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0.13 14:29
1. 하루 중에 윗옷을 몇 번 바꾸어 입게 됩니다. 아침에 선득해서 입고 있던 옷이 움직이다 보면 더워져서 거추장스럽네요.
저녁무렵에 나가면 이제 공기가 찹게 느껴져서 9월은 여름이더니 곧 겨울인가... 생각하게 되고 짧은 틈새 시기를 잘 누려야겠다 싶어요. 걷기에 넘 좋은 날씨입니다.
개가 식욕이 없어서 먹는 거 봐가며 하루 한두 번 주사기에 습식사료를 넣어 강제로 주고 있습니다. 심장이 안 좋은 개는 식욕이 오락가락하고 식욕을 잃기 일쑤라고 하네요. 원래 입이 짧은 편이라 안 먹던 건 안 먹고 좋아하던 닭육포는 주지 말라 해서 뭘 줘야 할지가 요즘의 고민입니다.
2. 에이리언, 에이리언2까지 보고 에이리언3은 어제 밤에 앞 부분 조금 들어갔다가 시간이 늦어서 미루었습니다. 데이비드 핀처 감독의 3은 분위기가 앞 두 영화와 많이 다르네요. 2는 그래도 3에 비하면 1과의 연속성이 꽤 느껴졌습니다. 2는 7년 후 1986년에, 3은 6년 후1992년에 나왔다네요.
1, 2는 둘 다 흥미롭게 좋게 보았습니다. 시고니 위버는 슬기로움과 기술자 능력을 기본으로 장착하고 점차 육체적 능력까지 진화하는 캐릭터로 존경스런 마음이 막 생기더군요. 참으로 멋집니다.
3의 앞 부분을 봤다고 했는데, 어떤 인물과 관련하여 새로운 전개를 위해 할 수 없는 선택이었겠지만 2의 내용을 생각하면 헛고생에 허무하기도 합니다.
3. 제발트의 '기억의 유령'을 읽고 있습니다. 이 작가의 인터뷰를 읽고 있으면 기분이 이상합니다. 제목에도 '유령'이 들어가지만요. 이분의 글이 갖는 분위기와 이미 20여년 전에 돌아가신 분이라는 것과 인터뷰의 내용이 삼박자로 어우러져서 이상한 절실함을 갖게 합니다.
[이민자들]에서 이 작가는 고인이 된 실제 인물의 흔적을 찾아다니는 과정과 그 인물의 사연을 자신의 주제 의식하에서 융합하여 옮기는 식으로, 기억에 집착한 글을 쓰셨는데 어딘가를 찾아가는 이동 중인 경우가 많이 포함되어 있음에도 은둔자의 시선으로 쓰여진 문장 같고 신비함(앞서 책 소개에 나온 말을 변화시켜 다시 하면 '포착할 수 없는 것을 포착하는 글쓰기') 쓸쓸함이 행간에 가득한 글을 씁니다. 질문자의 짧은 언급에 비해 자기 글의 특성과 자신의 관심사에 대한 성의 있고 깊이 있는 답을 읽고 있자니 이미 저세상 사람이 되었다는 것이 이 읽기에 정의하기 힘든 감정을 드리우네요.
4. 제발트(에 대한) 새 책이 나와서 무척 기뻤는데 생존 작가 중 최애 순위에 드는 에마뉘엘 카레르의 소설이 나와서 따끈한 책을 바로 구매했습니다. 카레르는 제가 몇 년 전에 게시판에 [왕국]을 영업한 적이 있습니다. 제발트의 책은 기호를 탈 것 같으나 카레르의 책은 분량의 장벽만 넘으면 흥미로운 독서가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다시 한 번 추천드릴게요.(아 진짜 읽어 보셈!)
이번 책의 제목은 [요가]
제발트가 제가 이해한 바로 말하자면, 현실 속에서 시간이라는 초현실적 이미지를 갖고 그것이 작용하는 바에 대한 글을 쓴다면 카레르는 현실을 사는 사람의 구체적인 일상과 고민을 담습니다. 두 작가 모두 어떤 경계를 넘는 글을 쓴다는 생각을 합니다.
