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10.24 19:30
전 "크리스천 데이트 앱"으로 가끔 소개팅을 해왔어요. 그리고 다른 소개팅도 한 번 정도.
데이트 앱 자체가 사람들 신상을 다 검사해주는건 아니지만, 그대신 저렴하고
나름 다양하고 만나기 편안한 수단이더군요.
그렇다고 완전 신앙심 깊은 사람을 만나고 싶어서는 아니고
신앙이 같은 사람을 만나는게 공유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만나보면 대부분 교회에 살짝 발만 걸친 상태거나 예배만 보고 그랬어요.
그러다가 한 두세번 만나고 헤어지게 되고.
그러다가 유난히 저한테 적극적으로 호감을 표시하는 사람을 만났는데
문제는 너무 "성령"을 입에 달고 목회자도 그렇지 않은데 술도 한 방울 마시면
주님의 성전을 더럽힌다, 우리는 주님의 성전은 이 사람이 두 번 만나는 동안 계속 읊조림,
자기는 술 안마시는건 철저히 지킨다, 전도는 꼭 해야한다, 그래서 토요일 오후에 노방전도를
매주하는데 한 주라도 안하면 마귀가 틈타는거다라는 등등의 부담 가득한 이야기를 계속
설교질을 하심.... 중간중간 딴 얘기도 하긴 했지만.
토, 일을 거의 교회에서 살고 토요일 저녁에만 시간이 나는 사람이니
만나서 할 것도 거의 없어요.
어쨌든 오늘 "난 성향이 안맞는거 같다. 그만 만나요."라는 메시지를 보냈어요.
신앙적으로도 안맞는거 같다고 더 맞는 분 찾으시라구요.
그랬더니 자기는 맞출 수 있다-여기서 숨이 확 막힘, 내가 안맞는데 지가 맞으면 다인가????
"어디가 신앙적으로 안맞는거냐"
"우린 우리 몸이 그 분의 성전임을 늘 기억하고 성령님께서 우리의 기도와 간구 속에 역사하심을
늘 잊지 말아야하죠. **씨와 제가 만남을 갖게 된 것도 그냥 우연이 아닌 주님께서 만나게 해주셨고
또 둘의 기도를 들으시고 만남 가운데서 함께하심을 믿습니다. "
나보다 더 신앙적인 여자만나면 안되냐 난 술도 마신다고 했더니 주님이 인도하시고 신앙이 성숙해지면
술도 끊게 될거래요.
그래서 이 말에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질린다. 그만 만나고 딴 여자 만나면 안되겠느냐"고 했죠.
그랬더니 "기본예의가 없다, 어따 대고 막말이냐.너는 예의부터 갖추고 사람을 만나라, 이 사람아 당신 그 발언땜에 그러는 줄 모르나
그냥 없던 걸로 하자하면 끝날 것을(내가 그랬음, 어이상실) 누가 그쪽 못만나 안달난 사람인 모양처럼
먼저 상대를 판단하고 막말을 하는 것인지 몰라 물어요?"
내가 막말을 뭘 했냐고 물으니 "질린다는 둥" 그런 소리는 2번 만나고 할 소리가 아니라네요.
"상대의 인격을 생각치 않고 막말을 하고 판단을 하니 추한 모습 더이상 보이지 말아라"
"너는 2번 만나고 나를 지레짐작한다. 더 만나면 나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나도 "질린다"는 말은 사과한다고 했는데 당신도 왜 갑자기 비난을 하냐고 했더니
"자기는 결코 비난한 적이 없고 그저 나한테 "권면"을 했을 뿐이라네요.
여기서 사진으로 다 캡쳐뜨고 대화방 나와버리고 주소에서 차단시켜버렸어요.
데이트 앱으로 만나서 위험도가 있다는건 들었지만
그건 술에 약타고 그런 사람이나 그런건줄로만 알았어요.
평생 헤어지자는데 이렇게 진상떠는 남자는 첨이에요. 이건 진상도 아닌가요????
이러니 남자한테 스토킹당하고 데이트 폭력 당하는 여자들은 어떨까 싶어요.
지금도 심장떨리고 머리가 하얘져서 암 것도 못하고 친구랑 엄마한테만 얘기했어요.
엄마는 그나마 더 만나기 전에 그런 인간인거 안게 다행이라네요.
