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2.16 21:32
1966년 르망 24의 우승자인 #2 포드 GT40 Mk-II. 1번 차량의 켄 마일스가 마지막 랩에서 의도적으로 속도를 줄이며 포드 1,2,3 피니시를 나란히 하는 진기한 장면을 만들었지만, 이 때문에 같이 들어왔던 팀 동료 브루스 맥라렌에게 우승을 빼앗기는 황당한 사건이 발생한 건 사실입니다. 다만, 이게 부사장 비비의 음모로 그려졌던 영화와 달리 셸비도 이 계획에 찬성했고(나중에 마일스가 우승을 뺐길 줄은 몰랐고, 이 결정을 후회한다고 하긴 했습니다), 마일스도 별 불만이 없었다고 합니다. 자신이 아닌 2번 차량의 맥라렌이 우승했다는 걸 알고 황당해하긴 했지만 나중에 그래도 포드는 자신에게 항상 잘해줬다며 대인배스러운 모습을 보이기도. 그리고 마일스가 비비에게 밉보여 혼자 르망에 가지 못했던 영화와는 달리 켄 마일스는 1965년 르망 대회에도 참가해서 멕라렌과 함께 달렸고, 기어박스 고장으로 초반 리타이어했습니다. 마일스가 머스탱을 까서 비비가 탐탁찮아하긴 했지만, 영화처럼 대놓고 사이가 나쁘진 않았다고.
포드의 라일벌로 등장한 페라리의 SPA 330 P3(...이어야 하는데 사진은 P4 >_<;;). 65년 르망 대회에 2대 출전했지만, 모두 리타이어하고 말았습니다. 이후에도 포드가 66년~69년까지 르망 24를 4연패하며 페라리를 이기겠다는 목표를 확실히 달성했죠. 절치부심한 페라리가 67년 선보인 SPA 330 P4는 르망 타이틀을 탈환하는데는 실패했지만(2위), 미국을 대표하는 내구레이스 대회은 데이토나 24에서 우승하며 체면치레를 했습니다(412P와 함께 페라리의 1,2,3 피니시). 미국 회사인 포드가 유럽을 대표하는 르망 24를 차지하고, 유럽 회사인 페라리가 미국을 대표하는 데이토나 24를 차지하는 진풍경이 벌어졌던 해. 영화에서 마일스와 셸비가 주고받던 대화처럼, 페라리는 다소 투박하게 생긴 포드 GT40에 비해 정말 섹시하게 잘 빠졌습니다.
마지막은 영화에 자주 등장했던 셸비 코브라 AC. 심장이상으로 레이서에서 은퇴한 캐롤 셸비가 만든 자동차입니다. 만들게 된 과정이 좀 웃겨요. 코브라의 섀시는 영국의 Ace라는 회사에서 만든건데, 섀시는 가볍고 진보적이었지만 엔진 성능이 형편없었습니다. 셸비는 이 차량에 미국제 대배기량 V8 엔진을 얹으면 좋겠다 싶었지만 돈이 없었죠. 하지만 포기하지 않은 셸비는 봉이 김선달 수준의 사기 행각을 벌이는데, Ace를 찾아가서는 자신이 포드와 계약해서 고성능 엔진을 잔뜩 가지고 있다며 차량 섀시를 먼저 넘기라고 했고, 섀시를 받은 후 이번에는 포드를 찾아가서 포드 엔진을 얹을만한 끝내주는 차량을 찾았다며 계약을 제의합니다 =_=;; 1,000kg이 되지 않는 초경량 차체에 무지막지한 출력의 V8 엔진을 얹었으니(레이싱 버전은 지금 기준으로도 굉장한 수준인 490마력;;) 차가 미쳐날뛰는 건 당연했고, 그 성능에 감탄한 포드는 계약 체결. 이제 차만 잘 팔리면 그 돈으로 양쪽에 대금을 지불하면 되니 아무 문제 없는 거였지만, 문제는 셸비 생각만큼 차가 잘 팔리지 않았다는 것이죠 =_=;; 게다가 영국에서 넘어온 섀시에 포드 엔진을 얹고 껍데기를 씌우는 모든 과정이 수작업으로 이루어지다보니 생산성도 극악. 영화에서 셸비가 같은 차량을 3명에게 팔아먹는다든가, 포드 임원이 왔다는 말에 기겁을 하다가 부품값 받으러 온 거 아니란 말에 안심하는 모습은 이 때문입니다. 나중에 포드에선 엔진 공급 재계약을 맺지 않았고, 셸비 코브라 AC는 1,100여 대만 생산된 후 단종되었습니다.
현재에는 희소성 + 끝내주는 외양 + 당대를 앞서간 미친 성능(마력이나 0-60mph는 지금 기준으로도 부족함이 없습니다.) 덕분에 미국인에게 가장 사랑 받는 전설의 레전드 차량으로 꼽힙니다.
