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2.20 00:24
듀게 유저 여러분들! 여러분들께 이런 말씀을 드리게 된 것은 영광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 위기의 시점을 맞은 듀게 지박령에게는 엄숙한 사명이기도 합니다. 여러분들이 그 동안 게시판에서 보고 겪은 여러 가지 사건 때문에 당혹해 하거나 매우 불쾌해 하신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충분히 이해합니다. 그렇지만 지금 이 순간부터는 모든 선입감이나 편견들을 떨쳐버리고 오직 한 가지 사실만을 직시해 주시기 바랍니다. 우리 유저들은, 아니 이 게시판은 지금 절대절명의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언젠가 저는 오래된 책에서 이런 구절을 본 적이 있습니다. 백 년도 더 된 글이지요. [불가능하다거나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일들을 진지하게 생각하라]. 지금 우리들이 취해야 할 태도는 바로 이것입니다. 주저하거나 회피하지 말고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우리의 감정이 논리를 외면해서는 안됩니다. 오히려 논리가 우리들의 감정을 누르도록 해야 합니다!
상황은 매우 비관적이지만, 희망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닙니다. 방법이 있다는 것은 사실입니다. 우리는 듀게를 멸망으로 이끄는 폭력적 게시물들을 처리할 방법을 발견한 것입니다. 적어도 그들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할 수는 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만 된다면, 이 사그라들어가는 듀게의 생명을 조금 더 연장하는 것도 불가능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이제 얼마 남지 않은 짧은 시간동안 우리가 스스로의 힘으로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습니다. 게시판 관리와 유저 강퇴 업무에 염증을 느끼신 Djuna님께서 이 게시판을 내다 버리신 건 이미 지금부터 5년도 전의 일입니다. 그 동안 우리는 스스로 이룩한 게시판 매너 수준이면 강퇴 없이도 마음대로 게시판을 자정하며 생활할 수 있을 것처럼 자만해 왔지만, 사실 우리가 가진 어떤 수단과 방법을 다 동원해도 이 파국을 막을 수는 없었습니다. 우리는 강퇴 없이 게시판 막말러들의 행동을 단 1밀리미터도 변화시킬 수 없습니다.
그러나 한 가닥 희망은 있습니다. 우리가 21세기 초 무렵에 처음으로 [그것]의 존재를 알게 되었습니다. 그것이 게시판의 불쾌한 분위기를 희석시킬 수 있다는 것은 틀림없습니다. 아마 여러분들 중에도 그 일을 기억하시는 분이 있을 겁니다. 처음에 듀게 유저들이 게시판에서 순수한 바이트 낭비만을 위해 존재하는 글의 존재를 발견했을 때 맨 먼저 보인 반응은 놀라움을 지나쳐 오히려 불신과 회의감이었다는 사실을. 물론 아직까지도 우리는 [그것]이 무슨 목적으로 게시판에 나타났는지는 모릅니다. 그러나 그것의 존재 자체가 우리에게 의미하는 바는 아주 명백합니다. 우리는 별다른 노력도 없이 게시판 페이지를 넘길 수 있는 존재와 더불어서 이 게시판에 함께 살고 있는 것입니다. 일단 이것을 활용해 보기로 결정한다면, 단지 수많은(?) 게시글들 중 하나인 막말, 폭언 게시물 하나쯤 다른 페이지로 넘겨 묻어버리는 것은 애들 장난이나 마찬가지일 겁니다……. 아, 제가 애들 장난이라고 그랬나요? 그렇지요, 글자 그대로입니다!
[그것]을 발견하고 난 뒤 게시판을 휩쓸었던 격렬한 논쟁을 다들 기억하실 겁니다. 가장 첨예한 주제는 우리가 [그것]을 인정해야 하는가, 아니면 그런 무의미한 게시물들을 게시판에 존재하지 못 하도록 해야 하는가 하는 것이었지요. 물론 여러 가지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것]의 범람이 우리에게 위험한 존재가 될 가능성도 얼마든지 있습니다. 아무리 우리가 그들로부터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고 할지라도, 위험한 가능성을 결코 무시할 수는 없는 것이지요. 그러나 이제 위기에 선 우리는 아무 것도 잃을 것이 없습니다. 그리고 얻는다면 모든 것을 얻게 되는 겁니다.
