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9.03 23:44
- 2015년작입니다. 런닝타임은 2시간 15분. 스포일러는 마지막에 흰 글자로요.
(영화를 다 보고 나서 포스터를 다시 보니 참 어색하네요. 이거 포스터만 보고 낚여서 관람한 사람들 소감이 궁금합니다. ㅋㅋㅋ)
- 서부 '개척' 시대입니다. '인디언'들과의 싸움은 일단락이 된지 조금 시간이 지난 시점 같구요. 시작부터 참 불쾌한 살인 강도 장면을 보여주는데, 일을 마친 2인조 강도가 주변을 돌아다니다가 갑자기 튀어 나온 괴인들에게 한 명이 살해당하고 다른 한 명은 가까스로 도망칩니다. 그리고 이 한 명이 도착한 곳이 바로 딱 이런 영화들에 단골로 나오게 생긴 황야의 작은 마을 '브라이트 호프'입니다.
이 곳엔 품위 있고 카리스마 쩌는 보안관 커트 러셀님도 계시고, 수다쟁이 할배 부관 리차드 젠킨스도 계시고, 자뻑 쩔지만 그만큼 유능한 총잡이 매튜 폭스님도 계시고, 뭣보다 세상 둘도 없이 쩌는 금슬을 자랑하는 패트릭 윌슨과 릴리 시몬스 부부도 살고 계셨던 것인데요.
암튼 뭐 됐고 바로 그 날 밤에 그 괴인들이 마을에 침입해 릴리 시몬스과 젊은 보안관 하나를 납치해 갑니다. 근데 마을 인디언을 불러다가 '이거 뭐하는 놈들 짓이냐?'라고 물어보니 '이놈들은 우리 동족이 아니다. 얘들은 자기 엄마 성폭행하고 잡아 먹는 식인종 괴물들이고 마주치면 누구도 살아남지 못한다' 라는 무시무시한 말을 해주네요.
하지만 '응 그렇구나' 하고 포기하면 영화가 안 되니까, 위에서 이름을 언급한 배우님들 캐릭터들이 목숨을 걸고 구출하러 가겠죠. 그런 이야깁니다.
(모든 악의 근원으로 도입부에만 잠깐 등장하시는 2인조. 좌측의 저 분 얼굴이 낯익다면 제대로 보신 겁니다.)
- 제 글을 종종 읽으시는 분들이면 아시겠지만 전 가끔씩 아무 이유 없이 혼자서 잘못된 정보를 뇌에서 생성해 놓고는 나중에 그 영화를 보면서 '으아니!!' 하고 놀라는 습성이 있습니다. ㅋㅋㅋ 이 영화도 같은 경운데요. 제가 이 영화를 찜해놓은 게 최소 1년 반은 됐을 텐데, 그동안 저는 쭉 이게 웨스턴 좀비 무비라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그래서 좀비 시리즈들 보던 중에 이것도 본 건데. 하하하. 대체 저는 뭘 보고 이게 좀비 영화라고 생각을 한 걸까요. 알 수가 없네요 정말.
(보시다시피, 그냥 매우 멀쩡한 웨스턴입니다. 안 멀쩡한 게 하나 있긴 한데 그게 좀비는 아니구요.)
- 영화는 의외로(역시 제 멋대로 의외 ㅋㅋ) 정통 웨스턴입니다. 정말로 그래요. 대단히 우직하게 멀쩡한 웨스턴이어서 초반에 또 당황했죠. ㅋㅋㅋ
그러니까 뭐 막 극사실주의도 아니고, 그렇다고 아예 환타지로 가는 것도 아니고요. 카리스마 노장 보안관에 패기 넘치는 사랑둥이 젊은 카우보이, 냉철한 총잡이에 사람 좋은 사이드킥 할배. 그리고 사랑하는 가족을, 마을 주민을 지키기 위해 기꺼이 목숨을 거는 쏴나이들!! 그리고 이런 이야기에 멋진 배경이 되어주는 위험 가득 황야... 뭐 이런 식으로 서부극의 로망스런 요소들을 빠짐 없이 때려 박으면서 동시에 캐릭터들 디테일을 잘 챙겨서 현실에 발가락 하나 정도는 얹어 주고요. 이야기의 톤은 아주 진중하고 궁서체로 진지한 드라마로 가요. 이들이 물리치러 가는 것이 양아치 갱들이나 '인디언'이 아닌 환타스틱 식인종이라는 걸 잠시 잊고 그냥 보면 참 그렇게 멀쩡하고 진지할 수가 없는 영화입니다.
