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5.28 01:28
안녕하세요. 30대 여자입니다.
용기내어 씁니다.
오늘 회식이 있었습니다. 1차 마무리되고 2차 잘 마무리되고 문제는 노래방이었어요. 50대 부장님과 여직원 둘이서 노래방에 갔습니다. 회식 참가인원은 총5명이었는데
다 빠지구요.
50대 남자 부장님이 하도 우겨서 간 노래방이었는데 몇 번 저한테 스킨십을 시도하셨어요. 다른 여직원 한명은 노래 한 곡 부르고 전화받고 갔구요.
노래 부르시면서 껴안으시려고 해서 거부하고 나중에 허벅지에 몇 번 손이 올라와서 제가 마이크로 쳤어요;; 그리고 같이 부르스 추자고 하시고 볼에 뽀뽀해주겠다고...
술 취하셨냐고 징그럽다고 하고 밀어냈지요. 그리고 어찌어찌 일 이야기를 잠깐 하고 자리가 마무리 되었어요.
부장님은 술에 좀 많이 취하신 상태였고 평소에는 전혀 그런 분이 아니시구요..그래서 너무 놀라고...근데 저도 좀 취기가 있고 그런 일이 처음이어서 그런지 그 일이 있던
당시보다 몇 시간 지나니까 오히려 분노가 밀려오더라구요. 성추행으로 공론화를 하거나 아니면 그분한테 어제 일때문에 정말 화가났다고 말을 할까 어쩔까 하다가
제가 조직에서 일한 경험이 이곳이 처음이라는 것과 또 하나는 문득 예전에 제 친구가 자기 회식얘기하면서 '나 노래방에서 소장님하고 부르스추고 난리였잖아 ㅋㅋㅋ'라고
얼핏 얘기한 기억이 났어요. 앞으로도 그 부장님하고 얼굴보면서 일해야하지만 회식은 1차만 갈 생각이에요.
음...글로 쓰다보니까 오히려 화가 좀 풀리는 기분이네요. 그냥 직장 생활의 더러운(?) 부분으로 생각하고 넘어가야할까요.....
2015.05.28 01:42
2015.05.28 01:57
2015.05.28 02:17
성추행 맞네요. 부르스 출 수도 있는데 성추행이 아니면서, 혹은 성적인 뉘앙스의 접촉 없이, 서로 너무 신나게 추는 경우 많습니다. 혼자 담아두기 너무 힘드시다면 믿을만한 여자 선배 또는 동기, 아니면 회사경험 있는 친구랑 상의해 보시고요. 다음부터 회식 있으면 적당히 한 곡 부르고 나오세요.
2015.05.28 02:19
심각한데요...;; 껴안으려 하고 허벅지 만지려 하고 뽀뽀 어쩌고 라니...
2015.05.28 02:42
전형적인 직장내 성희롱, 성추행 사례입니다. (직장 내 회식도 업무의 연장으로 봄. ) 이런 성희롱의 판단 기준은 피해자가 성적 수치심을 느꼈느냐에 여부에 달려있는데 지금 글 쓴 분의 심리를 보아서도, 그리고 상식적으로도 이 건은 명백하게 성희롱 케이스가 맞습니다. 아는 친구분이 직장에서 부르스를 췄던 안 췄건, 글쓴 분의 감정이 우선적으로 판단 근거가 되기 때문이에요.
직장내 성희롱, 성추행의 문제점은 가해자의 성별과 상관없이 (여성이 가해자인 경우도 있음) 권력관계의 불균형을 수반한다는 점이 특징인데, 대부분 권력의 상위계층에서 하위계층으로 발생하기에 보복 우려 등으로 피해자쪽의 타격이 크므로 더욱 근절되어야 합니다. 다음날 기억이 나지 않는다, 실수일 뿐이다 드립을 시전할 수도 있지만 그 분이 본인보다 상위 직급의 여성분에게 저런 행동을 쉽사리 할 수 있었을까를 상상해 본다면, 결국 저 분의 행동은 노래방이라는 공간, 술이라는 핑계하에 권력관계를 성적으로도 증명하려고 시도한 매우 치졸한 행동으로 볼 수 있죠. 그러므로 다음날 와서 따졌을 때 대부분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식으로 얼버무리는 말도 거짓일 공산이 큽니다.