카레르의 경우 그렇게 말할 수 있는 이유는 글을 쓰는 작가 자신의 현실과 당시에 쓰는 책에서 대상으로 하는 소재가 경계없이 서로 침범하고 엮이는 식의 글을 쓰기 때문입니다. 사실 모든 작가가 글을 쓸 때 다루는 대상이 작가 자신의 고민과 관심과 투쟁의 결과물이고 그러니 자기를 쏟아붓거나 통과하거나 할 겁니다. 그런데 보통은 작가의 모습을 감추지 않습니까? 카레르는 감추지 않고 드러내고 드러내며 연속 드러내어 뭐 감춰진 거 없나 찾아서 파내고 그럽니다. 본인의 사생활을 소재를 통해서 탈탈 털어서 분석해 본달까요. 프랑스의 지식인은 어떻게 사는가, 같은 엿보는 재미와 더불어 그 지식인 작가의 자기 반성적인 탐구 정신이 최대한의 훌륭한 읽을거리로 결과물을 낼 때 감탄과 감사가 따랐습니다. 이를 저는 카레르의 [왕국]에서 맛보았어요.
책 표지를 열자 이런 말이 서언으로 적혀 있습니다.
'만일 네가 네 속에 있는 것을 오게 하면, 네가 오게 하는 그것이 너를 구할 것이다. 만일 네가 네 속에 있는 것을 오게 하지 못하면, 네가 오게 하지 못하는 그것이 너를 죽일 것이다.' - 외경 '토마의 복음서'
작가가 자신의 작품 경향과 너무나 똑 맞아떨어지는 구절을 찾아내어 적어 놨네요.ㅎ
2023.10.13 16:00
2023.10.13 16:25
식욕이 없으니 활기도 떨어지는 거 같아서 걱정입니다. 기운이 오르락내리락하는데 지금은 좀 내려가는 시기 같아요. 기원 감사합니다.
불만도 이해가 되네요. 3편이 좀 그런 것이 그렇게 해버리니 2편 영화 전체를 이상하게, 헛짓처럼 만드는 면이 있는 거잖아요. 인물 하나 처리하는 단순한 문제가 아닌 느낌도 들었습니다.
2023.10.13 17:40
2023.10.13 19:14
생각보다 옛날 영화죠? '블레이드 러너' 보다 3년 먼저 나온 것이 놀람의 포인트였어요.
2023.10.13 20:15
1987년에 사당역 근처에서 동시 상영관에서 봤거든요.
2023.10.13 23:15
그래서 블레이드 런너를 보면 하늘 나는 자동차 조종할 때 '에일리언' 1편의 우주선이랑 똑같은 인터페이스 같은 게 튀어 나오고 그럽니다. 스콧 옹이 슬쩍 재활용하심요. ㅋㅋㅋ
2023.10.13 18:16
레지던트 이블 시리즈가 에련 시리즈를 대놓고 따라한다고 느꼈더랬습니다.
1편이 서바이벌 호러고 2편은 액션영화가 된다는 것도 비슷한데 2편 스토리는 아예 어린애 구하고 제한구역에서 제한시간내에 탈출한다는 이야기 구도를 그대로 들고왔죠. 그렇게 2편 등장인물들 정들게 해놓고는 3편 시작하면 다 내쳐버리고 여주인공만 하나만 데꾸선 엉뚱한 이야기를 하는 것도 같고... 여주인공이 갈수록 슈퍼맨이 되어간다든가하는 것도...
2023.10.13 19:16
레지던트 이블 시리즈도 그런 구성이군요. 하나도 안 봐서리. 시리즈라면 어느 정도 선에서는 앞 영화의 지켜 줄 부분은 지켜야 하지 않을까 생각드네요.
2023.10.13 18:19
2023.10.13 19:24
저도 그래요. 발끝 포함해서 발이 많이 찹습니다. 지금도 시리네요.ㅎ 육포에 포함된 지방과 소금끼가 심장병에 안 좋다고 병원에서 금지시키더라고요. 다른 먹던 간식은 주고 있어요. 스스로 양껏 먹어줘야 살이 유지될 텐데 지금 살이 빠졌습니다. 그래도 오늘 저녁에는 먹던 건식사료를 좀 먹었어요. 하루 한 번이라도 먹어 주니 기분이 좋네요.
훌륭한 인성에다가 위기에 처하면서 점차 전사로 업그레이드되는 것이 멋지고요, 흔한 설정이긴 하지만 성별 바뀌었을 뿐인데 더 멋있고 감동이 되더라고요.