(어쨌든 인디언 아닙니다!! 가공의 환타스틱 빌런 종족입니다!!!!!)
- 그리고 그 환타스틱 식인종 말이죠. 이게 또 중요합니다.
일단 골치 아픈 부분은 미뤄두고 그냥 이 식인종들만 뚝 떼어 놓고 봤을 때... 참 무시무시한 빌런이고 잘 만들어진 크리쳐(?)들입니다.
그러니까 이 놈들 나올 때마다 연출이 좋아요. 늘 갑작스럽게 툭 튀어나오고, 순식간에 목적한 바(꿰뚫고 토막내고 도려내고...;)를 이루고 슥 사라지는 식인데요. 대부분의 장면에서 예상치 못하게 튀어나와 압도적인 전투력을 발휘하며 짧게 치고 빠지기 때문에 늘 임팩트가 있고 위압감이 있습니다.
거기에 덧붙여서 그냥 작정하고 혐오감이 들도록 있는 힘을 다 해 만들어 놓은 모양새와 생활 양식 같은 부분들이 파워업을 해 주죠. 막판에 이 놈들 사는 소굴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그냥 크리쳐물에서 주인공들이 크리쳐의 둥지를 발견하고 투어하는 장면들처럼 만들어져 있는데, 이게 진짜 '크리쳐'가 아니라 어쨌든 행색은 인간인 걸로 되어 있다 보니 충격이 배가 됩니다. 근 몇 년간 본 중에 가장 혐오스러운 장면들이 두어 번 나오고 그 때마다 참 고통스럽더군요. ㅋㅋㅋ
근데 이 식인종들의 진짜 포인트는, 이게 위에서 설명한 '아주 많이 멀쩡한 웨스턴'에 무심한 듯 시크하게 툭. 하고 얹혀 있다는 겁니다. 그래서 대비가 되면서 서로를 파워업 시켜주는 효과가 생겨요. 멀쩡한 카우보이들 덕에 식인종은 훨씬 더 임팩트가 강해지고. 식인종들 덕에 카우보이들의 드라마는 더 비장해지고. 그리고 이 둘의 괴상한 조합 덕에 이야기만 놓고 보면 평범한 서부극인 이 영화가 되게 괴상한 장르 비틀기 영화 같은 인상을 갖게 됩니다.
(사실 이 영화에서 가장 고통스러운 건 식인종의 잔혹 살벌한 행각들보다도 요 패트릭 윌슨 캐릭터 걷는 모습 보는 겁니다. 다리를 다친 걸로 나오는데 정말 너무 힘들어 보여서...;)
- 좀 느릿한 영화입니다. 초반에 식인종들이 활약하는 모습은 다 합쳐봐야 2~3분 정도 밖에 안 나오고요. 다음에 등장하는 건 2시간이 넘는 런닝타임이 거의 30분 정도 밖에 안 남았을 때에요. 그동안을 채우는 건 이들이 떠날 준비를 하고, 떠나서 황야에서 고생하고, 강도도 만나고, 그리고 또 고생하고(...) 이러는 이야기들인데요. 그렇게 영화의 빌런이 코빼기도 안 비치는 동안에도 영화가 심심하지 않은 건 잘 만든 캐릭터들 덕분입니다.
위에서 적었듯이 대체로 전형적인 서부극 캐릭터들이 옹기종기 모여서 여행을 하는 건데. 이 양반들이 하나하나 다 캐릭터에 디테일이 있고 그걸 또 배우들이 잘 살려줘요. 또 이들이 황야에서 겪는 일들이 식인종 없어도 아무 문제 없을 만큼 괜찮은 드라마를 이루기도 하구요. 덕택에 그 중 여럿이 죽어 나가는 클라이막스의 비장한 분위기도 잘 살아나니 여러모로 잘 쓴 각본이라 하겠습니다.
("그 식인종들은 인디언이 아니라고!!" 라는 알리바이를 만들기 위해 출동한 원주민 캐릭터님이십니다. 초반에 잠깐 나와 대사 두어줄 하고 더 이상 안 나와요.)
- 근데 영화의 이야기가 말이죠. 아주 살짝 좀. 미묘하게 불편한 구석이 있습니다.
