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티댄싱을 다시 보았더니...

2019.12.08 18:06

노리 조회 수:702

재밌어써요! ^____^


넷플릭스에 있습니다. 아는만큼 보인다는 말이 있죠. 그와 비슷하게 관심사만큼 보인달까요? 

다시 보니 여러모로 꽤 준수하게 잘 나온 대중영화다 싶더군요. 관련 다큐에도 나오지만 영화 주인공인 베이비는 시나리오 작가인 엘리노어 버그스타인의 오너캐입니다. 비틀즈가 나오기 전에도 이미 평화봉사단 활동에 자원할만큼 진보적이고 자의식 충만한 여캐죠. 넉넉한 중산층 자식인 베이비가 바닥 계급의 패트릭 스웨이지와 그 친구들에게 순진한 소리를 해대요. 노력하면 할 수 있어! 앞으로 좋은 일만 있을거야! 아버지가 조합에 가입시켜 주어 불안정한 댄스 강사 일을 하는 대신 집수리나 페인트공이 될 수 있을 거라는 자니 캐슬과 경제학을 전공해 세계를 바꿀 거라는 베이비가 같은 길에 놓일 일은 없겠죠. 


집을 바꾸겠다와 세계를 바꾸겠다는 스케일의 차이에서 보듯 계급 갈등이 제법 잘 묘사돼있고, 두 주인공뿐 아니라 주변인물들의 캐릭터나 관계 묘사에도 나름 성실한 영화입니다. 낙태를 앞둔 여자 댄스강사나 여주와 대비되는 평범한 둘째의 내면에도 슬쩍 담금질을 하죠. 주된 갈등을 겪는 사람은 여주의 아버지이지만 어머니가 병풍 역할로만 그치지 않고 클라이막스에서 묵직하게 한 방을 날립니다. 제가 나 닮아서 춤을 잘춘다니깐! 


각본의 힘이 크지만 감독을 맡은 에밀 아돌리노의 공도 상당합니다. 무용에 조예가 있던 감독의 댄스씬 연출도 그러하거니와 연기 디렉팅도 잘됐다고 느꼈어요. 주연인 패트릭 스웨이지와 제니퍼 그레이는 서로 사이가 안좋았다죠? 자니가 베이비에게 댄스 교습을 해주면서 잘 못따라오니까 빡쳐(...)하는 장면이 있어요. 연기만이 아닌 실제로도 그랬던 것 같은데 감독이 둘 사이의 긴장감을 잘 활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배우들이 감독만은 신뢰했다고도 하고요. 두 배우의 연기가 좋아요. 


자니 캐슬이라는 캐릭터의 투박함은 배우 패트릭 스웨이지 본인의 투박함도 어느 정도 반영돼 있는 것 같습니다. 텍사스 출신이었단 건 다큐보면서 처음 알았어요. 무릎 부상으로 댄스 영화 촬영은 고사하는 형편이었는데도 일단 캐스팅이 돼자 큰 내색않고 무리가 되는 테이크를 여러 번 찍는 걸 마다치 않았다고. 그렇게 관심있던 배우는 아니었는데 폭풍속으로를 찾아 봐야겠습니다. 아직 보지 않았거든요. 이미 고인이 됐다는 게 황망하긴 합니다만... 이른 나이에 갔습니다. 더티댄싱과 사랑과영혼이라는 빅 히트작을 남기고도 A급 배우로 올라서지는 못했고요. 텍사스 출신의 투박한 성정과 관계있던 것이었을까요? 영리한 배우는 아니었던 듯 하지만 이런 류의 사람들에게는 마음이 가요. 


아무 쓸모없는 관람포인트로, 자니 캐슬이 모는 차에는 머리 받침이 없더군요. 저거, 장거리는 힘들겠는 걸. 왜 이런 게 눈에 들어왔을까요? 왜긴 뭐, 제가 요즘 자동차에 관심이 많아서 그런 걸 눈에 들이곤 합니다. 마치 킹스맨을 보았을 때 그 배경이 되는 인테리어를 눈여겨 보았듯이요. 사람이 참 간사해요(...) 


이만 영화 속 불후의 명대사로 마무리합니다. 

"Nobody puts baby in a corner"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9110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7813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7974
110678 곰탕집 성추행 사건, 대법 최종 확정판결 [9] 좋은사람 2019.12.12 1783
110677 현대자동차 생산직에게 근무 중 와이파이가 필요한 이유가 무엇일까요? [82] Joseph 2019.12.12 3892
110676 CGV강변 전도연관 헌정식 GV 후기(사진없음) [8] 예정수 2019.12.12 740
110675 [초바낭] 동네 치킨 체인점들 미스테리 [37] 로이배티 2019.12.12 1562
110674 영국 입국심사가 자동으로 바뀌었네요? [8] Wagoo 2019.12.12 1008
110673 이런저런 일기...(심심함, 포방터돈까스, 스파번개) [3] 안유미 2019.12.11 879
110672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 1월 16일 개봉 예정! [1] ally 2019.12.11 579
110671 "검사님, 검사님. 저희 판단이 틀릴 수 있어요. 검사님은 검사님 판단이 틀릴 수 있다는 생각해 본 적 없습니까?" [8] 도야지 2019.12.11 1501
110670 오늘의 편지지 셋트 (스압) [3] 스누피커피 2019.12.11 322
110669 스포일러] 곽재식 작가의 ‘판단’, ‘결혼이야기’ 등 [10] 겨자 2019.12.11 1078
110668 공기청정기 청소를 어떻게 하세요? [9] 산호초2010 2019.12.11 947
110667 음식을 대하는 나의 자세 [17] 어디로갈까 2019.12.11 1175
110666 무죄 추정의 원칙 [29] Sonny 2019.12.10 2046
110665 표창장 위조 재판에 대한 법리적 질문 [7] 양자고양이 2019.12.10 1012
110664 아이리시맨, 빵과 와인 [8] 어제부터익명 2019.12.10 1837
110663 <나이브즈 아웃> 보길 잘 했습니다. [10] Journey 2019.12.10 1035
110662 세상에서 가장 안 유명한(?) 트릴로지 영화를 소개합니다. [11] LadyBird 2019.12.10 1213
110661 택시, 타다, 혁신 Joseph 2019.12.10 478
110660 다시 또 백수가 되었습니다. [10] 아리무동동 2019.12.10 1211
110659 "똑같은 정경심 공소장" 檢 반발에.. 재판부 "계속 말하면 퇴정" [3] 도야지 2019.12.10 960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