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일기...(감기와 젊음)

2020.01.21 19:09

안유미 조회 수:456


 1.한 2~3년 전까지만 해도 '요즘 감기가 독하다니 조심' '독감이 유행이니 조심'이라는 경고를 들어도 그냥 넘어가곤 했어요. 애초에 감기나 독감같은걸 안 걸리고 넘겨서요. 하지만 이제는 몸이 약해졌는지 감기 시즌이나 독감 시즌에는 한번씩 앓고 지나가고 있어요. 이렇게 몸이 아플 때는 죽음에 대해 생각해보곤 해요. 몸이 천천히 약해지고 죽음이 서서히 다가올 바엔 빨리 죽는 게 나으니까요.



 2.뭐 아이나 아내가 있다면 그냥 한 사람의 남자가 아니라 '그들을 책임져야만 하는 가장'으로 변해버리기 때문에 어떻게든 건강을 유지해야겠죠. 하지만 나는 누군가를 무한책임지며 살지는 않을 거니까요. 몸에 나쁜 것들을 실컷 하고 빨리 죽어야겠죠. 


 하지만 문제는, 몸에 나쁜 것들을 실컷 하고 몸이 골로 갔을 때 자살할 용기가 있느냐 없느냐예요. 지금이야 자살할 용기가 있다고 호기롭게 말하지만 막상 몸이 약해지면 의지력도 동시에 약해지잖아요. 아마 죽지 못할지도 모르죠.



 3.그리고 최근까지는 정해지지 않은 인생을 살았지만 이제는 무언가가 거의 정해졌어요. 몇년간 썼던 '감나무에 매달린 감' 말이죠. 그것이 거의 무르익을 수 있을 만큼 다 무르익었거든요. 


 한데 문제는, 무르익은 그 감의 크기가 나의 자의식보다는 작다는 거예요. 그래서 불만이예요. 물론 이렇게 쓰면 누군가는 이러겠죠. '그럼 그걸 들고 또다시 카지노에 가면 되잖아?'라고요. 하지만 카지노에 들고 가기엔, 나의 배짱보다는 큰 감이란 말이죠.


 배짱이 아니라 실력이라고 해야 할지도 모르겠네요. 어떤 도박사는 칩 90000개짜리 게임을 하는 게 자신의 그릇이고 어떤 도박사는 900000개의 칩을 가지고 도박하는게 그릇의 한계니까요. 자신이 제어할 수 있는 한계를 넘는 칩을 가지고 도박장에 가는 건 멸망에 가까워지는 일이죠.



 4.휴.



 5.어쨌든 죽지 않고 살아 있는 동안에는 역시 건강이 최고인 것 같아요. 몸이 멀쩡한 상태인 게 매우 행운이라는 사실을 감기에 걸릴 때마다 상기하곤 하죠. 전에 말했듯이 '살아 있는 상태에서는' 첫번째로 중요한 게 건강, 두번째로 중요한 게 젊음, 세번째로 중요한 게 돈이거든요. 건강하지 못한 상태로 살아있는 게 가장 나쁘고 더이상 젊지 않은 상태에서 살아있는 게 그 다음으로 나빠요. 세번째로 나쁜 게 돈이 없는 상태에서 살아있는 거고요.


 이렇게 쓰면 '그럼 살아있지 않은 상태에서 중요한 건 뭐지?'라고 누군가는 묻겠죠. 살아있지 않은 상태에서 중요한 건 유산이죠. 죽은 뒤에는 그의 유산이나 업적으로 사람들이 그를 기억할 테니까요.


 문제는 이거예요. 유산이나 업적을 남기려면 지금 해야 하는데, 지금은 몸에 나쁜 짓을 열심히 해야 해서 바쁘거든요. 그리고 몸이 나빠진 후에는 기력이 떨어져버렸을 테니 업적을 남길 수가 없고요.



 6.어쨌든 그래요. 죽은 뒤에 남겨지는 건 '이야기'죠. 그의 삶 자체가 이야기가 될 수도 있고, 그가 이야기꾼으로서 자아낸 이야기가 전해질 수도 있는 거죠. 그리고 그러려면 젊었을 때부터 열심히 살아야 하고요.


 

 7.위에 젊음이 좋다고 쓴 건, 젊었을 땐 무얼 해도 좋기 때문이예요. 오늘의 즐거움을 참아내고, 언젠가 올 영광을 위한 장작으로 삼아도 기쁜 거죠. 그렇게 하루종일 열심히 노력한 날은 보람을 느끼며 잠드는 거예요. 


 그리고 그냥 하루를 불태우듯이 놀아제껴도 역시 좋아요. 젊으니까요. 하루의 열광을 되새기며 다음에 또 재미나게 놀자고 읊조리며 잠자리에 드는 거죠. 


 심지어는 열심히 노력하지도 않고, 불태우듯이 놀아제끼지 않는 하루도 좋아요. 굳이 밀도높은 하루를 살지 않고 오늘 하루는 하릴없이 느긋이 보내는 것...그것만으로도 재미난 하루를 보낼 수 있는 게 젊음의 특권이니까요. 


 

 8.그러나 나이가 들고 나서는 하루하루가 짐이 되거든요. 내가 책임질 사람이 있으면 아주 가끔씩...그들이 좆같게 느껴지니까요. 그들을 매우 사랑하더라도 말이죠. 일주일에 한번 정도는 그들의 존재가 매우 좆같이 느껴지는거죠. 내가 최선을 다하더라도 그들은 내가 그들에게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믿어주질 않는 법이거든요. 


 그리고 책임질 사람이 없으면? 그런 인생은 외롭고 의미를 찾기도 힘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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