초반부에 알리바이 삼아 '인디언' 하나가 나와서 '그건 우리들이랑은 아예 다른 종족이다' 라고 설명함으로써 알리바이를 만들긴 하는데, 뭐가 어쨌든 갸들이 우주에서 날아온 괴물도 아니니 '미국 원주민'인 건 맞잖아요? ㅋㅋㅋ 그리고 주인공들은 싹 다 백인 남자들이구요.
아니 뭐 현실적인 톤의 서부극이니 구조대가 다 백인 남자인 건 당연하구요. 또 알리바이도 쳐 놓아서 이게 미국 원주민 타자화가 아니라는 것도 분명히 하긴 하는데. 보다 보면 뭔가 '사실 그냥 그런 이야기 하고 싶었는데 욕 안 먹으려고 알리바이를 철저하게 준비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스멀스멀 들 정도로... 좀 수상합니다. ㅋㅋㅋ
대표적으로 우리 구조대 멤버들 중 멋쟁이 총잡이가 하나 나오는데요. 사회성 떨어지고 자기 잘난 멋에 살지만 실제로 똑똑하고 능력도 좋은 그런 캐릭터인데... 이 양반 일생의 자랑이 인디언 100명도 넘게 죽인 거고 일생의 후회가 더 많이 못 죽인 겁니다. ㅋㅋㅋㅋ 태연하게 이런 소릴 하는 이 녀석을 보고 벙 찌는 주인공들의 모습을 보여 주며 알리바이를 만드는데, 어쨌거나 이 양반도 막판에 '그 놈도 알고 보면 좋은 놈이었어!' 테크를 타면서 꽤 폼나는 장면을 연출하시고 그런단 말이죠. 음. 참 난감했습니다. 하하.
(심지어 매우매우 화이트하셔서 더 의심스러운 그 분... ㅋㅋㅋㅋㅋ)
- 어쨌든 뭐.
재밌습니다. 정통 서부극 좋아하셔도 볼만 할 것이고, 동시에 잔혹 살벌한 크리쳐 호러 좋아하는 분들도 즐길만한 괴상한 조합의 영화인데 결과적으로 잘 만들었구요.
다만 후반에 가면 정말 육성으로 으어우ㅠㅓㄴ이러알아아앜 같은 소리를 내게 될 정도로 센 장면들도 몇 번 나오니 고어 내성 약하신 분들은 안 보시는 게 좋아요.
저 같은 경우엔 캐릭터와 배우들 매력에 멱살 잡혀 끝까지 집중해서 아주 잘 봤고 감독님 다른 작품들까지 검색해 볼만큼 재밌게 봤는데요.
다만... 그래도 여전히 궁금하네요. 감독님의 본의는 무엇이었을까요. ㅋㅋㅋ 뭐 그랬습니다.
(이 분 얘길 전혀 안 해서 짤이라도 하나 넣어 봅니다. 리처드 젠킨스. '셰이프 오브 워터'의 그 분이십니다. 여기서도 엄청 귀엽게 나오심. ㅋㅋㅋ)
+ '션 영과 데이빗 아퀘트가 카메오로 나온다!' 는 말씀을 전에 누가 해 주셨는데. 데이빗 아퀘트야 보시다시피입니다만. 션 영은 못 알아보고 넘어갔다가 영화 다 본 후에야 '누구였더라?'하고 돌이켜보니 애초에 납치당한 분 말곤 대사 있는 여자가 한 명 밖에 없었을 뿐이고... 그래서 사진을 찾아보니 풍채가 좋아 보이는 착시 의상(?)을 입고 계셨군요. ㅋㅋㅋ 전혀 몰랐어요. 하하;
++ 커트 러셀 영감님 오랜만에 뵙고 반가워서 차기작 뭐 없나... 찾아보니 고질라 실사 영화의 티비 시리즈 버전을 찍고 계시네요? 아들도 함께 나옵니다. ㅋㅋ
아. 그러고 보니 '고질라: 킹 오브 몬스터' 봐야 하는데 아직도 안 봤네요;;
+++ 스포일러 구간입니다.
그래서 보안관과 부보안관, 아내 납치당한 동네 카우보이와 '거기엔 내 책임도 있다'며 끼어든 멋쟁이 총잡이 아저씨로 구성된 4인팟 구조대는 정상 속도로는 5일 걸릴 길을 3일 안에 주파해야 한다는 부담을 안고 여정에 오르는데요. 일단 동네 카우보이가 문젭니다. 이 인간이 하필 며칠 전에 다리를 다쳐서 절대 안정을 취해야 할 상태인데 아내의 목숨이 걸리니 눈 뒤집혀서 박박 우겨 따라왔거든요. 그리고 그 와중에 멕시칸 강도들에게 말을 빼앗겨서 도보로 가야 하는 상황이 되니 더욱 더 환장할 일이구요.