일단 발생했던 일을 가급적 구체적으로 기록해 두시기 바랍니다. 당사자에게 직접 얘기해서 사과를 받아내시기 보다는 발생한 사건을 시각/장소/행위 등을 구체적으로 기록해서 필요할 때 인사팀에 증거를 남겨둘 수 있도록 준비해 두시는 편이 좋습니다. 이렇게 기록하는 과정 자체만으로도 스스로에게도 도움될 뿐만 아니라, 가해자나 인사팀에 말을 할 때에도 조리있게 전달할 수 있습니다. 정부 지침에 의해 기업체의 성희롱 방지 교육이 연 1회 필수 교육으로 지정되어 있기 때문에 이런 사례는 바로 가해자 및 인사팀에서 문제를 인식하고 조치를 해야할 케이스가 맞기도 하고요.
일단 기록이 끝나셨으면 한 번 참고 넘어갈지, 가해자에게 직접 얘기하고 사과를 받을지, 아니면 인사팀쪽에 기록으로만 남겨 놓을지 결정을 하셔야 합니다. 앞으로 계속 업무상으로 맞부딪힐 일이 많은 사람이라면 계속 생각나고 불편하겠죠. 내가 동등한 권력을 쥐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아마 이번 일이 더 기억에서 잊혀지지 않고 불쾌감과 불안감이 계속 남아 있을 공산이 큽니다. 상대방에게 흥분하지 않고 조목조목 이야기할 자신이 있다면 직접 얘기하거나 이메일을 보내시고 앞으로 이런 일이 없도록 신경 쓰시라고 확실히 얘기하시는 편이 낫고요. 그게 아니라 계속 불안함으로 남고 직접 얘기할 자신이 도저히 나지 않는다면, 나중에 재발할 것을 대비해서 인사팀쪽에만 기록을 남겨 두시는 편이 어떨까 합니다. 나중에 재발할 때, 이 기록이 힘이 될 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가해자 본인과 인사팀을 제외한 제3자들 (나머지 팀원)에겐 그들이 목격자가 아닌 이상은 이야기 하지 않는 편이 낫습니다. 제3자들은 문제를 해결해 주진 못하고 구설만 퍼뜨려서 가해자와 피해자 모두를 더 불편하게 만들 공산이 크거든요. 그들 역시 사내 권력관계에 따라 자신의 계급의 기준으로 판단하기 때문에 그들의 여론재판도 도움되기 보다는 문제를 악화시키는 경우도 많습니다.
2015.05.28 02:50
민감한 게 아니라 충분히 기분 나쁘실 상황이었네요. 용기 있게 나서서 좋은 결과 보시기 바랍니다.
2015.05.28 08:09
2015.05.28 09:32
2015.05.28 09:37
2015.05.28 08:41
2015.05.28 08:57
미친 놈이네요. 요즘 때가 어느 땐데 여직원에게 그런 개수작을. 하지만 그와 별개로 글쓴님의 입장이 조심스러우신 것도 이해가 됩니다.
2015.05.28 09:18
2015.05.28 13:38
전혀. 예민하지않습니다. 상황정리 평소에 꼼꼼하게 적어놓으시고 분명 저런일이 한두껀이 아니었을테니 결정적인 순간에 일이 잘 해결되서 저 인간 퇴출되었으면 좋겠군요.
2015.05.28 15:16
저희 회사에 그보다 훨씬 약한 일로 퇴사한 사람도 있습니다.
민감한거 전혀 아닌데요. 일단 쓰신 글을 보면 성추행은 맞는거 같습니다. 취했다는 것으로 성추행을 무마시킬 수 있다면 참 편하겠지만, 안그럴 사람은 술 먹어도 안그럽니다. 그것을 공론화 시킬지 어떨지는 뭐 결국 개인 판단 문제라 제가 어떻게 하는게 좋겠다고 말씀 드리기 힘들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