그리고……그 동안 제대로 대화가 이루어지지 않았던 부분을 또 한 가지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우리는 게시판 막말러들에게 경고나 충고를 보낼 수는 있습니다. 그 댓가로 막말 세례를 받게 되더라도 말입니다. 그러나 애초에 그 분들의 멘탈은 정상으로부터 7천 광년 이상이나 떨어져 있습니다. 요행히 그들이 응답한다고 할지라도 우리가 그런 답을 들으려면 자그마치 1천4백개 이상의 지적은 보내야 할 겁니다. 이런 방법으로는 결코 게시판 유저들의 이탈을 막을 수 없고 결국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습니다.
사실 [그것]이 정말로 게시판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는 우리도 아직 모르지만, 적어도 시도는 해 볼 수 있습니다. 우리는 우리의 위기를 알리는 울부짖음을 온 게시판에 퍼뜨리는 겁니다. 그 비명소리는 울리는 즉시 1페이지에 퍼져나갈 겁니다. 그리고 나면 분명 이전 글은 다음 페이지로 넘어가겠지요.
그렇게 빠른 페이지 넘김을 발생시킬 수 있는 방법은 단 한 가지입니다. 정성들여 쓴 글이 가장 바람직하긴하겠지만 그것으로는 부족합니다. 유저 수가 부족해진 듀게에서 정성들여 쓰는 글이란 모여봐야 하루에 한 페이지를 넘기기에도 벅찹니다. 우리의 구원요청은 그보다 적어도 두어 배 이상의 물량까지 도달해야 합니다. 우리는 단 하나의 방법을 통해서만 그처럼 빠르게 페이지를 넘길 수 있는 리젠률을 이끌어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필요한 것은, 바로 여러분들의 협조입니다. 수많은 개개인들이 동시에 감정을 일치시켜야 합니다. 기술적인 문제는 없습니다. 이미 21세기 초부터 사용해오던 스마트폰, 월급 도둑질용 사무실 컴퓨터들을 활용하면 언제 어디서나 글 송신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개개인이 사용하게 될 장비는 이미 모두들 갖고 계시고 그 사용법 역시 모두들 알고 계십니다. 정말로 필요한 것은 여러분들의 심리적인 준비입니다. 오히려 그 준비가 더 어려울 것입니다.
따라서 저는 여러분들께 당부합니다. 이 글이 게시판에 올라가면 분명히 많은 사람들이 어이 없어하고, 일부는 혀를 찰지도 모릅니다. 협조를 거부하는 사람들도 많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우리가 처한 상황을 냉정하게 직시한다면, 누구든지 결코 반발할 수 없을 것입니다. 우리는 사람들의 부정적인 반응을 충분히 예상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인간의 본능이나 마찬가지니까요.
듀게는 지금 절대절명의 위기에 봉착해 있습니다. 이러한 때에, 그 동안 듀게의 생존을 가능하게 했던 우리의 본능 한 가지를 다 같이 이끌어내자는 것이 과연 터무니없는 일일까요? 유저들 스스로가 서로의 갈등으로 지금처럼 어려운 시기를 맞았던 과거 어느 시대에, 한 잉여는 이런 말을 남겼습니다. 바로 오늘 제가 여러분께 말씀드리려는, 우리들의 생존을 보장해 줄 방법입니다.
[우리는 뻘글을 올려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멸망한다.]
- 아서 C. 클라크 경에게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2019.12.20 00:28
2019.12.20 00:46
따뜻한 댓글 감사합니다. ㅠㅜ
참 썰렁한 드립이라는 걸 알면서도 시국이 하 답답하여 그만...;
2019.12.20 00:50
2019.12.20 09:39
투쟁!!! (음?;;)
2019.12.20 00:57
2019.12.20 01:32
날카로운 지적이십니다. ^^
뻘글러 양성에 가장 필요한 게 무플 방지 위원의 활동이죠!!