어쨌든 이 파티의 목적은 인명 구출이니 '넌 알아서 따라오렴' 하고 나머지 셋이 열심히 달려가고, 결국 식인종의 본거지를 발견해서 조용히 접근을... 하려는 순간에 그냥 싹 다 털려 버립니다. 가장 먼저 손모가지 날아가고 화살이 몸에 박힌 멋쟁이 아저씨는 '내가 한 놈이라도 더 끌고 가겠다!'며 다이너마이트를 들고 비장하게 폼을 잡지만 한 놈도 더 끌고 가지 못하고 바로 개죽음 당하구요. 보안관과 부보안관은 일단 후퇴해서 다시 진입하자! 고 생각만 해보고는 또 곧바로 탈탈 털려서 다음 끼니감으로 끌려가 우리에 갇혀요. 그렇게라도 일단 들어가 보니 다행히도 납치당한 여자도, 꼬마 보안관도 살아 있긴 한데 잠시 후 꼬마 보안관은 구조대가 지켜보는 가운데 몸이 좌우로 절반이 잘려 나가는 해체 쇼(...)를 거쳐 그들의 맛난 끼니가 되구요. 보안관 콤비는 치료용으로 갖고 있던 아편 탄 술을 그들에게 마시게 만드는 꾀를 부리며 역전을 노려 보지만 그마저도 잘 안 되어 식사가 될 시간만 기다립니다.
그런데 그때, 뒤늦게 본거지 근처에 도착한 우리의 카우보이께서 운 좋게 자신을 덮치려던 식인종 둘을 처리하는데. 이때 이들의 목에 박힌 이상한 뼈를 발견하고 두뇌 풀가동 하여 '아 이걸로 소리를 내서 얘들이 신호를 주고 받는구나' 라는 걸 깨닫죠. 그래서 그것을 적출(...)해 낸 후에 들고 다니며 식인종을 유인해내서 두셋 더 해결. 그러고 그들의 본거지에 침입하는데, (중간 생략) 그때가 마침 우리 보안관님이 다음 끼니가 되려는 찰나였습니다. 갑툭튀 카우보이에 당황한 식인종 하나는 총에 맞아 죽고, 다른 하나는 이미 반죽음이 된 보안관님의 활약으로 머리통이 잘려 날아가요. 하지만 그러고 머릿수를 세어 보니 아직 세 놈이 더 남아 있을 뿐이고.
결국 보안관님은 '난 이미 글렀으니 거기 그 총이나 주고 얼른 가라.'며 부보안관과 카우보이 부부를 보내구요. 그렇게 셋이 헐레벌떡 식인종 본거지를 벗어나 걸어가는 중에, 본거지 쪽에서 탕! 탕!탕!! 하고 세 발의 총소리가 들립니다. 그리고 오랜 세월 그와 함께했던 부보안관 할배의 옅은 미소를 보여주며 영화는 막을 내려요.
2023.09.04 01:06
2023.09.04 15:06
저도 뭐 이 시대에 커트 러셀이 주연인 극장용 영화라고? 감독도 난생 처음 들어보는데?? 하고 아이디어로 승부하는 허술한 극저예산 장르물 생각하고 틀었다가 내내 당황했어요. ㅋㅋ 말씀대로 캐스팅도 강력하고 전체적으로 단단한 만듦새에다가 때깔도 전혀 부족함이 없더라구요.
생각해보면 그 독특한 템포와 톤 조절은 결국 감독이 캐릭터들 중시하는 진지한 이야기를 만들고 싶었고 이걸 보는 사람들도 그 의도에 맞게 감상해주길 바랐던 게 아닌가 싶기도 하구요. 저도 DOOM님처럼 중반쯤 되면 막 몰아치는 살벌 액션이 나올 거라 기대했는데, 그렇게 전개가 되었다면 아무래도 주인공들의 드라마는 좀 가벼워졌겠죠. 영화도 액션 즐기러 보는 B급 무비 느낌이 낭낭해졌을 거구요.
