 영화를 만든다면 물론 중국자본이겠지요만, 1990년대 초반까지도 중국은 미국에서 크게 눈에 띄지 않았고, 일본은 버블 직전의 경기를 만끽하고 있었죠. 다이하드 1의 모니터 칼러는 16색입니다. 다이하드 2에서 공항 검색이 엉망진창인 것도 눈에 띕니다. 1990년대에는 콕핏에 스튜어디스가 들어가고(다이 하드 2), 1995년에도 핸드폰이 그렇게 많이 보이질 않습니다. 스마트폰은 없어요.
젊은 브루스 윌리스는 잘생겼어요. 젊은 미키 루크 닮았습니다. 젊은 새뮤얼 잭슨 역시 날씬하고 활기 넘칩니다. 하지만 이제 2020년, 1990년에서 이미 30년이 흘렀죠.
2020.01.02 16:59
2020.01.02 17:13
1, 2번 항목, 그러니까 '머글'들의 사회적인 행동 양식이 실제로는 의미보다는 형식 그 자체를 위한 것이다(그리고 나는 그것에 동의하지 않는다), 라고 대충 요약할 수 있는 겨자님의 말은 <빅뱅 이론> 시리즈의 셸든 쿠퍼 캐릭터를 떠올리게 하는군요. 요즘 시즌1부터 다시 정주행중입니다. 다시 봐도 재미있어요. :-)
<다이 하드> 시리즈가 벌써 그렇게나 나이를 먹었군요. 이런 오래된(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기에는 아직 주저하게 되지만) 영화들의 오래된 요소들은 재미있기도 하고, 사람들의 의지와 상관 없이 시간은 흐르고 있다는 것을 굳이 알려주는 것에서 복잡한 기분을 느끼게 하기도 하고.
2020.01.04 13:48
저는 "요새 잘 지내?" 라는 말에 솔직하게 답하는데 사람들은 항상 당황하더군요. 듣고 싶은 말은 "잘 지내"라는 답변 하나 뿐인거죠.
2020.01.02 17:19
2020.01.04 13:48
흰 색이 잘 어울렸으니 오렌지색도 ...
2020.01.02 17:33
2020.01.02 20:29
새해부터 아무데나 불려나오는 전직 대통령 참 안됐군요.
2020.01.03 02:13
2020.01.03 05:00
노무현이 아니라 굳이 노무현을 소환하는 '의도'가 문제겠죠. 죽은 사람은 많거든요 :)
2020.01.03 05:45
제 의도를 뭘로 보셨길래 이런 댓글을 다실까요. 안타깝네요.
2020.01.03 23:46
겨자님의 짐짓 시치미를 떼는 태도가 저는 더 안타깝군요. 의도의 오해를 받지 않으려면 오해받지 않을 예시를 들었어야 하죠.
이를테면 본인의 소중한 가족, 친지, 친구 중에도 돌아간 분이 있을거에요. 명복이라든가에 대한 본인 주관을 오해없이, 완벽하게 전달해주는 예시가 되었을 거고요. 죽은 자에 대한 예시를 본인 가족으로 바꿀 수 없다면 1의 글은 오만하고 위선적이며, 진심으로 추모하는 이들을 모욕할 수 있는 글입니다. 정치인도 누군가의 가족이거나 소중한 사람이기 때문에요. 정치성에 관계없이 인간에 대한 예의는 지켜졌으면 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요 :)
2020.01.04 09:33
너를 오해하게 만든 네가 나빠, 이런 거네요?
명복을 빈다는 게 뭐죠? 명부가 있나요? 명부를 믿지 않는 사람이 죽었는데 명복을 빈다고 하면 그 사람의 신념에 대한 모독입니다. 저는 제가 죽어도 남들이 제 명복을 비는 걸 바라지 않습니다. 다음 글 읽어보시죠.
2020.01.03 12:15
2020.01.04 09:39
그레첸님이 남에게 복을 부여할 권한이 있나요? 자기 힘으로 통제불가능한 영역임을 알면서 하는 말에 불과합니다. 저도 복 많이 받으라고 말하곤 하지만 stardust님에게 여러 사람들이 그랬던 것처럼 남을 조롱하기 위해 쓰진 않습니다.
2020.01.03 12:51
저는 돌아가신 친척분의 명복을 빌고는 하는데 그것도 자기위안일 수도 있겠네요, 이 글을 보니.
2020.01.04 09:40
2020.01.03 14:17
말하기 싫으면 자의식 발산 말고 그냥 입을 닥치면 됩니다. 영원히.
2020.01.04 09:33
무엇을 말하지 않기 위한 이유를 쓸 권한은 제게 있습니다.
2020.01.04 09:59
문화적 배경이 깔린 표현에 정합성 따지는 척 시비거는 유치함에 웃음이 터지지만 비웃지 않겠다고 쓸 권한도 제게 있겠죠.
2020.01.04 10:03
<다이하드>가 밤 장면이 많은 이유가 브루스 윌리스가 낮에는 드라마 촬영을 했고 밤에만 찍을 수 있어서 그랬다고 합니다. 앨런 릭크먼은 <위험한 관계>로 브로드웨이에서 떴을 때 캐스팅되었죠, 릭크먼 본인은 자기 출연료가 싸서라고 했습니다만. 저는 90년 대 초에 소니가 영화사 인수했던 것 기억합니다. 숀 코너리 나왔던 <떠오르는 태양>에서도 일본계 중역갖고 일어나는 사건 다뤘던 걸로 기억납니다. 95년 <히트>에서 핸드폰이 나오기는 했습니다.
브루스 윌리스는 눈에 장난기가 있었고 망한 <허드슨 호크>같은 영화에서도 그 매력이 잘 살았죠. 목소리도 좋고 음반 내서 나름 괜찮은 성과를 거뒀어요. <마이키 이야기>1,2의 목소리 연기도 ㅎㅎ.
<펄프픽션>도 원래는 미키 루크한테 갔었는데 그가 거절했고 브루스 윌리스 캐스팅.
http://www.djuna.kr/xe/index.php?mid=board&search_keyword=%EB%8D%B0%EB%AF%B8+%EB%AC%B4%EC%96%B4&search_target=title_content&document_srl=136407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