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2.26 21:36
[존 윅: 리로드]는 전편인 [존 윅]과 많이 비슷하지만 개가 안 죽는 영화입니다. 죽었을까봐 걱정하게 되는 장면이 하나 있는데,
안 죽습니다. 그러니까 신경 쓰이는 분이 계신다면 안심하고 보시길.
영화의 이야기는 전편에서 이어집니다. 존 윅은 간신히 죽은 개의 복수를 끝내고 집으로 돌아오는데, 옛 친구 산티노가
맹세의 표식을 들고 집으로 찾아옵니다. 두 사람 모두가 속해 있는 지하세계의 규칙에 따르면 존 윅은 반드시 산티노의
명령을 따라야 하죠. 그리고 산티노가 원하는 건 지금 조직의 우두머리인 누나인 지아나가 죽는 것입니다.
지아나를 죽이면 조직의 복수가 따를 것이고 죽이지 않으면 산티노가 괴롭힐 것입니다. 무얼 택해도 피곤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이 정도면 주인공이 최대한 머리를 굴리면서 이 상황을 빠져나오는 스토리를 떠올릴 수 있을 텐데,
[존 윅: 리로드]에서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습니다. 전편과 마찬가지로 존 윅은 그렇게까지 머리를 부지런하게 쓰는
사람도 아니고 세상만사에 그렇게 적극적인 사람도 아닙니다. 이 영화에서 존 윅의 운명을 가르는 '지아나 암살'에서
정작 존 윅이 직접 하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그는 매사에 의욕이 없어요.
키아누 리브스가 존 윅을 연기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 느낌은 더 강해집니다. 리브스는 어떻게 봐도 그렇게 야무져 보이는
사람은 아니죠. 늘 지나치게 경직된 표정을 짓고 있고 액션 장면에서도 자연스러움이 부족합니다. 몸은 액션 감독이
미리 짜놓은 현란한 동작을 따라하는데 그리 주체적으로 보이지는 않아요. 액션 장면에 끌려다니는 것 같죠.
이런 영화에 당연히 나오는 액션 영화 주인공의 나르시시즘도 잘 안 보입니다.
하지만 주변 사람들은 아닙니다. 모두가 존 윅을 사랑하는 것 같아요. 수많은 베테랑 배우들이 장엄하게
존 윅의 업적을 읊으며 그가 얼마나 대단한 괴물인지 설명하는 장면들을 보세요. 온몸으로 열정을 불태우며 존 윅에게
달려들어 죽어가는 단역들은 또 어떻고요? 그들의 진짜 목적은 존 윅과 맞붙다가 그의 총에 맞아 죽는 것 같아요.
열의 없이 기계적으로 사람들을 죽이는 주인공과 불나방처럼 달려드는 단역들의 차이가 그만큼 노골적입니다. 심지어
존 윅이 없어도 그들은 존재하지 않는 킬러와 합을 맞추면서 아름답게 죽어갔을 거란 생각이 들어요. [분홍신] 마지막
발레의 무용수들처럼.
그러니까 일종의 스토커 연애담인 겁니다. 도대체 말이 안 통하는 스토커 무리와의 싸움인 거죠. 영화의 배경이
되는 지하세계 고유의 논리 때문에 그런 느낌이 더 강하게 듭니다. 이 세계 사람들은 정상적인 방식으로 생각을
못해요. 그들의 당연하게 생각하는 윤리체계나 동기는 이 비정상성에 맞추어져 있지요. 전 영화를 보면서 존 윅이
남편이 죽은 뒤 광신도 시댁으로부터 탈출하려는 며느리 같다고 생각했어요. 음.
액션 영화로서 [존 윅: 리로드]는 약간 메타처럼 보입니다. 이런 장르에서 액션 영웅 주인공을 만들기 위해
얼마나 많은 작가와 엑스트라와 기타 스태프들이 동원되는지 보여주는 영화랄까요. 이들이 일을 열심히 하면
주인공에게 별다른 열의가 없어도 이야기와 액션은 알아서 잘 굴러가는 것입니다.
(17/02/26)
★★★
기타등등
그래요. [매트릭스] 동창회였죠.
감독: Chad Stahelski, 배우: Keanu Reeves, Riccardo Scamarcio, Ian McShane, Ruby Rose, Common, Claudia Gerini,
Lance Reddick, Laurence Fishburne, Tobias Segal, John Leguizamo, Bridget Moynahan
IMDb http://www.imdb.com/title/tt4425200/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43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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