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지내십니까?

2020.01.15 04:43

어디로갈까 조회 수:938

이 신새벽에 못본 지 오래된 지인으로부터 문자가 왔습니다. "어떻게 지내요?"
저에게 호감을 표하거나 서로 생각/감정을 나눠본 적은 없는 사이입니다. 각자의 업무성과에 대해 절제된 언어로 격려 정도 주고받는 관계라 답말이 막히네요. - -

에코의 유머 용 에세이집 <세상의 바보들에게 화내는 방법>에는 독자의 상식과 지식에게 던지는 여러가지 질문이 적혀 있죠. 
그 중  '어떻게 지내십니까?'라는 질문에 답하는 역사적 셀럽들의 한마디가 소개돼 있는데, 몇몇 인물들의 것을 함 떠올려봅니다.
(주: 작년이었나, EBS에서 이 질문을 영상으로 제작해 방송한 바 있음.)

- 어떻게 지내십니까? 

괴테 : 빛이 조금 보입니다.
노스트라다무스 :  언제 말입니까?
노발리스 : 한 바탕 꿈속입니다.
데카르트:  잘 지냅니다. 나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드라큘라 : 피봤습니다.

라이프니츠 : 이 보다 더 잘 지낼 수는 없을 것 같군요.
레닌:  4월에 무엇을 할까 고민 중입니다. ('무엇을 할 것인가'는 그가 집필한 볼셰비키 혁명의 교과서.)
레오나르도 다빈치:  모나리자처럼 뜻모를 미소만 지음.
뤼미에르 형제: 열차를 조심하세요~ (그들의 '라시오타 역의 열차'상영 때 정면에서 달려오는 열차 장면에서 관객들 혼비백산.)
버지니아 울프 : 내일은 날씨가 좋기를 바랍니다.

버클리 : 잘 지냅니다. 난 그렇게 지각합니다.
베토벤: 뭐라고요? 뭐라고요? ( 청력을 잃은 후 글로만 의사소통했으니.)
비발디 : 계절에 따라 다릅니다. (<4계>가 저절로 나온 게 아님.)
비코 : 나에게 그건 순환적이죠.
비트겐슈타인 : 그것에 대해선 말하지 않는 게 낫겠습니다.

성 안토니우스 : 환상이 자꾸 보입니다.
소크라테스 : 모르겠소.
셰익스피어: 당신 좋을 대로 생각하세요. (As you like it.)
세헤라자데: 간단히 말씀드릴게요. (라기엔 왕에게 천일 동안 이야기를 들려줬던 전력이.)

아가사 크리스티: 맞춰보세요~ 
아베로에스 : 잘 지내면서 잘 못지냅니다.
오이디푸스 : 질문이 복합적이군요.
유다 : 입맞춤 한 번 해도 될까요?

아인슈타인 : 상대적으로 잘 지냅니다.
이카루스: 한바탕 곤두박질을 치고 난 기분입니다. (밀랍 날개로 날다가 바다로 곤두박질쳤... )
에피메니데스 : 내가 그걸 말한다면 거짓말을 하는 게 될 거요.
카뮈 : 부조리한 질문이군요.
카프카: 벌레가 된 기분입니다. 

탈레스 : 물 흐르듯 살고 있습니다.
파스칼 : 늘 생각이 많습니다.
플라톤 : 이상적으로 지냅니다. (핵심 개념 이데아.)
피타고라스 : 만사가 직각처럼 반듯합니다.

하이데거 : 지낸다 함은 무엇을 의미하는 거죠? (Was heisst gehen?)
헤라클레이토스 : 잘 돌아갑니다. 잘 돌아가요......
흄 : 잘 지냅니다. 난 그렇게 믿습니다.

어디로갈까: 어느 길로 가볼까, 여태 생각 중입니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9112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7815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7984
111100 2020 Producers Guild Awards Winners 조성용 2020.01.19 378
111099 '오페라의 유령' 월드투어팀 공연을 봤습니다. [10] S.S.S. 2020.01.19 753
111098 영화잡담 - 뱅크잡, Charlie's Country, 꿈의 제인, 기생충 [15] 양자고양이 2020.01.19 828
111097 이런저런 일기...(현실과 인터넷의 대화) [3] 안유미 2020.01.19 486
111096 그림을 그리고 있어요 108~109 [6] 샌드맨 2020.01.19 340
111095 영화 <디아워스>와 마이클 커닝햄+ 필립 글라스 [18] 어디로갈까 2020.01.19 849
111094 디아틀로프 고개 실종사건 [1] 가끔영화 2020.01.18 673
111093 [KBS1 독립영화관] 메이트 [1] underground 2020.01.18 385
111092 김윤석 감독의 데뷔작 '미성년'을 봤어요 [11] 로이배티 2020.01.17 1441
111091 김실밥, 투표 거부와 무임승차 [3] 타락씨 2020.01.17 919
111090 "더 페이버릿, 왕의 여자" 짧은 잡담 [14] 산호초2010 2020.01.17 1024
111089 감히 베토벤의 기분 / 행복한 라짜로 [3] toast 2020.01.17 556
111088 일요일의 남자.. 일요일에 귀국후 공항에서 기자회견 예정 [4] 가라 2020.01.17 1031
111087 삼국지 조조 이야기 [3] 얃옹이 2020.01.17 642
111086 계획 [2] 어제부터익명 2020.01.17 363
111085 [듀게인?] 영상편집용 노트북 추천 구걸합니다 [6] skelington 2020.01.17 475
111084 (회사 바낭) 출장 [10] 그냥저냥 2020.01.16 715
111083 소문의 주인공 [10] 은밀한 생 2020.01.16 1289
111082 조국 사태를 보는 문 대통령의 눈 [2] Joseph 2020.01.16 1051
111081 [바낭] 무어의 법칙 [2] 예정수 2020.01.16 491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