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2.25 10:03
내년 휴가 계획을 위해 여행지 인터넷 검색을 하다가
소문으로만 듣던 브런치에 닿게 되었어요.
밈으로만 돌던 '퇴사하려다가(하고) XXX했다'라는 내용의 블로그가 정말 많더군요.
큐레이터가 퇴사 취향인지 아니면
퇴사라는 소재가 현시대의 트렌드인지
혹은 고용 불안으로 인한 퇴사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어요.
많은 퇴사자들이 여행을 갔더군요. 그리고 여행을 통해 개인 인생의 터닝 포인트를 찾게 된 이들이 많아 보였습니다.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면 저는 여행을 통해 '재미' 이외에 다른 걸 얻은 경험이 별로 없는 거 같아요.
소소한 인스퍼레이션을 얻은 듯한 순간은 가끔 있었지만 이내 휘발되어 버리더라고요.
제 주변에도 제법 많은 지인들이 순례길을 떠나거나
세계 일주를 하거나 영어가 잘 통하지 않는 오지로 여행을 갔더랬습니다.
여행을 통해 많은 경험과 영감과 변화의 터닝 포인트 같은 걸 찾은 듯 싶지만 이런 변화는 지속가능하지 않더군요.
마치 다이어트의 요요 현상처럼 일상으로 복귀했을 때 3달을 넘기지 못했던 거 같아요.
결국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더군요.
그리고 이런 언젠가의 여행기는 '라떼는 말이야' 식의 술자리 만담 소재나
소셜 미디어 프로필의 리버럴한 풍취를 더하는 용도 정도로 활용되고 있었습니다.
삶은 여행처럼 누리고 여행은 일상처럼 누리는 게
밸런스 상으로 맞을 거 같긴 하지만 어디 그게 쉽나요?
여행을 통해 삶의 터닝 포인트를 찾아본 경험이 있으신가요?
싯타르타나 로빈슨 크루소, 루크 스카이워커 같은 거창한 영웅의 여정이 아니라도
재미 이외의 여행의 효용성에 대해 궁금해하고 있습니다.
2019.12.25 12:15
2019.12.25 22:13
2019.12.25 12:46
내가 얼마나 행복한 사람인지 깨닫는 순간들은 많았습니다. 내가 느끼는 불평과 불만의 감정들이 얼마나 사소한 것들인지를요.
2019.12.25 22:17
2019.12.25 17:23
스페인 여행을 다녀오고 우리나라에서의 삶에 대해서, 유럽에 대해서 여러가지 깨달음을 얻기는 했지만 그게 인생을
변화시켰다고까지는 생각하지 않아요. 인생이 변화하는건 지금, 여기에서의 일상이 변해야 가능한 일이지 산티아고 순례다녀오고
인생이 바뀐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데요.
2019.12.25 22:25
2019.12.25 20:10
전 직장 그만두고 지금 직장 다니기 전에 3주 가까이 유럽 어느 국가의 한 도시, 한 마을에서만 머물렀던 여행이 현재로썬 제일 기억에 남아요. 사실 예전에 몇 년을 살던 유럽의 어느 나라, 어떤 동네였죠. 무위로 지내며 눈 떠지면 일어나고 배고프면 먹고 슬슬 돌아다니다가 저녁엔 종합무용학원 가서 발레와 현대무용 째즈 그리고 요가, 필라테스를 하며 시간을 보냈죠. 낮에는 아무 때나 걸어서 오분 십분이면 나오는 해변을 걷가다 가끔 서핑을 하고, 내키면 순환버스를 타고 땅끝마을을 갔다가 옛성을 갔다가, 트램을 타고 구시가지, 신시가지를 갔다가 하면서. 돌아오기 전날 아무 생각 없이 몸과 마음이 이끄는대로 해변도로를 걸으며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까 한참을 해변 벤치에서 생각했던 적 있어요. 결론은.... 주어지는대로 다시 열심히 살아보자 였습니다. 여행의 결과값적으로 반전은 없지만, 무계획의 혼행이 오히려 비우고채우고 다시 용기를 얻는 계기는 됐던 것 같아요.
2019.12.25 20:31
2019.12.25 22:28
2019.12.25 21:17
자의든 타의든 갈때마다 느끼지요.
"나는 정말 여행으로 얻는 것이 아무것도 없는 사람이며 결국 돈과 시간만 쓰는구나."
2019.12.25 22:34
2019.12.26 15:47
2019.12.26 16:39
제 주변 사람들도 해외여행 어지간히 다니고들 있는데, 다들 크게 의미 부여는 하지 않는 분위기입니다. 뭐할까요, 이제는 해외여행도 일상이 되어버린 느낌이에요. 방금도 크미스마스 연휴에 휴가 내고 유럽여행 중인 친구들이 그리스에서 찍은 사진 보내왔어요. 파르테논 신전은 아직도 보수 중이네요.