근데 또 그 와중에 드라마 파트도, 호러 파트도 다 괜찮고 그게 어울림도 좋으니 여러모로 감독님이 능력자 맞으신 것 같습니다. ㅋㅋㅋ
+ 맞아요. 처음엔 뭐야 이 주책맞은 영감은... 했는데 가면 갈수록 어찌나 귀여우시든지. ㅋㅋ 그리고 조금 다른 얘기지만 영화가 초반에 이 구조대원들 모두에게 사망 플래그를 찍어줘 버려서 더 긴장하며 보기도 했습니다. 초반 캐릭터 소개 장면을 보면 다 그냥 이런 이야기에선 어지간하면 죽어야 할 양반들이라 누가 죽어도 이상하지 않더라구요. 하하.
2023.09.04 04:08
숀 영이나 데이빗 아퀘트 만큼의 유명 배우는 아니지만 커트 러셀의 부인으로 잠깐 나온 사람은 캐스린 모리스라는 배우.... 미드 '콜드 케이스'의 주인공 릴리 형사님이 대표작인데 살인 미소로 한국팬들도 꽤 있었어요 ㅎㅎㅎ
2023.09.04 15:07
으아니 저 그 분 아는데요! 콜드 케이스 한창 인기일 때 듀게에도 몇 번 사진이랑 소개 글 올라와서 와 정말 예쁘시구나... 하고 기억해두고 있었는데. 그 분이 그 분인 줄을 전혀 몰랐습니다. ㅋㅋ 그래서 이제사 찾아보니 애초에 저보다 나이도 한참 많은 분이셨군요. 세월... ㅠㅜ
2023.09.04 11:37
2023.09.04 17:36
와, 감독님 팬이 계셨다니. 그것도 oldies님이라니 놀랍고 반갑습니다. ㅋㅋㅋ
그러게요. 검색해보니 작가로 인정받는단 얘기가 있던데 정작 imdb에 등록된, 그러니까 영화로 만들어져 나온 작품이 별로 없어서 이건 뭔가... 했더니 그런 사연이 있었군요. 팔리긴 족족 팔리는데 완성작으로 만들어져 나오는 일이 드물다니 작가 입장에선 복장 터지기도 하겠어요. 근데 또 그렇다고 직접 메가폰 들고 만든 영화가 이 정도 훌륭한 완성도인 것도 흔한 경우는 아닌 것 같아 신기하구요.
이걸 재밌게 봐서 말씀하신 차기작도 찾아봤는데, '창살 속의 혈투'라는 제목까지 붙여서 국내 수입되고 vod도 있는 모양인데 일단 OTT에 올라 있는 곳은 없나 보네요. 이것도 재밌을 것 같아 보고는 싶은데... 일단 기억만 해두겠습니다. ㅋㅋ 그리고 '콘크리트를...' 의 경우에도 먼저 나온 두 편 만큼은 아니어도 비평적으론 괜찮았던 것 같은데. 두 시간 반짜리 사회물이라니 흥행은 망할만도 한 것 같구요. 멜 깁슨을 주연으로 쓴 것도 뭔가 영향을 주긴 했을 것 같네요. 불쌍한 멜 깁슨...;
뭔가 우익스런 냄새를 풍기는 것도, 그걸 대사 빨로 철저하게 쉴드 쳐 놓는 것도 이 양반 스타일이라니 뒷걸음질 치다가 얻어 걸렸군요. 하하; 솔직히 사람이 좀 정직하지 못하단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만. 말씀대로 그런 요소가 영화 자체의 완성도를 말아먹는 일은 없다니 그것도 정말 재주구나 싶구요. 이런 능력자라면 헐리웃이 기회를 좀 더 줘 보는 게 좋지 않을까 싶은데. 그거야 일개 관객 입장이고 장사하는 분들에겐 또 그 양반들 입장이 있는 거겠죠... 하다 못해 넷플릭스라도 어떻게 좀 안 되려나요.
암튼 언제나처럼 초고퀄의 친절한 댓글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2023.09.05 11:49
소개해 주셔서 잘 봤습니다.
덕분에 어제 잠들 때 주문을 외우면서 씨름을 했습니다. '별 거 아니다. 문명사회에서도 거열형이 행해졌다. 딴 생각하자. 날씨 이제는 안 덥겠지. 그 감독 왜 그래. 아니 딴 생각...'
왜 이번에는 로이배티 님 후기를 안 읽고 그냥 '재밌게 보신 듯'이라는 정보만 머리에 담았는지...게다가 고품질 댓글까지...게다가 왓챠 구독 중이고... 발빠르게 보고 말았어요. 좋은 점, 싫은 점 나누어 쓰려다가 그냥 댓글만 답니다.
