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일러] 노팅힐

2019.11.28 19:06

겨자 조회 수:1019

예전에 누가 그런 글을 썼더군요. '타이타닉'을 처음 봤을 때는 부잣집 딸이 거렁뱅이에게 빠진다는 스토리가 말이 되느냐 하고 생각했는데, 다시 보니까 이건 한 소녀가 여행을 떠났다가 천사를 만난 이야기라고. 왜냐하면 상대가 전성기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거든요. 


처음 '노팅힐'을 봤을 때는 이런 황당한 이야기가 있나 하고 생각했지요. 헐리웃 스타가 안팔리는 서점 주인과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죠. 그런데 다시 보니 여러가지로 이해가 되요. 왜냐하면 상대가 휴 그랜트예요. 물론 작중에서 '한 때는 잘생겼는데 지금은 얼굴이 둥글어졌다. 앞으로는 삭을 일만 남았다'는 평가를 받긴 하지요. 의상 선정한 사람이 휴 그랜트의 매력을 잘 알고 있어요. 휴 그랜트의 눈동자 색에 맞춰서 파란색 스웨터를 입힌다든가, 핑크색 셔츠를 입히고 단추를 두세개 풀게 한다든가 한 설정이 그렇네요. 파란색 스웨터 사진은 아래 링크에 있습니다. 일단 보면 '의상 디자이너가 관객들의 심장을 노렸군'하고 생각하게 됩니다. 


http://blog.naver.com/PostView.nhn?blogId=cine_play&logNo=221092304735&categoryNo=0&parentCategoryNo=0&viewDate=&currentPage=1&postListTopCurrentPage=1&from=postView


휴 그랜트가 연기를 못한다는 말이 있는데 그건 그렇지 않아요. 이 사람은 최소한의 노력으로 연기를 합니다. 엄청나게 열심히 하는 건 아니지만 못하진 않아요. 예를 들어 노팅힐 막판에 여 주인공 애나 스콧과 같이 레드 카펫을 밟는 장면이 있죠. 여기서 이 사람은 헐리웃 스타이면서도 마치 레드 카펫을 처음 밟아보는 사람 같은 연기를 해요. 또한 출중한 외모를 갖고 있으면서도 마치 아무것도 아닌 런던의 정물 같은 연기를 하죠. 이 사람의 'A very English Scandal'을 봐도 연기를 못한다는 말은 결코 할 수 없겠죠. (시기적으로 차이가 나기는 하지만)


휴 그랜트의 인터뷰를 좀 찾아보니, 휴 그랜트는 이 영화의 플롯은 있을 법한 일이다 라는 뉘앙스를 풍기고 있어요. '자기가 말할 수 없는 어느 누군가'와 대본 작가가 만났는데... 뭐 이런 이야기를 흘립니다. 알고보니 이 영화의 작가이자 '네 번의 결혼식 한 번의 장례식'의 감독이었던 리처드 커티스는 에마 프로이드라는 유명인과 결혼했군요. 지그문드 프로이드의 증손녀네요. 


애나 스콧은 왜 윌리엄 대커를 선택했을까요? 윌리엄은 황당한 상황에서 상식적인 반응을 보여주는 인간이죠. 애나의 남자친구가 팁을 던져주며 무례하게 쓰레기통을 맡길 때에도 젠틀하게 상황을 수습해요. (물론 이 상식적인 인간은 휴 그랜트의 얼굴을 하고 있습니다) 줄리아 로버츠는 이 영화에서 제가 아는 여배우와 꼭같은 표정들을 짓습니다. 영업용 표정이예요. 같이 사진 찍자고 하는 사람들 앞에서 웃어주는 모습, 오버해서 달려드는 사람들을 부드럽게 떨쳐내는 모습. 죽어간 여배우들이 생각 났어요.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30776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9855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60108
110623 영화 결혼이야기 짤막한 잡담(스포 있음) 예정수 2019.12.06 679
110622 오늘의 편지지와 봉투 (스압) [1] 스누피커피 2019.12.06 275
110621 내가 판사 생활을 스물일곱에 시작했다 [3] 도야지 2019.12.06 1057
110620 "더 크라운" 짧은 잡담(스포주의!) [16] 산호초2010 2019.12.06 826
110619 나이브스 아웃 재미있게 봤습니다 [4] 부기우기 2019.12.06 692
110618 이런저런 일기...(배팅과 챌린지의 차이) [2] 안유미 2019.12.06 468
110617 [넷플릭스바낭] 또 영국제 스릴러, '마르첼라' 시즌1을 봤습니다 [2] 로이배티 2019.12.06 2916
110616 모바일에 뜨는 어린이재단 광고사진들 마음 아픔 이정재 광고 노래 [1] 가끔영화 2019.12.05 487
110615 부풀려진 검찰개혁 [9] Joseph 2019.12.05 1049
110614 [인터뷰] 위정현 교수 "타다 막는 정부·여당 시대착오적.. 총선말고 국가 미래 봐야" [13] Joseph 2019.12.05 1024
110613 오늘의 편지지 세트와 스티커 (스압) [3] 스누피커피 2019.12.05 316
110612 청와대 - 검찰! 받아라 결전병기!! [18] 도야지 2019.12.05 1247
110611 독재정권들도 문제가 생기면 대응하는 시늉이라도 했는데 [1] 도야지 2019.12.05 687
110610 보스턴 심포니 공연을 둘 중 어느 것으로 고를까 고민되네요 [2] 낭랑 2019.12.05 462
110609 2019 New York Film Critics Circle Award Winners [3] 조성용 2019.12.05 531
110608 근황 [10] 칼리토 2019.12.05 854
110607 <나>의 한계? [4] 어디로갈까 2019.12.05 695
110606 봉준호 감독님이 보면서 세 번 울었다는, 올해 본 최고의 외국영화로 꼽은 영화는? [4] crumley 2019.12.05 1427
110605 '윤희에게' 보신 분? [6] 가을+방학 2019.12.04 924
110604 조국 좀 그만 괴롭히십시오 휴먼명조 2019.12.04 593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