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룡적이다". 요즘 은근히 돌아다니는 유행어입니다. 재미있게도 이 유행어는 "폭룡"이란 단어의 어원이 되는 김성모의 마계대전과는 큰 연관은 없는 것 같습니다. 원래 밈이라는 게 아주 정확한 뜻을 포착하긴 어려우나 어떤 사람이 의도적으로 아주 맥시멀하거나 화려한 무엇을 표현할 때 폭룡적이라고 하는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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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폭룡적"이라는 게 뭐냐고 누가 묻는다면, 그 단어를 제일 잘 설명할 수 있는 예시는 바로 스우파가 아닌가 싶습니다. 자기의 춤실력을 저지와 시청자들에게 원없이 드러내야하고, 때로는 중간중간 악마의 편집에도 들어가는 기싸움이나 도발적 멘트들도 실천해줘야하고, 메이크업이나 의상들은 과감하기 그지없죠. 상대를 잡아먹을 것처럼 으르렁대다가도 또 배틀이 끝나면 눈물바람으로 탈락팀을 보내주는가 하면 마구 깔깔거리며 즐거워하는 장면들도 다수입니다. 눈물콧물짠내에 폭소와 짜릿함까지 과다하게 버무려놓은 그런 쇼인만큼 뭔가 지독하고 자극적인 그런 느낌을 표현하는 "폭룡적이다"라는 말을 이해하는데 아주 딱이지 않을까요.


최근 들어 스우파 시즌 2의 1화와 2화를 보았습니다. 이런 취향의 쇼를 딱히 좋아하지 않는데도 폭룡적인 기분에 휩쌓여 보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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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스우파 2를 보면서 일단 엠넷을 두고 혀를 차게 되더군요. '하여간 이 집도 진짜 여전~~하다'라는 생각? 속편이니만큼 시즌 1보다 훨씬 더 수위를 끌어올린 캣파이트를 보여주겠다는 의도는 알겠으나 도대체 그게 무슨 효과가 있을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이걸 마뜩찮게 생각하는데는 여러 이유가 있는데, 일단 시즌 1에서 제작진들이 '와꾸'를 짜놓은 게 이미 다 드러났거든요. 아무리 으르렁거려도 결국에는 전부 대화합을 할 게 뻔하다, 괜히 디스 같은 거 안해도 어차피 댄스 배틀이랑 서바이벌을 하면 알아서 불꽃이 튀긴다, 서로 디스전 날리는 게 좀 유치하고 그저 자극을 위한 자극이다는 점이 그렇습니다. 솔직히 시청자인 저도 보다보면 괜히 기분이 나쁘더라구요. 스우파 출연자들이 직접 1화를 감상하는 비하인드 프로그램에서 댄서 바다는 그 때 찐으로 열받았다고 말하기도 했고요. 대체 왜 이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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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우파 1에서 댄서로서 다른 팀의 연예인 섭외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던 모니카]


스우파를 만든 뒤 스맨파를 만드는 헛짓거리를 한 제작사답게, 엠넷은 여전히 이 쇼의 핵심을 잘 모르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이 쇼의 서바이벌 구조를 인정했을 때 인물과 팀들간의 갈등이 흥미로운 이유는 프로페셔널한 댄서들이 자신의 직업적 자부심을 걸고 대결하는 것 때문이지 서로 헐뜯는 감정싸움이 아닙니다. 갈등은 경쟁의 부산물이죠. 그런데 엠넷은 늘 이 갈등을 쥐어짜낼려고 안간힘입니다. 그래서 서로 존중하고, 악감정이 없는 댄서들이 상대를 비하하고 무시하게 만듭니다. 그래서 모든 사람들이 캣파이트의 도구로 전락합니다. 그렇다고 이걸 잘 봉합하고 화해의 과정을 거치느냐? 그렇게 하지도 못합니다. 서로 디스 날려대고 전부 기분 나빠진 다음에 앙금이 갑자기 사라져있고 댄서들은 그냥 친해져있죠. 엉망진창입니다.


더 문제는 이 가십성 자극을 보여주느라 막상 보여주는 댄스 배틀의 재미 자체가 그렇게 크게 와닿지 않을 때조차 있다는 것입니다. 댄스 배틀 도중 같은 장면을 반복해서 보여주거나 리액션을 댄스 배틀 가운데 끼워넣는 것은 티비 예능의 한계이니 어쩔 수 없다 쳐도, 갈등을 앞에서 너무 부풀리느라 막상 배틀 자체의 흥이나 움직임이 잘 와닿지 않게끔 편집이 되어있죠. 그러니까 황당하게도 사람들이 기싸움하는 장면들이 정작 댄스배틀보다 더 많이 나옵니다. 어떤 댄스 배틀들은 편집되어서 유튜브에서만 볼 수 있죠. 


즉 이 쇼는 댄스를 주 소재로 하면서도 신경전을 춤보다 더 많이 보여주는 본말전도가 일어나버립니다. 리아킴과 미나명의 배틀이야말로 딱 그런 싸움이었죠.


하지만...

 



본인들이 보고 즐거워하니 저같은 일개 시청자의 항의는 무력한 것입니다....-_-a

내일은 스우파 1화 2화의 다른 감상을 또 써보도록 하겠습니다. (이 다음편들은 아직 못봤습니다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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