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낭) 캣츠를 보고 왔어요

2019.12.28 23:14

샌드맨 조회 수:797

결론부터 말하자면 괴작이긴한데 최악까진 아닙니다. 하지만 이걸 보는 것보단 뮤지컬 실황 DVD를 보는 게 더 나아요. 


기대를 버리고 가서 그런지 몰라도 그렇게까지 언캐니 밸리를 건드리진 않았습니다. 바퀴벌레 씬도 그럭저럭 볼만 했어요. 


스토리가 개연성 없다는 비판은 좀 억울하게 느껴졌어요. 원작 뮤지컬 '캣츠' 자체가 스토리가 없다시피한 작품인걸요;; 


다만 영화에서 가장 아쉬웠던 점은 영화가 뮤지컬 '캣츠'의 '글램' 느낌을 전혀 살리지 못했다는 거에요. 


뮤지컬 '캣츠'에 등장하는 고양이들의 모습은 말이 고양이지 형형색색으로 물들여 산발한 머리 + 짙고 화려한 화장 + 풀어헤친 가슴 + 초커 & 가죽 + 누덕누덕한 모피를 걸친 70~80년대 글램락 스타의 모습입니다. 등장하는 것만으로도 모두의 시선을 잡아끌 수 있는 화려한 모습이죠.  


근데 영화에선 이걸 쫄쫄이스러운 진짜 털로 바꿔버리고 옷까지 벗겨놓으니까  다들 누가 누군지 제대로 구분조차 안되는 엑스트라들 같아요. 럼 텀 터커나 맥캐버티도 코트를 걸치고 나올 땐 꽤 괜찮아보이는데, 옷을 벗는 순간 크게 볼품없어집니다. 


거스의 장면이 그나마 가장 평이 좋은 것도 그가 옷을 입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어차피 직립보행하고 의인화할 거라면, 차라리 옷이라도 입혀놓는 게 훨씬 캐릭터의 매력이 살아났을 겁니다.  


얼굴은 짙은 분장+CG로 고양이처럼 만들고 옷은 입히는 게 나았을 것 같는데, 반대로 얼굴은 사람 그대로 놔두고 옷은 벗겨놓았으니 그냥 쫄쫄이 입은 사람 느낌 밖에 안 들잖아요. 


영화의 가장 유명한 곡인 그리자벨라의 'Memory' 씬도 매우 매우 매우 실망스럽습니다. 캐스팅과 연기지도와 연출의 총체적 난국...=_=;; 


제니퍼 허드슨의 그리자벨라는 상당히 별로에요. 그리자벨라에겐 지금은 늙고 볼품없어졌지만 한 때는 곱고 화려했던 느낌이 있어야 하는데, 제니퍼 허드슨은 그닥 늙어보이지도 않고 강인해보입니다. 그리자벨라의 트레이드마크인 번져서 엉망이 된 마스카라+립스틱 자국이 없으니 더 그런 듯. 


그리고 뮤지컬에서 그리자벨라를 연기했던 배우 중 가장 유명한 베키 버클리나 일레인 페이지 모두 고양이 울음소리같은 고음의 비브라토로 이 노래를 소화했는데 제니퍼 허드슨은 훨씬 중저음이라 이질감이 들고요. 


가장 나빴던 건 노래 자체가 영 힘빠진 느낌이란 거에요. 첫번째 장면에선 울먹이며 부르는 느낌을 주기 위해 제대로 내지르지 않는 게 이해되는데, 두번째 부르는 장면에선 영화 전체의 하이라이트 부분인데 폭발시켜야죠. 


그런데 이 장면에서조차 울먹이면서 겨우 쥐어짜는 느낌이라 답답하다가, touch me 부분에서만 잠깐 폭발하고(너무 갑자기 폭발해서 당황스러울 정도 =_=;) 다시 사그라들어버립니다.  


제니퍼 허드슨의 가창력이 문제는 아니에요. 영화 말고 그냥 라이브로 부른 거에선 이것보다 훨씬 더 나았거든요. 그럼 애초에 디렉팅을 저렇게 부르게 했다는건데 판단 미스가 아닐까 싶습니다 =_=; 


그리고 그리자벨라가 노래할 때만 유독 계속 클로즈업 풀샷을 잡아주는데, 이것도 최선의 선택이었는지 모르겠어요. 


어쨌든 이 모든 요소들 때문에 영화의 하이라이트가 되어야 할 'Memory' 장면이 그냥저냥입니다. 매우 매우 매우 실망스러웠어요 ㅠ_ㅠ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 전체적으로는 꽤 인상적인 장면들이 있습니다. 빅토리아는 뮤지컬보다 더 낫고요. 감독 + 배우들의 이름값으로 인한 기대치엔 훨씬 못미치지만, 졸작이나 망작까진 아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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