* 교회 다닌다고 저렇게 "성령"을 입에 달고 다니고(앵무새가 녹음하고 읊는 것처럼 추상적인 말투로 힘을 줘서)
술마시는건 성전을 더럽힌다고 하는 등등 진짜 주변엔 없거든요. 물론~~~ 교회다니는 사람들 중에 있겠죠.
근데 제 주변에는 없었다는거에요. 적당히 다들 갈등도 하고 술도 가끔 마시고, 안마시더라도 그게 "성전"을
더럽힌다는 소리도 안하고, 교회 한주 빠진다고 마귀가 틈탄다는 소리도 들어본 바가 없어요.
무서운게 좀 심하다 싶긴 했지만 헤어지자는데 이렇게 "싸이코틱"하게 성령을 인용하시면서 비난하실줄 몰랐죠.
그냥 두 번 만날 때까지 배려도 해주고 정상적으로 젠틀하게 보였거든요. 대놓고 약간 이상한 티가 나는 사람이 나을지도 모른다 싶어요.
전 데이트 앱이고 뭐고 다 접고 원래 살던 대로 살고 싶네요. 혼자서나 여자친구들이랑 할 것도 많은데
몸도 안좋은 날도 약속 잡히면 약속이라고 꾸역꾸역 나갔는데 날도 추운데 원래의 저로 돌아가서
내가 하고 싶은 일 하고,,,사람들 만나고 싶으면 모임들 통해서 만나고 그렇게 살래요.
아,,,,,, 심장이 진정이 안되요. 그 남자가 어떻게 할까봐 무서운건 아닌데 그래도 심장이 계속 떨리고
마음이 진정이 안되요.
2016.10.24 19:37
2016.10.24 19:50
뭘해야 진정이 될까요. 저도 중간에 나간게 빼면 30년이라서 교회서 별의별 사람 다 봤는데 이 사람 다니는 교회가
대형교회지만 그래도 나름 건전하다는 곳인데 그 교회까지 이상해 보이네요. 이름대면 다 알만한 곳이에요.
저 신경안정제 먹고 얼어붙어 있어요. 이럴 때는 바쁜게 약인거 같은데 몸까지 몸살기운이 있네요.
헬스도 열심히 다녔는데 오늘은 아령들고 뛰고 그럴 수가 없을 거 같아서 나 못나간다고 연락했어요.
2016.10.24 20:13
오히려 큰 교회면 그만큼 온갖 사람들이 섞여들 수 있는 것 같아요. 교회 조직의 장점이자 단점이 좀 이상한 사람이 들어와도 표면적으로 이해와 관용을 배풀어야 하니까. 단순히 어디 교회 다닌다 정도로는 신원 보증이 되긴 어렵다고 생각해요.
아무튼 글쓴 분 잘못은 하나도 없는 거고, 그냥 정말로 운이 없었던 거니까요. 오늘 저녁은 잊어버릴 수 있도록 다른 재밌는 거라도 하세요. 누워서 뒹굴뒹굴 드라마라도 본다든지.
2016.10.24 21:02
"캐리어 끄는 여자"를 볼 수 있다는게 그래도 다행이네요.
2016.10.24 20:26
글쓴 분 잘못은 하나도 없습니다. 운이 정말 나빴습니다2222
기분 전환으로는 멍하니 TV시청만한게 또 없죠 이럴때는.
그나저나 '독실한 믿음'에 대해 선입견이 한 켜 더 씌워지네요 이런 이야기를 접하니. :(
2016.10.24 21:04
신앙 생활을 잘하는 사람들은 저렇게 티내지 않아요. 평소 생활 잘하는게 신앙생활 잘하는 것이죠.
2016.10.24 21:22
하긴 그렇네요.
2016.10.24 21:32
멍하니 TV시청하는게 원래 제 생활입니다. 아니, 꼭 멍하니는 아니죠.
드라마 보면서도 얼마나 생각 많이 하는데,,, 하여간 TV 친구랑 다시 만나야겠어요.
이 충격은 쉽게 가시지는 않겠지만요. "독실하다"는 티를 내며 매우 거룩한 티를 내는 사람들은
이중인격적인 충격상을 접하는 경우가 많은게 사실입니다. 교회에서는 봉사 열심히 하고 실생활에서는
주변 사람들한테 못할 짓(???)하고.
2016.10.24 21:35
맞아요. 너무 짧게 써버려서 뜻 전달이 잘 안 되었는데 바로 말씀해주신 그대로가 제가 갖고 있는 '독실한 사람'에 대한 시각이었어요.