앗, 그리고 쏘맥 님 멍이도 건강 유지하고 오래 함께하길 빕니다.
2023.10.13 20:43
저는 여전히 반팔에 반바지 차림이에요 ㅋㅋ 아침에만 카디건을 살짝 걸칩니다.
단군할아버지가 사기맞은 그 날씨라고들 하더군요. 산책하기도 좋고 자전거 타기도 좋아요. 일년 내내 이랬으면...
2023.10.13 22:02
단군할아버지 사기.. ㅎㅎ 여름과 겨울의 풍미도 즐기길 바라셨다고 생각하고요, 다만 여름이 이렇게 극단적이 될 줄 미처 모르셨던 걸로.ㅎ
2023.10.13 23:23
3편이 욕 먹은 수많은 이유 중 하나가 그거였죠. ㅋㅋ 일단 2편의 호쾌한 액션 때문에 그 이상을 기대하고 갔더니 뭔 우주 수도원 같은 데서 도 닦는 얘기나 하고 있고... 게다가 시작부터 '그렇게 됐습니다'는 전개로 2편 팬들 마음에 대못을 박았으니. 그래서 흥행도 그렇게 좋진 않았고 평가도 별로였고... 좀 시간 흘러서 팬들의 깊은 빡침이 가라앉은 후에야 재평가 되고 그랬던 걸로 기억해요. 뭐 전 걍 시각적으로 멋지고 분위기도 그럴싸해서 3편도 그냥 좋아했습니다만. 전 4편까지도 좋아하는 사람이라서... ㅋㅋ
2023.10.14 10:25
3편을 봤는데 쌓아가다가 터트려 주는 전개가 아니고 마지막까지 살겠지 싶은 캐릭터 포함해서 찔끔찔끔 죽어나가고 끝부분의 그 대결이라는 것이 관객이 보기엔 구조 파악도 안 되는 터널에서 숨바꼭질 식이라서 카타르시스하고는 거리가 멀더군요. 흥행 안 된 것도 그럴만했어요. 우주 수도원 아이디어는 어디서 나온 걸까요.ㅎㅎ그래 가지고 가만 보면 캐릭터들이 희생 형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거 같더군요. 리플리까지 대사를 속삭이듯 하고 말이죠..ㅎ 우주 수도원이자 감옥이라 데이비드 핀처 감독 잘 하는 칙칙, 축축, 더러운 시각적 이미지를 살리기도 좋았던 거 같습니다. 근데 이래놓고 4편이 나왔다는 게 참.
2023.10.17 11:27
저요. 저 '왕국' thoma님에게서 영업 당하고 충격적으로 책이 좋아 여기 저기 돌려 읽히는 중입니다. 카레르의 새 책이라니. 반드시 구해보겠습니다.
제발트는 생각만큼 술술 읽히지 않지만 이민자들 읽고 있답니다.
책 소개 감사드려요.
2023.10.17 13:32
네, 지난 번에도 글 올려 주셨잖아요. 각자에 맞는 책, 더 좋아할 수 있는 책이 있는 거 같아요. 어떤 시기에 읽느냐도 있고요.
카레르의 새 책을 이제 시작했는데 뒤로 가봐야 하겠지만 앞부분은 이거 소설이야 수필이야, 라는 정도가 더 심하네요.ㅎㅎ '왕국'만큼 좋기는 힘들겠죠? 큰 기대는 내려놓고, 그래도 읽는 즐거움이 있는 작가라 믿고 보려고요. 반가왔습니다!
1. 외출옷 코디가 참 까다로운 시기죠. 말씀대로 아직 낮에는 조금 열심히 걸었다거나 하는 정도로 땀이 나더라구요. 토마스(였나요?)가 식욕이 없다니 안타까우시겠어요. 개가 힘내고 기운차려서 더 오래 오래 둘이 함께 하시길 바랍니다.
2. 2편은 아무래도 카메론이 만들었으니 장르가 액션으로 확 무게가 넘어가긴 하지만 확실히 1편하고 잘 이어지는 느낌인데 3, 4편은 그냥 스핀오프에 가깝다고 생각하면서 보는 게 낫다고나 할까요? 특히 2편 좋아하셨던 분들이 전작의 생존자들에 대한 3편의 잔혹한 대우 때문에 불만이 많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