이 영화의 한 수는 남편카우보이의 다리 부상이었습니다. 영화의 절정 부분에서 극적 장치로 필수이기도 했고 추적하는 서부영화에서 색다른 재미(?)를 주는 장치로도 훌륭했던 거 같아요. 더구나 '사랑(문명)을 지키는 불굴의 사나이 의지'를 보여 주는 주제까지 살려먹는...이래저래 신의 한 수였네요.
본문과 댓글에서 언급하신 내용들 잘 읽었어요. 지적한 내용 중에 감독 의도의 의심스러운 부분에 대한 내용에 동의하면서 저는 좀 많이 의심스러운 쪽임을, 재미가 이런 의심을 이기지 못 한다는 생각도 해 봅니다. 노약자는 꼭 피하시길 덧붙이며...
2023.09.05 20:36
아이고 이런 비극이... thoma님 취향과는 아주 많이 어긋날 영화였는데요. 하하.
실례지만 주무시면서 외우셨다는 주문이 너무 귀여우십니다. ㅠㅜ 어서 머릿 속에서 그 장면들(?) 떨쳐 버리시길 빌구요.
맞아요. 정말 패트릭 윌슨 다리 다친 설정이 별 거 아닌 것 같으면서 영화 속에서 내내 되게 중요하게 작용한 것 같았어요. 의심스러운 양반이긴 해도 어쨌든 각본&감독님이 능력자인 건 맞구나 싶었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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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는 비슷한 뒤통수 때리기 (...) 영화인 <황혼에서 새벽까지>보다 훨씬 당혹스러웠던 영화입니다. 일단, 감상 전부터 수상한 점 투성이에요. 마이너하기 짝이 없는 장르 혼합물인데 캐스팅은 엄청나게 좋고, 감독은 아예 무명이고, <본 토마호크>라는 제목과 TV 영화 느낌의 포스터에서 오는 쌈마이함과는 별개로 평단에서 대호평을 받았다는 점이 하나같이 괴상하기 짝이 없었습니다.
영화를 다 본 뒤에는... 오히려 더 혼란해지더군요. 그러니까, 보통 식인종이 나오는 공포영화라면 관객이 기대하는 바가 정해져 있기 마련이잖아요? 저도 그쪽을 기대하며 봤고, 극초반에 전형적인 B급 고어 연출이 나올 땐 '아, 역시 이런 톤이구나'라고 지레짐작하며 봤습니다. 그런데, 그 이후로 식인종은 한 시간 넘게 코빼기도 안 비치더라고요? 말씀하신 것처럼 주연 4인방을 중심으로 느릿하게 드라마가 진행되는데, 기대했던 것에 비해 전개가 좀 심심하다 싶었지만 어쨌든 재밌게 잘 보고 있었습니다.
이런 영화의 톤에 적응될 즈음, 마지막 30분이 펼쳐지죠. 점잖게 정극 풍으로 진행되던 영화가, 본인이 언제 그랬냐는 듯 갑자기 (극초반의 태도로 돌아와) 미친 듯이 날뛰기 시작하는데, 이게 후반부의 '그 장면'과 맞물리면서 엄청난 충격을 주더라고요.
<황혼에서 새벽까지>는 영화 중반부를 기점으로 톤이 아예 달라지죠. 감독이 대놓고 막 나가니까, 오히려 정신줄 놓고 보게 되는 면이 있습니다. 그런데, 본작의 경우 점잖은 면 (서부극 풍) 과 난폭한 면이 (호러 풍) 시종일관 특유의 톤 - 답답스러울만치 느릿느릿하지만 이상하게 긴장감은 유지되는 - 으로 일관성 있게 이어진다는 점이 인상 깊었습니다. 마치 전혀 안 어울리는 두 재료를 기묘한 소스로 배합해 잘 버무려놓은 느낌이었어요. 호러 영화 팬은 영화가 뭐 이리 정적이냐고, 반대로 정극 영화 팬은 영화가 뭐 이리 난폭하냐고 양쪽에서 (...) 비난할 수도 있는 시도였지만, 어쨌든 끝까지 자기 스타일로 밀어붙인 감독의 뚝심이 대단하게 느껴졌습니다.
+ 리처드 젠킨스 캐릭터는 정말 귀엽지 않나요? 후반부 서스펜스의 대부분은 이 캐릭터의 생사에 달려 있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습니다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