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지'라는 말

2012.06.20 13:54

메피스토 조회 수:3880

* 일단 한가지만 전제해두죠. 특정 유저를 공격할 생각따위는 없습니다.

설령 이 게시물의 리플 방향에서 그런 언급이 나온다해도 그건 메피스토의 의도와는 무관함을 밝혀둡니다.

 

 

* 오전에 김진표씨가 운지라는 말을 사용했다고 문제가 됐죠. 어떻게 저 말을 사용했는지 모르지만, 일단 그 말 자체에 대해 썰을 풀어보겠습니다.

삭제된 글에서 쓴 논리나 말이 반복됩니다.

 

 

* 요즘 운지라는 표현은 흔히 '뛰어내리다'라는 표현처럼쓰입니다. 혹은 높은 곳에서 낮은곳으로 떨어지는 상황에서도 '운지한다'식으로 표현되죠.

특히 노무현 대통령과 관련, 고인을 조롱하거나 모욕하려는 합성물들로 유명한 말이죠.

 

   

흔히 운지천 광고를 그 기원으로 보는 얘기가 많은데, 이 광고와 엮인 표현인 것은 알겠지만 순전히 '뛰어내린다'의 의미가 재미있어서 이 광고가 언급된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우선 이 광고를 보시면 뛰어내리는 두장면이 나오는데 아주 짤막하게 한장면이 나오고 슬로우모션으로 13~15초쯤 한장면이 더 보여집니다.

그러나 별다른 임팩트는 없습니다. 우선 이 광고의 포인트는 "나는 자연인이다"라는 외침이며 광고가 방영하던 당시에도 뛰어내리는, 점프하는 모습이 아니라 이 말이 유행했습니다. 

 

 

이는 동일제품의 다른 광고를 봐도 알수있습니다. 여기서도 '나는 자연인이다'가 강조되죠.

한마디로, 운지천 광고속에서 뛰어내리는 모습은 어거지로 따로 분류해서 언급해서 그렇지 그냥 액션의 일부일 뿐입니다.

따로 분류한다면 뛰어다니는 행위도 운지하다고 얘기될 수 있고 뭔가를 마시는 행위도 운지하다라고 얘기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광고가 아니라 오래된 우리말이나 용어가 아닐까. 이 부분은 제가 잘 모르겠습니다. 전 예전 말에 대해 아는게 없으니까요. 그래도 최소한의 검색은 필요하니 사전검색을 해봤습니다.

일단 네이버 국어사전에는 뛰어내린다는 의미의 운지라는 말이 없습니다. 굳이 네이버 사전을 언급한 것은 여기에 간혹 널리 쓰이는 인터넷 용어가 올라오기때문입니다. 

그럼에도 여기에 운지라는 말은 없습니다. 피리나 이와 악기등을 연주할때 '운지법'이라는게 있지만, 이는 손가락의 움직임이라는 의미의 운지라는 뜻을 빌려 온것입니다.

다른 곳도 뒤적여 봤습니다. 국립국어원에서 뒤적거렸는데, 여기도 운지라는 말은 악기를 연주할때 손가락을 쓰는 의미정도만 기재되어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엔하위키를 뒤적거리니 일제 강점기에 어떤 책에 나온다는 말이라는데, 여기선 '운지'라는 표현이 쓰였습니다. 떨어질 운과 땅지자를 합쳐 '뛰어내리다'의 의미라고합니다.

그러나 엔하위키의 말이 사실인지 아닌지 확인하는건 둘째치고, 설령 존재한다해도 캐캐묵었다 싶을정도로 오래되고 쓰지 않는 말이라는 얘기죠.

 

그런 말이 갑자기 2000년대에 쓰이게되었습니다. 

과연 사람들이 나는 자연인이다라는 유행어로 기억되는 드링크 선전에서  '뛰어내리다'라는 일반적 의미를 대체할 재미있는 말을 만들어낸 것일까요?

아니면 (엔하위키가 사실이라면)일제 강점기에나 쓰였을지도 모르는 오래되고 쓰지 않는 말을 광고와 결합시켜서 쓰는 것일까요?

 

 가장 유력한건 노무현 대통령 죽음의 조롱이라는 것이겠죠. 사실 이게 맞을겁니다.   

 

어떤 찌질이가 위의 광고와 노무현의 사진을  합성해서 인터넷에 올려서 비슷한 찌질이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었고, 이게 새로운 표현방식마냥 고착된 것 말입니다.

운지천 광고에 뛰어내리는 장면이 나왔지만, 그것과는 상관없이 광고속 내용이 합성된 결과물; 노무현이 뛰어내리다라는게 있을 뿐이죠. 저게 운지천이 아닌 다른 제품이었다면 다른 말이 붙었을테고요.

인터넷 문화의 단발성이나 (안좋은 방향으로의)기발함을 고려한다면 이게 더 자연스럽죠. 오히려 사람들의 반응이 비판적이니까 위와 같은 여러가지 설들이 변명처럼 만들어졌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예를들어 흔히 쓰이는 '보슬XX'라는 여성 비하의 비속어가 있습니다. 알고있는 사람이야 이 말이 어떤 용도로 쓰이는지 알겁니다.

그러나 모르는 사람에겐 비가 보슬보슬 내린다라는, 오히려 예쁜 표현처럼 들릴수도 있죠.

누군가 보슬XX라는 말을 쓰는 사람을 비난하는데, 그에 대한 반박으로 "보슬보슬이란 표현이 여성스러운 표현이고, 이는 '여성'이라는 성에 사회가 가진 인식;아름다움에 기원을 둔다"식으로 반박하는건 어떻습니까?

네. 그냥 말을 말아야죠.

 

그렇다면 기원을 모른다면 쓸수도 있을까요? 기원을 모르면 쓸수도 있죠. 모든 말, 용어의 기원을 알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100년은 커녕 10년도 되지 않은 사건을 근거로 정치적 비극의 당사자를 조롱하기 위해 만들어진 말이 눈앞에 있습니다.

이걸 두고 모르면 쓸수도 있지라는 변명을 하기 위해 기원타령을 하는건 너무 게으른 태도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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