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은 올겨울 첫 폭설입니다. 어느 정도냐 하면, 눈보라가 치는데 천둥도 쳐요. 회사에서 잠깐 일하고 장 봐서 역까지 가서, 지하철 내려서 역에서 집까지 오는데 몰골이 완전히 말이 아닙니다.


조조로 블랙스완을 봤어요. 엊그제 필립모리스랑 이 영화 중에서 뭘 볼까, 하고 질문을 올렸다가 만장일치로 블랙스완을 추천받아서.


이하는 제 감상이에요. 은근슬쩍 스포일러가 있을지도 모르니 알아서 피해주시길.




- "심리 스릴러"를 표방하는 영화죠. 그런데 심리적인 것 이외에도 몸에 위해를 가하거나 깜짝깜짝 놀라게 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저는 전자의 장면들은 몇개 못봤어요. 그걸 참고 볼만큼 훌륭한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 나탈리 포트만이 얼마만큼 발레 동작을 했는지 잘 모르겠어요. 표정도 연기도 발레를 잘 모르는 문외한 관객에겐 자연스러웠습니다. 의상도 마찬가지. 마치 중국 가면극처럼 의상이 휙 바뀌는 건, 영화의 효과인가요, 아니면 요즘 발레 공연에서 실제로 쓰는 방식인가요?


- 예술이란 무엇인가, 재능과 능력과 표현력의 한계, 그리고 그 과정에서 예술가 간의 갈등, 에로티시즘 같은 무거운 주제를 휙휙 던지기만 하는 게 아니라, 형상화가 멋있습니다.


- Vincent Cassel 아저씨는요, 처음 보고 김갑수씨 아냐, 하고 생각했다고 하면 뻥이지만, 정말 김갑수씨가 하면 잘 할 수 있을 캐릭터인 것 같아요. 얼굴이 닮은 건 물론! 능글맞는데 매력이 있는 아저씨 캐릭터까지 완전 유사해요.


 - 처음에 나탈리 포트만이 연기하는 니나가 파티 후에 뱅상 카셀이 연기하는 연출자 토마스 르로이네 집에 간 장면. 건전한 상식을 갖춘 일반인이 봤을 때 깜짝 놀랄만한 harassment 장면이죠. 아니나 다를까, 다른 관객들도 "너 남자친구 있어?" 로 시작하는 대사가 나오기 시작하자마자 "뭐?" "쟤 뭐라니?" "뭐시라?" 하고 웃기 시작하더라고요.


- 그렇게 말하면 잘 모르겠습니다. 저는 예술적 재능하고 거리가 먼 인간이라서요. 고등학교때 미술선생님이 정말로 지나가는 말로 "너 미대 갈 생각 없니?"를 지금까지 소중하게 칭찬으로 간직하고 있을 정도고 (나는 미술에 재능이 조금이라도 있을지 몰라 오호호호호호호), 가무는 많이 못하는 편 (특히 무,는 정말.. 눈물이 앞을 가립니다)이고요. 연출자가 그렇게 니나를 괴롭히는 게 결국 결과물 - 공연에는 좋았다면, 그게 허용되는 걸까. 잘 모르겠습니다.


- 음악 얘기가 많이 나오더라고요. 전 백조의 호수 유명한 대목 밖에 모르지만 듣기 좋았습니다. 음향도 좋아요. 특히 프롤로그 장면에서 푸드덕거리는 소리가.


- 발레하는 분들이 마른 건 익히 알고 있었지만, 와. 영화 보고 나서 블로그 리뷰 같은 걸 뒤적거리니까 "나탈리 포트만 자위 장면 전격 공개(;;;;)" 이런 리뷰와 함께 "나탈리 포트만에게 치즈버거를!" 하는 리뷰(?)도.


- 영화를 몇 개 안보다 보니까 고심해서 고르게 되고, 그러다보니 실패가 없네요. 가끔 이렇게 무거운 영화도 봐줘야 생활에 긴장감이 생기지 싶습니다. 영화 다 보고 눈보라를 헤치고 회사에 갔습니다. 가는 길에 뉴욕의 요시노야에서 덮밥을 사갔는데, 역시 일본 요시노야에 비해 맛도 볼륨도 좀 떨어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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