...시간이 늦었으니 대충 마무리.. >_<;; 글 읽어주셔서 감사 & 좋은 밤 되세요 >3<) /
2019.12.16 21:49
2019.12.16 23:05
아이들하고 가서 보기에 썩 재미있진 않아요. >_<;; 레이싱 장면들도 장면 장면의 퀄리티는 높지만 토막 토막입니다. 아니, 이야기 자체가 뭔가 기승전결이라기보다 시간의 흐름속 토막 토막들을 대충 이어놓은 것 같아요. 아마 저도 요즘 레이싱 게임하느라고 레이싱에 관심 갖지 않았다면 그닥 재미있게 보진 않았을 겁니다;;
2019.12.17 00:30
2019.12.16 22:17
이 글을 읽고 나니 영화도 보고 싶어지네요 ㅎ
2019.12.16 23:08
인터넷에서 르망 24시에 대해 알아보시고 가면 한결 더 재미있게 즐기실 수 있을 거에요.
2019.12.17 03:27
시동키를 왼손으로 재빨리 꽂아 돌리려면 왼손을 잘 써야 하겠군요.. 저라면 더듬거리다가 시간 다 갔을 것 같네요.ㅎㅎ
2019.12.17 17:46
저는 이미 차까지 달려가는데서 꼴찌 예약 >_<;;;
2019.12.17 09:47
저도 이 영화 보고 글 쓰다가 영화관에서 슬슬 내리면서 타이밍을 놓쳤네요ㅎㅎㅎ
무조건 크고 사운드 좋은 곳에서 봐야하는 영화인 것 같습니다
켄 마일스에게서 1위를 뺏어간 맥라렌이 F1의 "그" 맥라렌이라니 재밌었어요ㅎ 영화보고 찾아보니 당시 결승점 통과하는 사진으로 말이 많더군요. 멕라렌이 살짝 앞서보이던데 막판에 맥라렌이 욕심을 부려서 속도를 냈다, 켄 마일스가 빈정상해서 속도를 확 늦췄다, 사진은 결승점 통과한 이후고 실제로는 영화처럼 같이 들어왔다 등등등ㅎ
제임스맨골드에게 연출이 넘어오기 전에 마이클만이나 조셉코신스키 이야기도 나왔던 것 같은데 그 둘의 버전도 궁금하긴 합니다ㅎ 특히나 마이클만이 만들었으면 좀더 거칠고 감성적인 영화로 만들지 않았으려나 하는 생각도 들고요ㅎ 전 제임스맨골드의 연출도 좋긴 했습니다.
톰크루즈가 캐롤쉘비 역으로 거론되었었던 것 같은데, 크루즈 였다면 맷데이먼때문에 이 영화 안보시는 분들도 봤겠죠ㅠ
영화는 일관되게 포드를 위시한 미국자본주의에 대해 조롱하고 장인정신(?)이 가득한 페라리를 추켜세우는 뉘앙스던데,
실제로는 막판 르망24 경기때만 해도 오히려 포드2세가 자리를 지켰고 페라리 회장은 경기장에 없었다고 하죠ㅎ
2019.12.17 18:30
헨리 포드 2세에겐 정말 회사의 자존심이 걸린 한판 승부였으니까요. 영화에선 셸비와 마일스 둘이 뚝딱해서 만든 것처럼 나오지만 GT40은 최초로 컴퓨터를 활용해 설계한 차량이기도 하고 정말 포드의 역량이 총동원된 녀석이었죠. 그리고 헨리 포드 2세는 그 해 르망에서 출발기를 흔든 사람이라(굉장히 영예로운 역할로 간주되죠), 대외적인 이미지 때문에라도 경기가 끝나기 전 떠나기 어려웠을 겁니다. 저는 마이클 만 버전이 무산되어 무척 아쉬웠어요. 뭔가 좀 더 피를 끓게 만드는감성의 영화가 나왔을 것 같은 느낌...
2019.12.17 11:23
저도 영화 보면서 포드 GT 40보다 페라리 330 P3이 훨씬 멋있다고 생각했어요ㅋㅋ 포르자 호라이즌 4도 해보고 싶네요. 디테일한 글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2019.12.17 18:38
포드 GT 40... 그 중에서도 66년 투입된 Mk-II 말고 프로토 타입의 모습은 유려한 곡선이 주를 이루었던 60년대 레이스카들 사이에서 홀로 직선적이고 담백한 디자인이라 튀어보일 정도죠. 포르자 호라이즌 4는 정말 제 인생 최고의 레이스 게임이에요 :D 전설의 클래식 레이스카에서 최신 컨셉트카을 아우르는, 1,000대 가까이 되는 어마무시한 차량 로스터도 끝내주고, 적당히 아케이드스러운 난이도도 좋습니다. 정말로 라 사르트 트랙을 달리려면 본가인 포르자 모터스포츠로 가야 하지만, 트랙 레이싱은 너무 빡세요...=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