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페북엔 불평등을 없애야 한다고 주장하는 젊은이들이 많아요. 맞는 말이예요. 그들의 입장에선 말이죠. 사실 사람들이란 게 그렇거든요. 인간들을 보고 있자면, 그들은 절대로 틀린 말은 안 해요. 그들 자신의 관점에서는 말이죠.



 2.한데 사람이란 게 또 그렇거든요. 내가 늘 말하는 거지만 남자는 자기 자신만을 위해선 전력으로 살지 못해요. 자신이 짊어진 것을 위해 살 때 전력을 낼 수 있죠. 그리고 그런 사람들, 전력을 다해 사는 사람들은 자식에게 좀더 유리한 상황을 조성해주기 위해 사는 법이고요. 더 좋은 지역의 아파트, 더 좋은 친구들을 만날 기회, 더 많은 신탁 자금 같은 것들 말이죠. 


 그건 비유하자면, 게임을 막 시작했는데 90레벨 캐릭터를 가진 친구가 던전에 같이 가주는 거랑 비슷해요. 1레벨 캐릭터로 던전을 혼자 깨야 하는 사람들은 그걸 보면 열받겠죠. 



 3.하지만 문제는 이거예요. 90레벨 캐릭터를 가진 사람이 90레벨까지 캐릭터를 키운 이유는 자기 혼자 잘먹고 잘살려고 그러는 게 아니거든요. 자신이 사랑하는 누군가의 1레벨 캐릭터와 함께 던전을 같이 깨주려고 90레벨 캐릭터를 키운 거죠. 


 그런 사람들에게 '야! 90레벨 캐릭터 가지고 다른 사람 도와주지 마! 공정하게 경쟁해야지!'라고 말하면 이런 대답이 돌아올걸요. 대놓고 말은 하지 못해도 생각은 이렇게 할 거예요.


 '씨발 내가 나 재밌자고 이 좆같은 게임에서 90레벨 캐릭터를 만든 것 같냐? 나 혼자 잘살거면 50레벨만 찍어도 평생 잘먹고 잘살 수 있었어. 내 자식 도와주려고 90레벨까지 힘들여서 찍은 거라고.'



 4.휴.



 5.뭐 그래요. 아직 인간의 일생을 온전히 조망한 건 아니지만, 사람들은 젊은 시절엔 자신의 인생이 빛나야 한다고 생각하죠. 하지만 젊음이 끝나고 일정 시기가 지나면 다른 사람의 인생을 빛나게 해줌으로서 의미를 찾곤 하거든요. 


 젊은 사람들은 기회의 평등을 외치면서, 노력의 의미를 무색하게 만들지 말라고 하지만 나이든 사람들의 입장에선 반대예요. 나이든 사람들이 바라는 건 자신의 자식에게 더 많은 기회를 부여하는 거니까요. 자식에게 기회를 부여하는 것이 차단된 사회야말로, 그들에겐 노력의 의미가 무색해지는 사회인거죠.


 하긴 어차피 사람들의 의견이란 건 그들의 처지에 종속되는 거니까요. 그들의 통찰력이 아니라. 



 6.물론 정도란 게 있으니까...너무 수저빨을 타는 사회여도 안 되겠죠. 완벽하게 흐름이 통제되고 생존조차 힘들어진 사회에서는 인간들이 아이를 낳지 않는 수단을 택함으로서 자멸을 택할 테니까요. 


 전에 썼듯이 우리를 재정하는 문화와 관습, 문명이란 건 사념을 지닌 생명체와도 같거든요. 그들은 늘 최대치로 발전하는 방향으로 가고 싶어하기 때문에 자신들의 문화권에 속한 인간들을 최대한 담금질하려고 해요. 하지만 상위 티어의 경쟁자들만이 인간답게 살 수 있고 또다시 다음 시즌엔 그들 중에서 상위 티어의 경쟁자들이 경쟁을 벌여서 그들중 또 일부만이 인간답게 살 수 있는 흐름이 몇 번 반복되면, 인간들 스스로가 자멸이라는 항의 수단을 선택하겠죠. 자멸함으로서 그들 자신이 속한 문화와 문명까지도 끝장내버릴 수 있으니까요. 사실 이미 일어나고 있는 일 같기도 하지만요.  



 7.나는 만렙을 찍으면 그걸로 뭘할까요? 물론 나는 자식이 없으니까 이 계주에 참여하지는 않아요. 누군가에게 나의 바통을 넘겨주지도 않을 거고요.


 바통을 누군가에게 넘겨주지 않을 거라면, 그건 사실 딱히 쓸 데가 없긴 해요. 왜냐하면 미친짓을 하는 것도 매일 할 수는 없는 거거든요. 하루 건너 한번씩 미친짓을 하다 보면 몸이 약해질 테니 일주일에 한번 간신히 미친짓을 할 수 있겠죠. 그러다가 한달에 한번 할수있게 될거고 그러다 보면 노인이 되어버릴거예요. 사실 미친짓을 하는 데 제일 필요한 건 미친짓을 할 돈이 아니라 미친짓을 할 몸과, 미친짓을 할 의욕이니까요.


 하지만 온전히 자기자신만을 위한 미친짓을 하는 것도, 계속하다보면 재미없긴 해요. 



 8.전에 썼듯이 노는 것도 쉬는 것도 온전히 그것만을 위해 존재하면 재미가 없거든요. 노는 것이나 쉬는 건 스케줄 사이사이에 끼워진, 샌드위치 사이의 햄 정도로만 존재해야 의미가 있는 거니까요. 샌드위치용 햄은 빵 사이에 끼워져 있을 때 가장 맛있는 법이거든요. 


 매일 놀기만 하는 인생은, 샌드위치 안에 들어가 있어야 할 햄을 맨날 단품으로 먹는 것과 다를 바가 없어요. 그야 하루이틀은 그게 맛있겠지만, 매일 샌드위치에서 햄만 빼먹으면 결국 탈이 나는 법이예요. 맨날 열심히 살아야 한다...고 말하는 건 뭐 그런 뜻이예요. 인생을 샌드위치에 비유한다면, 온전한 샌드위치 하나를 완성시키기 위한 거죠.


 그러니까 열심히 살아야죠. 이 말을 너무 많이 해서 지겹긴 하지만 어쩔 수 없어요. 다른 사람들은 타인들과 스케줄이 거미줄처럼 연동되어 있기 때문에 열심히 사는 게 선택이 아니거든요. 그들이 열심히 안 살면 열심히 사는 다른 사람들의 스케줄까지 엉망이 되기 때문에 강제적으로 열심히 살아야 하죠. 그렇지만 나는 열심히 안 살면 내 발목만 내가 잡는 거니까요. 매일매일 주문을 외듯 '열심히 살아야 한다'고 상기할 수밖에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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