2019.12.20 09:40
요즘 키드님의 눈부신 활약은 잘 보고 있습니다. ㅋㅋㅋ
2019.12.20 14:04
2019.12.20 01:49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일단 폰트에서 빵 터졌습니다. 궁서까지는 힘들었던 것인가요?
이 뻘글은 마땅히 공지글이 되어야 합니다!!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2019.12.20 09:41
궁서체는 가독성이 너무 떨어져서 잘 안 쓰고 있습니다. 사실 지금 폰트도 만만치 않지만 ㅋㅋ
그리고 pc버전이랑 모바일 버전은 또 폰트가 다르게 보이네요. 엄...
2019.12.20 05:16
첫줄부터 빵터졌지만, 사실 듀나게시판이 없어진다면 정말 그 쓸쓸함이란 말할수없이 클것 같아요. 사실 주인장이 내다버린 게시판이라 황폐한 느낌이 있긴해도, 뭔가 무너진 고성의 오래된 정원같이 특별한 느낌이 있는 곳이니까요.
2019.12.20 09:42
따져보니 제가 이 게시판을 찾아온지 20년째더라구요. 거의 인생의 절반 가까이를 함께한 곳이라 망하더라도 사라지진 말았으면 좋겠고, 되도록이면 망하지도 않았으면 좋겠다는 게 솔직한 생각입니다. ㅠㅜ
2019.12.20 06:17
이런 은혜로운 게시물 올리신 로이베티님 복받으실 거에요~
2019.12.20 09:43
다시 한 번 아서 C. 클라크경에게 사과를... ㅋㅋㅋ 축복 감사드립니다. (_ _)
2019.12.20 08:58
2019.12.20 09:44
추천 기능이 생기면 기꺼이 듀게의 따봉충이 되고 싶습니다. ㅋㅋㅋ
2019.12.20 09:08
그래서 뻘글을 나름 꾸준히 올리고 있는데 부족하단 말씀입니까!!!!
사실,,,,게시판 글 수가 많아졌으면 하는 바램은 늘 있지만 내 글을 쓰기에는 점점 줄어드는 글 중에서 내 글이
너무 도드라지는 것 같아 부담스러운게 사실입니다. 듀게가 하루에 몇 페이지씩 넘어가서 읽기도 버거운 시절에는
어떤 어그로를 끄는 사람이 있든 엄청난 글들 속에 묻힐 수가 있기도 했죠.
결론은,,,, 뻘글을 지금 구상 중이지 말입니다.
2019.12.20 09:45
저도 첫 페이지에 제 닉네임이 세 개씩 보이고 그러면 상당히 부담스럽습니다. ㅋㅋㅋㅋ 함께 힘내 보아요.
2019.12.20 09:42
감동적입니다...!
이렇게 된 이상... 잉여력을 총동원해야겠네요 허허허
2019.12.20 09:47
"오늘 점심에 뭐 먹을까요" 라든가 "날씨가 제 취향이 아니네요"와 같은 일상형 뻘글도 환영합니다!!
2019.12.20 09:54
정상으로부터 7천 광년 ㅋㅋㅋㅋㅋㅋㅋ
2019.12.20 11:08
좀 더 멀리 잡고 싶었지만 원전에 충실했습니다. ㅋㅋㅋ
2019.12.20 11:38
2019.12.21 12:11
2019.12.20 14:14
2019.12.21 12:11
2019.12.20 15:02
농담같아 보이지만 실제로 매우 효과가 있는 방법입니다. 그나저나 글쓴분 센스가 아주 장난이 아니시라는ㅋㅋㅋ
이런 맛에 아직 이곳을 끊지못하는고 있습니다.ㅋㅋㅋ
2019.12.21 12:13
2019.12.20 15:55
저도 나름 의식적으로 뻘글 쓰려는 편입니다 ㅋㅋㅋㅋ
2019.12.21 12:14
2019.12.20 23:01
2019.12.21 12:14
2019.12.23 09:31
늘, 항상, 팬입니다. 유머감각은 재능이자 노력이고, 배려가 확실하군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덕분에 웃었어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