아무튼 빨리 일상을 다시 찾으시길 기원합니다.
2016.10.24 20:47
2016.10.24 21:35
전 이젠 만날 용기를 내기도 어렵지만 언제든 헤어질 수도 있는데,,,, -대부분 이런저런 이유로 "연락할께요"그리고
그냥 연락안하는 남자들도 많고 전 헤어지는게 어렵지 않았어요. 이 문제도 고민을 해야하는군요.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데이트 폭력편을 보고 주로 헤어지자고 하면 폭력이 발생하는데 그게 무서워서 피할 순 없지 했는데
이젠 아니에요. 이런 사람이 한 발 더 나가면 스토커도 될 수 있다고 생각이 들어요.
2016.10.24 22:00
똥 밟으셨군요.... 진심으로 위로드립니다. 아무리 씻어도 신발을 버리고 싶어질정도겠어요.
액땜? 하신거라는 반크리스찬적인 위로를 드립니다;
2016.10.25 06:14
네, 지금 트라우마가 생길 지경이에요. 신발을 버리고 싶다는게 제 마음이군요.
2016.10.25 02:29
이별진상 + 관신크리스쳔이라니 크리티컬이네요. 중간보스급.
2016.10.25 06:15
저한테 헤어지자는게 자존심이 상하는걸 "하나님의 뜻" 운운으로 포장하는게 정말 역겨워요.
2016.10.25 02:41
2016.10.25 06:16
그 사람은 변태라는게 드러나잖아요. 이 사람도 너무 지나치다 싶었지만 정상적인 범주인줄 알았으니까 그게 더 소름끼쳐요.
몸에 손대거나 그랬으면 당장 내가 잠수라도 타지 쓸데없이 연락해서 이 지경이 된거 같아요.
2016.10.25 10:35
좀 더 건강한 방법으로 사람을 만나보심은 어떠신지요? 전부터 글을 읽었는데 앱을 통해서 만남을 자주 갖으시는것 같은데
위험한 방법인것 같이 느껴질때가 한두번이 아니더군요
2016.10.25 15:38
좀 더 건강한 방법은 가까운 사람의 소개팅(중간에 사람이 있음), 동호회(그 사람의 행태를 관찰할 수 있음) 이 정도가 아닐까요????
건강한,,,이 아니라 좀 더 "안전해 보이는"이겠죠. 어쨌든 만나면 위험성은 다 있어요. 아는 사람한테 소개팅받았는데 심지어
강간을 당하거나, 거절했는데 그 집 엄마한테 전화와서 내 아들을 니가 왜 차냐고 따지는 경우도 옆에서 들었습니다. 이건 극단적이지만
어떤 것이나 다 위험성은 있다는거에요.
저도 소개팅도 동호회도 그리고 교회도 다 기회가 거~의 없어요. 저도 많이 부탁도 해봤고 다 해봤네요. 저도 데이트앱의 위험성을 왜 몰랐겠어요.
기회와 비용면에서 낫다고 생각한거죠. 주변 사람들도 많이 하고 있구요.
지금은 저렴한 결혼정보회사(결정사도 문제는 많지만)쪽이 그나마 이런 사태에 대해서 미연에 방지 내지는 책임 추궁이라도 할 수 있을거
같아서 그 쪽으로 방법을 바꿀까 합니다. -일단은 전 남자 안만나는 생활로 돌아가서 쉬다가 진정이 되면 움직이려고 해요.
남자랑 있어서 즐거움보다는 스트레스가 더 컸고 더구나 이 일까지,,,, 내 원래 생활 리듬까지 다 깨버렸어요.
2016.10.25 10:39
2016.10.25 15:43
어찌보면 "아, 미친놈이었구나"그러면서 잊으면 되는데 그게 마음대로 안되고
입맛도 없고 살맛도 안나고 직장이니까 억지로 정신을 잡고 있지 공포증, 불안, 무기력,,,,,
별거 아닌거 같아도 충격이 쉽게 가라앉지 않아요. 저 인간이 나한테 해코지하는건 아닐까
걱정도 되구요.
3n년 교회 인생에 하는 말인데 그분 약간 골수 광신도의 기질이 보입니다. 말이 안 통하고 자기 방어 기제만 높은 걸로 봐서는 정신적으로 건강한 사람이 아닌 것 같네요. 욕보셨어요. 당장은 놀란 마음 좀 가라앉히시고, 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